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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인천 동산중 안정덕 선생님 수학, 글쓰기로 키운다

우리들의 수학쌤


 
일기는 일상을 뒤돌아보게 한다. 시간 속에 남겨진 글은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의 의미를 새롭게 들려준다. 만약 수학을 일기로 써본다면 어떨까? 어서 빨리 끝났으면 했던 수학시간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언제든 다시 펼쳐보고 싶은 ‘수학일기’를 함께 만나보자.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3월의 어느 날 인천 동산중학교를 찾았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모교답게 한창 연습 중인 야구부 학생들의 기합 소리가 운동장에 가득했다.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렸던 기자는 왠지 모를 기운을 받으며 ‘우리들의 수학쌤’ 안정덕 선생님을 만나러 교무실로 향했다.

누구나 수학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건 없어요.”

겸손한 말과 달리 선생님의 책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학생들이 손수 연필과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밀고 당기는 힘을 통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텐세그리티 구조물이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모양이 변해도 재료가 상하지 않고 균형이 깨지지 않아, 최근 환경에 따라 건물이 반응하는 ‘스마트 건축’과 관련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서로 단단히 묶여 있는 연필처럼, 선생님의 교육법은 ‘재미’와 ‘체험’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처럼 선생님의 오랜 고민도 ‘어떻게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게 만들까?’였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학생들은 좀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학생들이 수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어려운 과목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그 벽을 허물고 수학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었다. 선생님은 ‘만들기’에 주목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구조물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면, 수학이 딱딱한 이론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수학동아 2월호에 실린 ‘테트라포드 만들기’를 비롯해 ‘텐세그리티 구조’, ‘펄러비즈’같이 학생들이 손끝으로 수학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결과물이 모여가면서 ‘수학 체험’이라는 큰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과학관으로 체험 활동을 떠나기도 하고, 전교 동아리 대회에서 40개가 넘는 수학 체험 코너를 운영하기도 했다.

수학 실력이 조금 부족한 학생도 체험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흥미를 보였다. 관심이 생기자,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덩달아 생겼다. 안 선생님은 “기회만 있다면, 학생들 누구나 수학과 친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 말했다.
 

수학의 느낌, 일기로 써보자

선생님의 다음 도전은 ‘수학일기 쓰기’였다. 수업을 듣고 숙제만 하면 그만인 기존 방식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일기를 쓰면서 배운 내용을 곱씹어 보면 개념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특히 교사와 학생이 일기를 보면서 배운 내용에 대해 토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층 깊어진 수학 공부가 가능했다.

처음엔 전교생이 수학일기 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이 꾸준히 수학 일기를 쓰고, 교사가 한 명 한 명 밀착해서 지도하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학년에 상관없이 수학 심화학습을 원하는 학생 20여 명으로 이뤄진 ‘비전스쿨’에서만 수학일기 활동을 이어갔다.
 

밀착 수업이 이뤄지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엔 안다고 대충 넘어갔지만 글로 정리하다보니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문제를 풀 땐 특정 내용만 알면 그만이었지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했다. 따로따로 배웠던 수학이 서로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교 교과과정을 뛰어넘는 질문도 속속 나왔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놓친 빈틈과 배우지 않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기의 내용은 점점 좋아졌고 그만큼 수학실력도 쑥쑥 자랐다. 선생님은 수학 공부에도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훈련을 거치면서 서술형 풀이는 물론, 문장형 문제를 이해하는 실력도 같이 좋아진다는 설명이었다. 글쓰기 실력 자체가 좋아지는 건 덤이었다.


 
스토리텔링으로 수학의 메이저리거를 꿈꾼다

선생님의 올해 목표는 ‘스토리텔링’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해, 또 수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미 ‘통계대회’ 같은 활동을 통해 가능성을 엿본 바 있다. 통계대회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를 가지고 조사를 해, 나름의 통계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하는 활동이었다.

‘학교 자판기 음료수 판매량과 당분은 어떤 관계일까?’나 ‘어느 수업시간에 친구들이 가장 많이 졸까?’ 같이 학생들만의 재치 있는 주제가 등장했다. 통계대회는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서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이번 학기엔 더욱 다양한 주제로 ‘스토리텔링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는 게 선생님의 기대이자 목표다.

취재가 끝날 즈음, 동산중·고가 류현진 선수의 모교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류현진을 본 적 있냐는 기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선생님은 ‘현진이 담임선생님’이었다고 수줍게 답했다. 류현진 선수는 누구보다 야구를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못 이기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못 이긴다는 말이 있듯, 수학을 즐기는 동산인 가운데 수학의 메이저리거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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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 사진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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