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의 운동을 처음 관찰한 사람은 300여 년 전 네덜란드의 박물학자 안톤 판 레이우벤훅입니다. 이후 사람들은 정자가 올챙이처럼 꼬리를 흔들며 헤엄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에르메스 가델하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공업수학과 교수팀이 기존 상식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최단 경로 알고리듬을 사용해 정자 머리의 중심을 추적하며 1초에 8000번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와 3차원 현미경으로 정자의 움직임을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촬영한 3차원 이미지를 ‘주성분 분석’이라는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해 보다 단순한 이미지로 나타낸 뒤 움직임을 분석했습니다. 주성분 분석은 측정한 데이터의 분포를 몇 개의 벡터(주성분)로 나타내 단순화하는 방법입니다. 그 결과 정자는 꼬리를 나선 모양으로 움직이며 머리를 회전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이끈 가델하 교수는 “레이우벤훅은 2차원 현미경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치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사실 정자의 움직임은 회전하며 헤엄치는 수달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7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