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시범으로 열렸던 영국의 수학 퀴즈 대회 ‘팀 매스 챌린지’가 ‘팀 매스 챔피언십’으로 재탄생했다. 문제 출제부터 참가자 모집, 대회 진행까지 전부 ‘한국판’으로 탈바꿈했다고 하는데…. 과연 팀 매스 챔피언십이 새로운 수학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7년 12월, 경기도 용인의 죽전고등학교 강당은 때아닌 학생으로 북적했다. 팀 매스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도 각지에서 찾아온 학생들이었다. 2017년 7월 시범으로 개최한 영국의 수학 퀴즈 대회 ‘팀 매스 챌린지’가 끝난 뒤 수학동아와 국내 수학 교사들이 힘을 합쳐 한국판 팀 매스 챌린지인 ‘팀 매스 챔피언십’을 기획했고, 5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마침내 팀 매스 챔피언십을 열었다.
전국수학문화연구회가 창의적인 문제를 만들고 죽전고등학교가 장소를 지원해 22일과 29일에 고등부, 중등부 대회가 각각 열렸다. 23일에는 부산 동래고등학교에서 부산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두 번째 고등부 대회가 열렸다.
점점 다양해지는 풀이 전략!
‘순위 경쟁 없이 즐겁게 수학 문제를 푼다’는 대회 목적에 맞게 상금이나 상장 같은 보상이 없는데도 대회마다 약 30개 조가 참가했다. 4명이 1조를 이루므로 대회당 120명 정도가 참여했다. 시범대회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하는 안형후 이천중학교 교사는 “지난번 대회보다 재밌는 문제가 많다”며 “문제를 낸 선생님들이 학생들 성향에 맞게 잘 출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풀이 전략도 다양해졌다. 제한 시간 안에 수학 문제 10개를 푸는 1라운드의 경우, 지난 대회에서는 대부분 문제를 두세 문제씩 나눠 푸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한 문제씩 빠르게 해결하는 조, 각자 풀면서 못 푼 문제를 찢어서 다 푼 조원에게 주는 조도 있었다.
이천시 효양중학교 1학년 김지태, 최재석 군은 포개져 있는 종이의 순서를 구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자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평소에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푼다는 김지태 군이 직접 종이를 잘라 포개보자고 제안했다. 임기응변이었지만 결국 정답을 맞혔다.
수학, 즐겁게 배워야 재밌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 대부분은 힘을 합쳐 문제를 푼다는 점,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 그리고 창의적인 문제와 독특한 경기 방식을 대회의 장점으로 꼽았다. 용인시 상현고등학교 1학년 이채은양은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문제를 푸는 게 재밌는 경험이었다”며 “문제집에 나오는 형식적인 문제보다 이렇게 창의적인 문제가 확실히 재밌다”고 말했다.
가로세로 퍼즐이 가장 재밌었다는 이천시 설봉 중학교 1학년 임혜린 양은 “앞 팀의 정답이 힌트가
되는 방식이 재밌다”며 “시끌벅적하게 문제를 푸니까 조용히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오히려 재밌었
다”고 말했다.
김영옥 죽전고등학교 교사는 “벌써 다음 대회 때 꼭 연락을 달라는 선생님들이 있다”며, “선생님들
이 관심을 가지면 경쟁이 아닌 서로 협동하는 수학대회를 만들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어쩌면 학생들은 수학을 싫어한다기보다 수학으로 평가를 받기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팀 매스 챔피언십을 통해 순위나 성과에 구애받지 않고 수학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