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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고민 상담소 수담수담] 우리가 사는 사회 수학으로 풀어봅시다!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 때문에 문제 풀이로서의 수학만 접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거나 시험 점수가 낮게 나오면 수학에 흥미를 잃기 쉽죠. 무엇이든 잘해야 자신감이 생기고 좋아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 수학은 원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이에요! 자연과 우주 속 현상을 설명하는 것부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분석하는 데까지 매우 폭넓게 수학이 쓰이거든요. 이번 호에서는 수학으로 사회 현상을 읽는 법을 연구하는 강정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월 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에서 수학고민상담소의 두 번째 주인공 강정한 사회학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벌써부터 ‘아니, 수학동아에서 왜 사회학과 교수님을….’ 하며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모습이 그려지네요.


강 교수님은 1996년 서울대학교 수학부(현재 수리과학부)에서 학사학위를, 2년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이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학자의 길을 걷게 된 수리사회학자입니다. 수학으로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강 교수님의 연구 분야랍니다. 

 


강 교수님은 “사회학자들은 사회를 정적인 구조로 보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분과 적분 같은 수학을 사용하면 역동적인 변화까지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님이 어떻게 수학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 또 수학으로 어떤 사회현상을 연구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기자] 수학으로 사회학을 연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정한 교수] 어렸을 때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물리학을 하려면 수학이 필수라는 걸알았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수학부에 입학한 뒤 열심히 공부했어요. 


실제로 물리학자의 길을 걸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공부와 연구에 인생을 바쳐야 할 정도로 몰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물론 다른 연구 분야의 학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좀 더 자유로운 학문을 찾고싶었던 것 같아요. 사회 속에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수학으로 풀 수 있는 구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기자] 모두가 꼭 수학을 배워야 할까요?


[강정한 교수] 요즘은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하나의 직업으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이나 직업을 적절하게 바꿔야 하는 진로(모드) 전환의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 역시 수학에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한 번 전환했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수학이 중요해요. 최근 문과대학 학생 중 많은 수가 수학에 도전하고 있어요. 사회학은 물론 경제학에서도 다양한 수학적 기법이 쓰이거든요. 수학을 알면 각 분야에서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수학 교육과정에서 행렬 개념이 빠진 거예요. 인공지능(AI), 코딩 등 요즘 화두가 되는 분야에서 알고리듬을 배우려면 행렬을 꼭 알아야 하거든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거기에 필요한 수학을 찾아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수리사회학 연구의 출발점, 데이터 정형화하기


디지털 정보를 포함해 우리 생활 속 거의 모든 데이터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생성됩니다. 이를 비정형 데이터라고 하는데요. 강 교수님이 연구하는 수리사회학이나 요즘 화제가 되는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서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 교수님은 수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어요. 강 교수님은 “오늘 대화에서 중요한 단어 네 가지를 꼽아 보면 사회학과 수학, 물리학, 경제학일 것”이라며 “각각의 단어를 몇 번 말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행렬을 이용하면 대화에서 나온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이를 공간상의 벡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행렬은 행과 열에 수를 배열한 것을 말해요. 예를 들어 인터뷰하는 30분 동안 강 교수님이 사회학과 수학, 물리학,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각각 10회, 3회, 7회, 1회씩 언급했다고 해볼게요. 기자의 경우 이를 각각 2회, 3회, 0회, 10회씩 말했고요. 


아래 그림➊에서 세로줄인 ‘열’로 구분한 네 개의 단어를 흔히 ‘차원’이라고 부릅니다.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결정한 것들이죠. 가로줄인 ‘행’으로 나눈 이름은 ‘관찰단’이라고 해요. 차원 수가 적고 관찰단이 많은 데이터가 비교적 처리하기 쉽고, 차원이 늘어날수록 점점 다루기 복잡해집니다. 연구자들은 행렬의 연산 법칙을 이용해 차원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처리를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님이 단어별로 말한 횟수(10, 3, 7, 1)와 기자가 언급한 횟수(2, 3, 0, 10)를 그림➋처럼 각각 하나의 벡터로 볼 수 있습니다. 차원 수가 4개이므로 4차원 공간의 좌표로 나타낼 수 있어요.

 
벡터 사이의 관계는 ‘코사인유사도’라는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삼각함수에서 배우는 코사인이라는 개념을 활용해서 두 벡터가 나타내는 좌표 사이의 각도를 계산하는 거예요. 각도가 작으면 두 벡터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고, 각도가 크면 관련이 적다고 볼 수 있죠. 이런 방식으로 발언의 유사도를 추정할 수 있는 겁니다. 


이처럼 강 교수님은 행렬을 비롯해 여러 수학 지식을 활용해 연구합니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친구 연결망의 크기가 중학생의 친구관계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연구했습니다.

 

 

‘가짜뉴스’ 잡고 ‘팩트체크’까지 돕는 수학


무수한 정보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알고 있던 기존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로잡는 경험을 합니다. 최근 강 교수님은 차미영 KAIST 전산학부 교수님과 함께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에 대해 팩트(사실)체크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올바른 정보입니다. 


강 교수님은 “신뢰도 높은 정보를 근거로 뉴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수학 모형으로 분석하면 해당 뉴스가 가짜인지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강 교수님이 강조하는 수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제 풀이’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것입니다. 강 교수님은 시카고대학교 유학 시절 수학을 못했던 사회학과의 한 친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발견하자 수학에 매진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 후 본인에게 필요한 수학적 기술을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하네요.


강 교수님은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문제 풀이형 수학을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수학에서 찾는 문제 해결형 수학을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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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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