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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한다면?’,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AI 간병 로봇이 있다면?’ 
AI는 물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이 우리 삶에 더 깊숙이 자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막연히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미래를 시네마틱 드라마 ‘에스 에프 에잇(SF8)’에서 다룬다. 드라마 속 상상이 실제로도 가능한지, 수학적으로 알아보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양한 언어를 한국어로 바꿔주는 자동 번역 시스템과 음성 인식 기술, 키워드를 보고 스팸 메일을 걸러주는 서비스와 보안 기술까지! 이제 어느 분야에서나 AI를 사용한다. 점점 더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져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AI가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될까?


시네마틱 드라마 SF8은 물음표로 남아있는 미래의 모습을 영화감독의 시선에서 풀어낸 드라마다.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환자를 보살피는 AI 간병 로봇,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고 빠르게 분석해 범인을 찾는 AI 형사, 사람과 신체를 공유하는 로봇 등 실제로 일어날 법한 상황에 최신 과학 기술을 엮어 전달한다.


하지만 AI로 편리해진 사람들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AI가 갈등에 빠졌을 때, 과연 사람과 비슷한 판단을 내릴지 그리고 AI를 가까이 둔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을지에 관한 내용도 다뤄 한층 더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도 언젠가 드라마에서 그리는 일들을 겪게 될까? SF8 8편의 이야기 중 AI를 주요 소재로 다루는 ‘간호중’과 ‘블링크’를 미리 만나보며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가능한지 수학과 함께 알아보자.

 

 

 

 

 

[간호중] AI가 사람과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보호자를 위로하는 AI 간병 로봇 ‘간호중’. 
간호중은 감정에 너무 취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데…. 
실제로 감정을 가진 AI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감정을 가진 AI에 대한 아이디어는 1995년 로잘린드 피카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교수가 논문을 통해 처음 발표했다.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사람의 감정을 파악해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정 AI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학자마다 주장하는 감정 AI의 조건은 다르지만, 피카드 교수는 아래의 조건을 제시했다.

 

 

 

지금 당신의 감정은 6+12=행복


감정을 읽기 위해서는 표정과 음성, 행동, 생체 신호 등을 분석해야 한다. 특히 소통 과정에서는 말보다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가 감정을 인식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은 ‘얼굴 동작 코딩 시스템(FACS)’을 이용해 인식할 수 있다. FACS는 1978년 폴 에크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월리스 프라이슨 미국 켄터키대학교 연구원이 만든 것으로, 얼굴 근육의 수축과 이완, 머리나 안구 등의 움직임을 분석해 조건에 맞춰 숫자나 문자로 나타낸 뒤 감정을 알아낸다.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아래 표와 같이 나타낸다.

 


연구팀은 먼저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0번부터 28번까지 번호를 매겼다. 예를 들어 행복이라는 감정을 나타낼 때는 눈 주변의 ‘눈둘레근’과 입 주위의 근육인 ‘큰광대근’의 상태가 변하므로 각 근육의 번호인 6, 12를 이용해 6+12로 나타냈다. 그리고 각 감정을 매우 낮음(A)부터 매우 높음(E)까지 5단계로 표현했다.


물론 사람마다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근육의 종류나 변화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FACS 시스템에 여러 방법을 더해 한계를 보완한다. 한 예로 딥러닝에 수많은 표정을 담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유사한 패턴을 찾아 감정을 예측한다.


이렇게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면 그에 대한 감정 반응도 설정할 수 있다. 상대방이 슬픈 이야기를 한다면, 공감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슬픔을 나타내는 안면 근육 1, 4, 15번을 움직여 슬픔의 정도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AI를 만든다고 해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낀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감정 데이터를 쌓아두고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AI는 아직 드라마 속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도 AI가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때 가능하다. 2017년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AI가 인간을 지배하려면 AI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야 하며, 오래 사는 데 인간이 방해된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어렵다”고 답했다. 세 가지 모두 일어나기 위해서는 AI가 정체성, 감정, 욕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교수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논리와 과정을 밝히지 못해 AI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링크] 사람 뇌에 AI 이식 가능할까?

부모님을 자율주행차 사고로 잃은 형사 지우는 AI의 능력보단 자신의 능력을 믿고 수사해왔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뇌에 AI 형사 ‘서낭’을 이식하고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사람과 AI의 합동 수사, 실제로도 가능할까?

 

 

실제로 뇌와 AI를 연결하는 연구는 1973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자퀴스 비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교수가 식물인간 환자와 소통하기 위해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46년이 지난 2019년 7월 16일, 늘 상상만 했던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뇌-AI 연결 기술을 선보였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 ‘뉴럴링크’에서 컴퓨터 칩을 뇌에 심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미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해 뇌파로 컴퓨터를 제어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때 뇌파를 전달하기 위한 전극은 머리카락 두께의 4분의 1정도로 얇은 실 형태다. 로봇을 이용해 이런 모양의 전극 수천 개를 뇌에 심으면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보내고 받을 수 있다.


머스크는 2020년 사람에게 직접 테스트할 계획을 발표했다. 만약 AI 이식에 성공한다면 뇌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제어하고,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들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즉 AI를 뛰어넘는 ‘디지털 초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AI 윤리가 필요한 수학적인 이유

‘간호중’과 ‘블링크’ 모두 AI가 처음엔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곧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모두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는 AI가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며 비롯됐는데, AI는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을 벌일까?

 

 

“AI로 종말이 온다. 200년 내에 지구를 떠나라!”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세상을 떠나기 전 이와 같은 말로 AI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리고 머스크와 빌 게이츠 등 수많은 유명인 역시 과도한 AI의 발전이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그리고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의 수학자들도 마찬가지로 AI가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직 AI로만 결정을 내릴 때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지, 그리고 우리가 그 가능성을 없앨 수 있는지를 연구해 2020년 7월 국제학술지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윤리적인 선택지의 개수가 고정돼 있을 때, 전체 선택지의 개수를 조금씩 늘려가며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확률을 계산해냈다. 그리고 전체 선택지가 무한대로 많아질 때,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은 일정한 값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비윤리적인 선택지의 비율이 줄어들어도, 비윤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예 비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윤리 기준을 더해 AI 검색 알고리듬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도 다가올 AI 사회에 맞는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AI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인 ‘딥페이크’를 악용해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등 AI 관련 문제가 두드러지면서부터다. 우리나라는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다음과 같은 지능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사람에 가까워지려는 AI 그리고 AI로 더 완벽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SF8! 언젠간 다가올 수 있는 미래를 SF8으로 살펴보며, 그런 시대가 다가온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2020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홍아름 기자 기자
  • 사진

    MBC, 웨이브(wavve)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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