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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접 평론가 피터팍의 아이돌 수학] (여자)아이들과 연산의 순서

 

 

2019년 방영한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퀸덤’에서 (여자)아이들의 ‘LION’을 마주한 피터팍은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나라다! 전소연 국가 세워!”를 외치며 주위 사람들에게 이제 걸그룹은 (여자)아이들의 시대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괄호가 들어간 독특한 그룹명 때문에 영업할 때마다 이들의 이름을 다르게 발음했다. ‘여자 아이들’, ‘괄호 여자 아이들’ 등등. 그러다 얼마 전 드디어 ‘(여자)아이들’로 쓰고 ‘아이들’이라고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이런 모호한 이름을 지은 건지 도통 알 수 없지만 그 덕에 피터팍은 기사 소재를 찾았다!

 

그룹명 (여자)아이들은 각각의 멤버를 아이(I)로 보고 여기에 우리나라 말의 복수를 뜻하는 ‘들’을 붙여 ‘여섯 명의 개성이 모인 팀’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리더인 소연이 그룹 데뷔 전에 발매한 솔로 싱글 앨범인 ‘아이들’에 이어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의한 이름이라고 한다. 다만 왜 괄호를 써서 ‘(여자)아이들’이 됐는지는 멤버들도 모른다고 한다. 


표기는 하지만 발음할 때는 사용하지 않으니 (여자)아이들 그룹명에서 괄호는 ‘생략’의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괄호는 문장부호의 하나로 수식이나 문장 등에서 어느 부분을 다른 부분과 구별하거나 강조하기 위해서 쓰는데, 그 종류와 역할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학에서는 괄호가 없으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수학식의 답은 여러 개?★


우리는 흔히 수학의 답은 1개라고 생각한다. 해가 1개라는 의미가 아니라 맞고 틀리고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수학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규칙이 없으면 무질서와 혼란이 오듯이 수학에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같은 식에서도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다. 심지어 어느 쪽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다. 


2011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문제를 보자. 

 


사칙연산으로만 이뤄진 간단한 수식이지만 답은 2가지로 나뉜다. 288과 2다. 288을 주장하는 쪽은 48÷2를 먼저 계산하고 괄호 안의 계산 결과인 12를 곱해 24×12=288로 구하고, 2를 주장하는 쪽은 괄호 안을 먼저 계산하고 2를 곱한 뒤 48÷24=2로 구했다. 


각각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이 논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계산기마다 결과도 다르게 나왔다. 결국 수학자, 수학교사 등 전문가들도 나서서 이 간단한 문제를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우주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수학의 답이 이토록 뜨겁게 나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학에도 문법이 있다★


문법이라고 하면 국어, 영어 시간에만 나오는 줄 알겠지만 사실 수학에도 문법이 있다. 즉 쓰는 방법에 대한 규칙이 있다는 뜻이다. 이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48÷2(9+3)처럼 혼란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약속 중에서 이 문제와 관련 있는 규칙은 ‘혼합식에서의 연산 순서’다.


덧셈이나 곱셈으로만 이뤄진 식에서는 계산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 덧셈과 곱셈 끼리는 ‘결합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한 식에서 연산이 두 번 이상 연속할 때, 앞쪽의 연산을 먼저 한 값과 뒤쪽의 연산을 먼저 한 값이 항상 같으면 그 연산은 결합법칙을 만족한다고 하는데, 어느 쪽을 먼저 해도 결과가 같으니 순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뺄셈과 나눗셈이 들어가거나 덧셈과 곱셈이 섞여 있는 혼합식의 경우 어느 쪽을 먼저 계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항상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계산 순서에 연산 규칙을 정해 두었다. 예시 문제를 풀며 각 규칙을 익혀보자. 

 

 


덧셈과 나눗셈, 곱셈이 섞인 식이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풀면 21÷7×3=3×3=9가 되지만 덧셈, 뺄셈과 곱셈, 나눗셈이 있을 때는 곱셈, 나눗셈을 먼저 계산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럼 나눗셈과 곱셈 중에는 어느 것을 먼저 계산해야 할까? 


이때는 앞에 있는 것을 먼저 푼다. 즉 14÷7=2를 계산한 뒤 2×3=6을 하고 마지막으로 7을 더해 13이라는 값을 얻는다. 정리하면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풀되 각각의 연산에서는 앞에 있는 것을 먼저 푸는 것이 규칙이다. 

 


두 번째는 거듭제곱이 있는 식이다. 32은 3×3이므로 곱셈으로 보고 연산 규칙①에 따라 (-8)×5-27÷3×3=(-40)-9×3=-40-27=-67이라고 계산하면 답이 틀린다. 거듭제곱을 먼저 한 뒤 나머지 규칙에 따라 계산해야 한다. 즉 (-8)×5-27÷9=(-40)-3=-43이 정확한 답이다. 

 


다음은 드디어 괄호의 등장이다. 수식에서의 괄호는 우선순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괄호가 있을 때는 괄호 안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또한 괄호 사이에도 순서가 있어 ()→{}→[] 순으로 계산한다. 즉, 10-{(6+64)÷(3-5)}=10-{70÷(3-5)}=10-{70÷(-2)}=10-(-35)=45의 과정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 괄호 안을 먼저 풀되 괄호 내의 연산에서는 역시 ①과 ②번 규칙에 따라 계산하면 된다.

 

 

★문제를 낼 때도 주의★


이제 연산 규칙을 알았으니 다시 논란의 문제로 돌아가자. 그래서 48÷2(9+3)의 답은 288일까, 2일까. 여기서 핵심은 2(9+3)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2×(9+3)으로 본다면 48÷2×(9+3)은 곱셈과 나눗셈이 혼합된 식이고 괄호 안을 먼저 계산한 뒤에는 곱셈과 나눗셈 중 앞에 있는 것을 계산해야 하므로, 48÷2×12=24×12=288이 맞다. 


그런데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9+3)을 곱하기가 생략된 것이 아닌 한 덩어리로 본다. 문자식에서는 ‘x÷yz’와 ‘x÷y×z’가 있을 때 앞의 식은 yz를 한 덩어리로 봐서 x를 yz로 나누고 뒤의 식에서는 x를 y로 나눈 뒤 z를 곱하는데, 이것처럼 2(9+3)도 곱셈 기호를 생략했으므로 하나의 덩어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 문제를 접한 다수의 수학자는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즉 문제가 애초에 잘못됐기 때문에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곱셈 기호를 생략해서 한 덩어리로 보는 경우는 문자식에 해당하는 것이고, 숫자로만 된 식에서 2(9+3)을 먼저 계산하게 하고 싶다면 중괄호를 사용해 48÷{2×(9+3)}이라고 써야 한다. 또한 기호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면 앞의 나눗셈도 분수로 나타내 

 

로 표기해야 한다. 


이처럼 수학 문제는 풀 때만 규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들 때도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조건을 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학의 영역이 점점 커지면서 3차원에서는 성립했던 규칙이 n차원에서는 틀리기도 하고 실수일 때는 참이었던 문장이 다른 수 체계에서는 거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직접 문제를 만드는 수학동아 독자라면 이런 점을 잘 기억해서 오류가 없는 멋진 문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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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 사진

    큐브 엔터테인먼트
  • 참고자료

    EBS 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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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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