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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는수학] 우리가 그린 나선이 블랙홀 연구를 돕는다!

▲ ESA, NASA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은 블랙홀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관측을 통해 실제로 증거를 찾은 수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번 호에는 수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블랙홀과 관련된 시민과학프로젝트 ‘나선 그래프’를 소개하겠습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은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 앤드리아 게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천체물리학과 교수입니다. 이들은 각각 수학과 관측이라는 방법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펜로즈 교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위상수학’의 기법을 적용해 블랙홀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겐첼 소장과 게즈 교수는 블랙홀 주위를 도는 별을 관측해 우리은하 중심부에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블랙홀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별을 확인한 것이죠.


이처럼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나선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을 예상하는 데는 나선팔의 각도가 중요하게 쓰입니다. 특히 이 연구에는 시민천문학자들도 한몫하고 있죠.

 

나선팔 각도로 알아보는 블랙홀 질량


나선은하는 말 그대로 나선 모양의 은하입니다. 은하를 구성하는 성간먼지와 기체,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별들이 소용돌이 형태의 나선팔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위 사진처럼 나선팔이 휘어진 정도가 크고 빽빽하게 감겨 있는 은하가 있는가 하면, 나선팔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넓고 휘어진 정도가 크지 않은 은하도 있습니다. 천문학자는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나선팔 모양이 다른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측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블랙홀 질량이 클수록 은하의 나선팔이 휘어진 정도가 크고, 블랙홀 질량이 작을수록 휘어진 정도가 작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관계를 이용해 나선팔 각도로 은하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을 추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피치 각’이라는 나선팔의 각도를 계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치 각은 오른쪽 그림처럼 나선은하에 원을 그리고 원의 경계선과 나선팔이 만나는 지점에서 각각의 접선(파란 선)을 그은 뒤 두 선이 만나는 각도(θ)를 계산한 겁니다. 


피치 각이 작으면 나선팔이 많이 휘어진 은하, 즉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이 큰 은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치 각이 크면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천문학자가 우주에 분포하는 수많은 나선은하를 모두 관찰하기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이용해 나선은하 사진에서 피치 각을 자동으로 계산하려고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아직 나선팔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인공지능이 정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나선 그래프’라는 시민과학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천문학자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나선팔 따라 그리면 자동으로 피치 각 계산한다!


시민천문학자가 피치 각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선은하의 사진을 보고 나선팔의 자취를 사진 위에 표시하는 겁니다. 사진에서 나선팔로 보이는 부분의 시작과 끝부분을 잘 확인해서 마우스나 터치 펜을 이용해서 따라 그리면 됩니다.


시민천문학자가 보는 나선은하의 사진은 나선을 그리기 쉽게 ‘전처리’한 사진입니다. 사진처럼 측면에서 타원 모양으로 촬영된 은하의 사진에서 지름이 짧은 부분을 늘려서 원 모양에 가깝게 만들고 위에서 촬영한 것처럼 수정합니다. 지구에서 바라본 우주의 은하들은 이렇게 위치에 따라 촬영 각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원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환해야 나선을 확인하고 그리기 편합니다.


이 사진에 시민천문학자가 나선팔의 자취를 그리면 그림과 자취를 분리한 뒤 여러 사람이 그린 나선팔 그림을 합성합니다. 그런 뒤 피치 각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에 그림을 입력해 피치 각을 알아내는 겁니다.

 


정말로 시민천문학자가 손으로 그린 나선 그림이 정확한 피치 각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패트릭 트로이타르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자연과학박물관 연구원은 시민천문학자의 그림을 토대로 계산한 피치 각과 실제 피치 각을 비교해봤습니다. 또 인공지능 알고리듬이 자동으로 나선팔을 인식해서 피치 각을 계산한 결과와도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인공지능으로 계산한 것보다 사람이 그린 자취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가 실제에 더 가깝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피치 각이 50°가 넘는 경우에는 사람이 그린 나선에서 계산한 피치 각과 실제 사이의 오차가 커졌습니다. 다만 50° 이상은 각도가 너무 커서 블랙홀 질량 연구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 2020년 2월 12일자에 발표했습니다.


나선팔의 각도로 블랙홀의 총 질량을 예측하고, 다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시민천문학자가 어설프게 그린 나선팔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무척 신기하지 않나요? 여러분의 참여가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참여해보세요! 

 

202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기자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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