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2021년 잘 시작했나요? 저에게 2월은 제 생일인
2월 27일이 있는 달이라 항상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어떤 수학자들이 2월에 태어났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
2월에 태어난 수학자 중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을 고르자면 지동설의 창시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 대신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움직인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인류 역사의 큰 변화를 이끌었던 두 학자는 우연히도 둘 다 2월에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갈릴레이는 2월 15일, 코페르니쿠스는 2월 19일이 생일입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주장을 뒷받침해 지구 등의 천체가 타원 궤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요하네스 케플러 등 수학자의 기여로 인류의 세계관과 우주에 대한 이해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지동설과 피사의 사탑에서의 낙하실험으로 잘 알려진 갈릴레이는 그 업적 때문에 주로 수학자보다는 천문학자, 물리학자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6~17세기 당시만 해도 수학과 물리, 천문학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았고, 실제 갈릴레이의 직업은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와 파도바대학교 수학과 교수였습니다. “우주는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졌다”라는 명언을 남긴 것 역시 갈릴레이입니다.
칸토어, 무한의 창시자
앞에 나온 두 명의 2월생 수학자가 지동설로 중세의 대격변을 이뤄낸 인물들이라면, 독일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는 현대 수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자 무한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현대의 대격변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무한이란 개념 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자연스러운 개념이었습니다.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숫자를 끝없이 세면 어디까지 셀수 있을까?”를 궁금해할 수도 있죠.
하지만 무한이란 개념을 상상해보는 것과 달리, 무한을 다루고 이해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무한을 다루는 일은 실제로 아이작 뉴턴과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처음 고안하고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수학자들의 오랜 골칫거리였습니다.
이후 무한이란 미지와 공포의 대상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정복한 수학자가 바로 칸토어입니다. 무한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인 집합론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집합과 일대일 대응 개념을 이용해 그동안 경험적으로만 정의해왔던 자연수, 유리수, 실수 등의 숫자 체계를 엄밀히 정의했고, 무한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자연수의 개수와 짝수의 개수, 유리수의 개수는 모두 같다’, ‘자연수와 실수는 모두 무한하지만 자연수의 개수보다 실수의 개수가 훨씬 많다’ 등 무한한 집합끼리도 크기가 다를 수 있음을 보인 사람 역시 칸토어였죠.
19~20세기를 대표하는 또 다른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칸토어의 이러한 발견을 일컬어 “무한은 칸토어가 만든 낙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로움에 있다”라는 말도 남겼는데, 이런 자유로움 덕분에 누구보다 무한이란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벤 그린, 소수의 이해자
저랑 똑같이 생일이 2월 27일인 수학자도 있을까요? 네, 바로 지금 소개해드릴 그린이라는 영국 수학자입니다.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칸토어가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어서 그린이란 이름은 약간 생소하실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린 역시 21세기를 대표하는 정수론 학자 중 한 명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는 수학자입니다.
그린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테렌스 타오와 함께 소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것입니다, 리만 가설이 등장하기 전부터 소수를 이해하는 건 모든 수학자의 목표이자 꿈이였죠. 타오가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소수를 연구한 그린-타오 정리 덕분이었습니다.
그린-타오 정리는 ‘임의의 길이의 소수 등차수열은 항상 존재한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 드리면, 등차수열은 같은 차이가 나는 숫자들의 모임을 말합니다. 등차수열의 길이는 그 수열을 이루는 숫자의 개수를 말하고요. 예를 들어 1, 2, 3, 4, 5라는 수열의 경우 각 숫자가 앞뒤로 1씩 차이 나는, 길이가 5인 등차수열입니다.
그린-타오 정리는 한마디로 어떤 길이든 그 길이만큼 소수로만 이뤄진 등차수열이 항상 존재한다는 정리입니다. 예를 들어 5, 11, 17, 23, 29는 서로 차이가 6씩 벌어진, 소수로만 이뤄지고 길이가 5인 등차수열이죠. 마찬가지로 7, 157, 307, 457, 607, 757, 907은 서로 차이가 150씩 벌어진, 길이가 7인 소수 등차수열이고요. 아무리 긴 길이를 정해도 항상 그 길이를 만족하는 소수 등차수열이 존재한다는 말은, 1백만 개의 소수로만 이뤄진 등차수열 역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아주 흥미롭지 않나요? 그린은 현재 아쉽게도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지났지만 항상 필즈상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뛰어난 수학자이며, 조합론과 정수론의 대가로서 왕성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수학자는?
이 밖에도 2월에 태어난 수학자는 정말 많습니다. 1월호 수학 로그에 소개한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역시 2월에 태어난 대표적인 수학자 중 한 명이죠. 하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145쪽 ‘이달의 수학자’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달, 혹은 같은 날에 태어난 수학자들은 누구일까요? 마치 별자리나 탄생석처럼 나의 수학자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