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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덮친 벌레의 난

 

‘하늘에서 벌레가 쏟아진다.’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의 묘사도 아니고 과장법도 아니다. 비처럼이 아니라 진짜로 쏟아졌다. 산을 뒤덮은 대벌레와 민가를 덮친 매미나방과 노래기, 심지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에서는 유충이 나왔다. 유례없는 벌레와의 만남, 그 배경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2020년 7월, 인천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것이다. 7월 9일 인천 서구 한 빌라에서 유충 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후 8월 7일까지 발생한 유충 신고 건수는 총 257건에 이르렀다. 


8월 10일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 정밀 조사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공촌 정수장과 ‘활성탄 흡착지’에 유입된 깔따구 성충에 의해 번식한 유충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활성탄 흡착지는 활성탄을 이용해 물을 정수하는 연못 형태의 시설인데, 창문을 열거나 사람이 출입할 때 성충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인천시는 활성탄 흡착지 운전을 중단하고 성충 유입 차단 설비를 보강해 위생관리 기준을 강화할 거라고 발표했다. 

 

수돗물 유충, 시작에 불과했다


조사를 시작하고 정수 관리를 철저히 한 덕에 7월 28일부터는 가정 내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긴급점검한 결과 화성시, 김해시, 양산시, 울산시, 의령군 등 7개 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됐고 그 외에도 지역 곳곳에서 다른 종류의 벌레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충북 제천시, 서울 강북구 등에서는 ‘매미나방’이, 경기 용인시, 부산시, 충북 보은군, 충북 충주시, 경북 영양군 등에서는 ‘노래기’가, 서울 은평구, 제주도 등에서는 ‘대벌레’가 과도하게 번식해 산이나 공원뿐 아니라 민가와 도로를 점령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레 벌레가 늘어난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고 있다. 원래 겨울을 지나면서 벌레의 유충과 알이 상당수 폐사하는데 지난 겨울 이상고온현상이 이어진 데다 올해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유충과 알이 폐사하는 수가 적었고 벌레의 대량 번식으로 이어졌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생태 변화는 아주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곤충이 폭발적으로 증식한 원인을 기온 한 가지만으로 결론짓기는 어렵다. 다만 메뚜기떼 등 다른 나라 사례나 여러 정황을 따져보면 생태계 변화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림 등의 자연 서식지가 너무 파괴돼 인간과 거리가 가까워진 것도 문제다. 기후가 변한 것과 생태계가 파괴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이 사이에 어떤 작용이 일어났는지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우리는 결과만 마주한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병이 늘어나는 것 역시 곤충이 증식하는 현상과 유사성이 있다고 짐작한다.”
우리나라 기후와 벌레의 생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길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걸까?

 

 

인포그래픽으로 본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벌레의 생태

 

곤충의 활동성과 대사율은 주위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온도’와 ‘습도’다. 종에 따라 최적의 온도와 습도는 다르지만, 대체로 기온이 따뜻해지면 더 활동적이고 추워지면 느리게 활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곤충의 생태는 기온와 강수량 등이 범지구적으로 변하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곤충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한 연구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곤충 생태 이상 현상과 기후와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 훌쩍 가까워진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 참고자료

기상청·환경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박해철 ‘기후변화가 곤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외 연구 분석’, 장철현·유대영 ‘깔따구, 곤충의 친환경적인 포집방안에 관한 연구’  

 

2020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 도움

    백순영(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 디자인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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