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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수학자를 만나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밌는 문제를 폴리매스에 낼 거예요!”

 

 

박사 졸업 후 약 1년 만에 교수에 임용된 분이 있습니다. 폴리매스 프로젝트 대한수학회 문제 출제진에 새롭게 합류한  남경식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님의 이야기인데요. 보통 박사 후연구원으로 2~3년 지내며 교수 자리를 찾는데 이렇게 빨리 교수 인용이 됐다는 건 엄청난 능력자라는 의미예요. 기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8월 29일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소탈함이 매력이었는데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Q. 박사 졸업 후 거의 바로 교수로 임용 되셨어요. 박사 과정 시절 엄청난 연구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맞나요?

 

운이 정말 많이 따른 것 같아요. 또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으로 저를 임용해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연구는 UCLA에서 조교수와 박사후연구원을 겸하던 시절 했던 ‘랜덤행렬’ 관련 연구예요. 이때 공동연구를 하며 낸 결과가 가장 만족스러워요.

 

 

Q. 교수님은 어떤 분야를 연구 하나요?

 

저는 확률론 중에서도 ‘리오빌 양자중력’을 연구해요. 무작위한 곡면의 높이를 등고선처럼 나타내면 반복되는 구조가 나오는데 이 현상을 확률 모형으로 설명하는 것이 리오빌 양자중력이에요. 이 분야가 더 많이 발전한다면 유체역학이나 금융수학에서 활용할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리오빌 양자중력과 관련있는 ‘가우시안 곱셈 카오스 이론’은 미국의 주가지수의 상관관계성, 주식의 파생 상품의 위험을 예상하는 모형에 쓰여요.

 

Q.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계속 붙들고 있는 건 제게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다른 문제로 시선을 돌리거나 아예 수학과 관련 없는 것을 하며 생각을 정리해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생각이 정리돼서 다시 도전하기 좋아지더라고요. 영화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요즘에는 영상을 보면서 머리를 비운답니다.

 

 

Q. 언제 처음으로 수학에 관심을 가졌나요?

 

어머니가 수학과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본격적으로 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초등학교 3, 4학년 때인 거 같아요. 당시 합숙하면서 진행하는 수학경시대회에 나갔는데 그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그때부터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Q. 어린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수학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저는 서울과학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친구들 대부분이 수학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저 역시도 수학 문제를 풀고 고민하는 것을 즐겼어요. 그렇다고 공부만 하지는 않았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해서 기숙사에서 신나게 즐겼고, 꽤 잘했던 기억이 나네요.

 

 

Q. 교수님의 유학 시절도 궁금해요.

 

제 유학 시절은 온탕과 냉탕으로 묘사할 수 있어요.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캘리포니아는 정말 맑은 날씨로 유명해요. 근처에는 휘황찬란한 관광지인 라스베이거스가 있어서 즐거운 유학 생활을 보냈지요. 힘들게 연구를 마친 뒤에는 친구들과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멋진 쇼를 보고 쇼핑도 하면서 놀았어요.

 

이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음 유학 생활도 날씨가 좋은 LA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2020년의  LA는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코로나19 대유행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로 인한 폭동으로 통행금지까지 내려졌지요. 당시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2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어요. 일상생활은 물론 학교생활 역시 온라인으로 모두 대체됐어요. 미국에서도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한 UCLA를 출입 카드를 받으러 한 번,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출입 카드를 반납하러 한 번, 총 두 번 방문했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유학 생활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Q. 폴리매스는 함께 수학 문제를 푸는 커뮤니티예요. 교수님도 공동연구를 많이 하나요?

 

네, 저도 공동연구를 많이 해요. 박사후연구원 시절 랜덤 행렬에 관한 연구를 할 때 세미나에서 만난 수학자와 공동연구를 했고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냈지요. 그 수학자가 바로 셔선두 갠굴리 UC버클리 통계학과 교수예요. 지금까지도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어요.

 

공동연구는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서로 자극제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갠굴리 교수는 엄청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쳐서 새벽 2시에도 전화해 수학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한번은 제가 갠굴리 교수에게 쉬엄쉬엄하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Q. 앞으로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나요?

 

너무 당연한 답이지만 제가 하는 연구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확률론을 연구하는 강남규 고등과학원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강 교수님처럼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스승이 되고 싶어요. 저로 인해 확률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생긴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한국에는 확률론을 연구하는 수학자가 많지 않은데, 계속해서 후학을 양성하다 보면 10년, 20년 뒤에는 한국의 확률론 커뮤니티가 더 커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폴리매스에 어떤 문제를 많이 낼지 귀띔해 주세요~.

 

문제를 통해 여러 상상력을 자극하고, 추가적인 궁금증이 생기는 문제가 좋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문제를 내려고 해요. 일상과 관련 있는 친근감이 느껴지는 문제를 내서 도전 욕구를 좀 더 자극할 거예요. 또 수식보다는 그림이 많이 들어간 문제를 내려고 합니다. 134쪽에 나오는 제 문제에 많이 도전해 주세요~.

 

2022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미래 기자 기자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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