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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기자가 풀어드립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4월 7일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를 치릅니다. 보궐선거는 이전 당선자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을 때 남은 기간을 채울 사람을 뽑는 선거예요.
그런데 이게 웬걸? 조건부 출마, 수직정원, 여론조사, 신뢰도…. 후보들의 선거전을 보고 있으면 저는 자꾸 수학이 생각나지 뭐예요? 이번 시장 보궐선거에서 알아두면 좋은 수학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 편집자 주
정치에서 여권(여당)이라는 단어는 해당 시점의 대통령이 소속됐던 정당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 모든 당을 합해 야권(야당)이라고 부르고요. 현재 기준으로는 ‘더불어민 주당’이 여당,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이 야당이랍니다.

 

선거 기간 각 후보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치열한 수싸움이 오고 갑니다. 이번 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확률 게임은 서울시장 야권 후보 간의 경쟁에서 나왔습니다. 


선거일을 3개월 가량 앞둔 1월 7일 서울시장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우리 당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저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 후보에게는 ‘조건부 출마’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붙었습니다. 


조건부 출마라는 용어는 수학의 조건부확률 개념에서 가져온 것을 알고 있나요? 조건부확률은 불확실한 현상이 일어나기 위한 부분적인 조건을 알고 있을 때, 그 현상이 벌어질 확률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조건을 포함했을 때 원하는 것을 쟁취할 확률을 조건이 발생할 확률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하죠. 


이번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 여권 주자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야권 주자로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나왔다고 해볼게요(3월 16일 기준). 이때 각 후보가 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은 지지율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약 25%)로 같습니다. 


그런데 오 후보의 선거 보좌관이 “안 후보가 나오면 우리가 이기기 힘들다”고 조언했다고 가정할게요. 이럴 경우 오 후보가 최종적으로 시장에 당선될 확률 P(A)는 안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을 때 선거에서 이길 확률과 안 후보가 출마했을 때 선거에서 이길 확률로 조건을 구분해 생각해야 합니다. 


안 후보가 나올 확률 P(B)와 나오지 않을 확률P(BC)은 모두 (50%)입니다. 여당의 후보는 두 명이 반드시 나오며 안 후보의 출마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가정합니다. 이때 P(A)는 조건부확률에 따라 (약 58%)이 됩니다(아래 참조). 현실에서는 여권과 야권의 단일화 상황이나 후보 지지율의 변화 등이 작용해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습니다.

 

 

 

후보는 합했는데, 지지율은 합할 수 없다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 주자 중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하지만 3월 초가 되면서 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 안 후보와 비슷해졌죠. 


그런데 3월 7일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약 90분 동안 둘이서 만났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두 후보 중 한 후보가 출마하는 것을 포기하는 ‘단일화’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뒤 3월 12일 발표한 범야권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확인됐습니다. 


또 야권과 여권의 후보가 모두 단일화된 상황을 가정하면 야권의 단일후보가 오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되든 관계없이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후보와 오 후보의 대결에서는 순서대로 39.5%, 44.3%를 얻었고 박 후보와 안 후보의 대결에서는 각각 37.0%와 44.9%씩을 받았습니다.


어떤 후보로 단일화해도 야권 후보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다만 야권 단일화가 무산돼 세 명 모두 출마할 경우에는 박 후보가 35.0%로 안 후보(25.4%)와 오 후보(24.0%)를 따돌리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결국 서울시장 후보등록 마감일인 3월 19일까지 안 후보와 오 후보의 야권 단일화는 할 수 없었습니다. 100% 시민 여론조사 방식 등이 논의됐지만, 두 후보 사이에 의견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던 겁니다. 


만약 단일화했다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온전히 합쳐지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3 또는 5가 나올 확률은 3이 나올 확률(1/6)과 5가 나올 확률(1/6)을 더하면 됩니다. 2002년 당시 노무현과 정몽준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각 후보가 약 23%였습니다. 하지만 단일화 이후 42% 정도로 단일화 이전 지지율의 합(46%)보다 4%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확률의 덧셈법칙이 현실에서는 엄밀하게 통하지 않는 것이지요.

 

 

개표방송 볼 때 꼭 기억해! 신뢰도와 표본오차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해 경합을 벌였죠. 이번에는 선거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를 볼 때 꼭 알아야 할 신뢰도와 표본오차에 대해 알아볼게요!


중앙일보의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3월 6~7일 이틀동안 1000명을 대상으로 ‘누구에게 투표하겠냐’고 물은 결과, 신뢰도 95%에서 표본오차가 ±3.1%일 때 박 후보가 48.0%로 김 후보(32.5%)를 15.5%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여론조사는 이처럼 신뢰도와 표본오차를 포함해서 판단해야 해요. 신뢰도 95%의 의미는 같은 조사를 100번 반복할 때 오차범위 내에서 95번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시간과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전 국민이 아닌 일부 표본을 뽑아 진행합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표본오차는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신뢰도와 표본오차를 고려하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4.9~51.1% 사이의 값이며, 5%의 확률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하세요!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이 기사를 읽을 때쯤에는 선거를 치르고 있거나, 이미 결과가 나온 상태일 거예요. 여권과 야권 후보의 대결을 수학을 생각하며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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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 도움

    박하늘
  • 참고자료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은 수학이다'
  • 일러스트

    김윤재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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