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은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1994 필즈상 수상자, 예핌 젤마노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소련(현재 러시아)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젤마노프 교수는 우리 나이로 23살에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대학교 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습니다. 그리고 26살이 되던 1980년에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특히 박사학위 연구는 ‘요르단 대수’라는 수학 분야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컸습니다. 이 성과로 1982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할 정도로 수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요르단 대수는 어떤 연산에 대해 교환법칙은 성립하지만, 결합법칙은 성립하지 않는 집합을 말합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소련은 15개의 공화국이 하나의 연방을 이루고 있었는데,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며 연방이 해체됐습니다. 이때 젤마노프 교수는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소련을 떠났고, 한국인 수학자인 명효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위스콘신대 교수가 됐습니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도 연구의 끈을 놓지 않은 젤마노프 교수는 1991년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라는 난제를 해결해 또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는 대칭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군론’에서 약 100년 동안 증명되지 않은 난제였거든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젤마노프 교수는 199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수학자가 돼 바쁘게 지내던 젤마노프 교수는 명 교수로부터 한국의 고등과학원 설립에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준 명 교수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젤마노프 교수는 고등과학원 설립에 참여했고, 이후 시카고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등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고등과학원 교수직은 줄곧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젊은 수학자와 함께 연구하면서 한국 수학 발전에 힘을 쏟고 있죠.
20년 이상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젤마노프 교수는 과거 수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의 술과 감자전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수학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