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브로콜리 좋아하시나요? 브로콜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부 구조가 전체의 모양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체의 모양을 닮은 부분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를 ‘프랙털’이라고 하죠.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 바로 대표적인 프랙털 도형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은 1915년 폴란드 수학자 바츠와프 시에르핀스키가 고안한 도형입니다. 2020년 12월호 ‘퓨처TV 매스크래프트’에서 자세히 소개했죠.
1882년 3월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시에르핀스키는 폴란드 크라쿠프에 있는 야기에우워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던 1907년, 집합론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집합론은 주어진 조건에 맞는 대상을 모아놓은 ‘집합’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죠. 이후 박사 학위를 받은 시에르핀스키는 우크라이나 리비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집합론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동료 수학자들과 함께 1920년 위상수학과 집합론, 논리학, 수리 철학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술지 ‘수학의 기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집합론에서 특수한 집합을 설명할 때 프랙털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시에르핀스키가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을 고안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시에르핀스키의 일생에 수학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폴란드-소련 전쟁에서 시에르핀스키는 폴란드 육군 암호국 소속으로 소련군의 무선 암호통신을 해독하는 일을 했습니다. 전쟁 기간 그는 동료 수학자들과 약 100여 개의 소련군 암호를 해독했고, 이는 폴란드가 소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시에르핀스키는 앞서 소개한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집합론 외에도 위상수학, 정수론에서도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정수론에서는 ‘시에르핀스키 수’가 유명합니다. 시에르핀스키 수는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k×2n-1이 합성수가 되게 하는 홀수 k를 말합니다. 합성수는 1과 자신 이외의 수를 약수로 갖는 수를 뜻하죠. 시에르핀스키는 가장 작은 시에르핀스키 수가 7만 8557일 것으로 추측했는데, 이는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시에르핀스키가 남긴 숙제를 풀기 위해 지금도 전 세계의 많은 수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죠. 평생 다양한 수학을 넘나들며 700편이 넘는 수학 논문과 50권의 책을 저술한 시에르핀스키는 1969년 10월 21일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