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3일, 수학동아 독자들이 서강대학교에 모여 2시간 동안 보드게임 한판 대결을 펼쳤습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더니 보드게임을 하면서 왁자지껄 떠들고, 마칠 때쯤에는 이구동성으로 수학이 흥미로워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체 2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가 소개해준 마방진을 풀면서 보드게임과 수학에 대한 흥미가 커졌고, 결국 수학자가 됐어요.”
‘보드게임 페스타’ 행사를 진행한 김종락 서강대 수학과 교수님은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기 전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습니다. 독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이영란 서강대 수학과 학과장님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 더 어려워질 텐데, 보드게임 같은 도구를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떠들기 ● 1258로 친해지자!
3~4명씩 짝지어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김 교수님이 직접 개발한 ‘1258’ 게임을 즐겼어요. 1258은 숫자 1과 8이 각각 180° 회전해도 같은 모양이 되는 대칭성과, 2와 5를 거울대칭 했을 때 각각 5와 2로 바뀐다는 점에 착안한 숫자 조합 보드게임입니다. 앞면과 뒷면에 두 자리의 같은 수가 적혀있는 카드를 계속 뽑으면서 카드 네 장의 1의 자리와 10의 자리에 1, 2, 5, 8이 하나씩 나오는 조합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규칙입니다. 카드 조합의 색에 따라 다양한 점수를 얻을 수 있죠.
숫자가 가진 대칭성을 이용해 1, 2, 5, 8 조합을 찾고 색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82가 적혀 있는 카드는 뒤집으면 58이 되고, 180° 회전하면 28이 되기 때문에 어떤 카드로 조합을 만들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하죠.
게임을 시작하자 금세 강의실이 시끌벅적해졌어요.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게임 순서를 정하고, 카드를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1, 2, 5, 8 조합을 만들기 바빴죠. 서라율(대치초 5) 학생은 “게임을 하면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수학 원리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어요.
생각하기 ● 마방진 원리 담은 15퍼즐을 풀어보자!
두 번째 게임은 ‘15퍼즐’이었어요. 김 교수님은 큰 정사각형을 가로세로 4개씩 분할해 총 16칸을 만들고 15칸 속에 숫자를 무작위로 채워 넣은 게임판을 보여줬어요. 그러면서 퍼즐 속 숫자들을 작은 것부터 큰 순서대로 배열할 수 있는지 물었죠.
김 교수님은 15퍼즐을 무턱대고 풀기보다 먼저 풀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많은 수학자가 15퍼즐의 판별식과, 가장 적은 횟수로 숫자 칸을 움직이면서 퍼즐을 맞추는 알고리듬을 연구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면 된다는 거죠.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저마다 숫자판의 배열을 계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풀 수 있는 배열은 순서를 맞추기 시작했죠. 최대한 적은 횟수만큼 움직여 퍼즐을 푸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참가자들이 빠르게 퍼즐을 풀자 잠시 후 김 교수님은 미션을 줬습니다. 어려운 배열 하나를 주면서 37번 만에 퍼즐을 맞춰 보라고 한 거죠. 아쉽게도 곧 마칠 시간이 돼서 미션을 성공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어요. 간동혁(영본초 6) 학생은 “15퍼즐이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는 점에 놀랐고, 판별식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후원 : 한국과학창의재단.
※보드게임 페스타 행사는 2019년 정부(과학기술진흥기금/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