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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미이라 '외츠'정체 드러내

정밀연대측정결과 4천6백년전 사람으로 판명

고대 인류의 삶을 드러내줄 외츠


연구팀은 이 미이라가 청동기를 넘어서 신석기시대 사람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지역 티롤산맥에서 발견된 얼음미이라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발견됐던 지역(알프스 산맥의 외츠탈 계곡)의 이름을 따서 '외츠'(Ötze)라는 이름을 얻은 이 미이라는 4천여년 전 사람인 것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 연대가 밝혀짐에 따라 고고학자들은 외츠가 살았던 시대의 생활상과 인체구조를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들떠 있다.

"이집트의 투탄카멘 무덤을 발견했을 때 하워드 카터의 심정이 아마 내가 그 미이라를 처음 보았을 때의 기분과 같았을 것이다."

이 얼음미이라가 발견된 직후부터 조사팀의 단장노릇을 해온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선사학연구소장 스핀들러박사의 말이다.

그간 고고학자들은 주로 무덤속에 있던 수백여구의 청동기시대 인간들의 뼈를 찾아내 그 시대 인체구조와 생활상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청동기시대의 장례형식은 세밀한 부분까지 복원이 됐지만 일상생활이 어땠는가에 대해서는 그저 어렴풋한 추측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외츠의 출현으로 이제 얘기는 사뭇 달라지게 됐다. 외츠는 청동기시대 방식으로 매장된 것이 아니므로 피부는 물론이고 내장기관까지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으며 자신이 사용했던 도구들도 그 옆에 놓여 있었다. 특히나 그가 사용했던 연장의 나무손잡이들이 하나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열광과는 달리 이 청동기인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간의 때아닌 소유권분쟁을 불러 일으켰다. 오스트리아가 이 미이라를 산에서 옮긴 직후 이탈리아 정부는 미이라가 이탈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의 '절도' 행위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들은 또 오스트리아의 미이라 운반이나 보관이 잘못돼 이 미이라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학술적인 문제에까지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 인스부르크대학연구팀도 보관문제에 대해서는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자문을 구한 결과 미이라가 묻혀있었던 만년설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현재는 0℃에서 영하 6℃ 사이로 습도 1백%인 상태에서 보관되고 있다. 일단 이 방법이 시행되자 발견이후 급속하게 진행되던 부패도 멈췄고 앞으로도 더 이상 손상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이탈리아정부도 더 이상 이 미이라의 보호상태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수 없게 됐다. 다만 영토상 이탈리아의 귀속물이라는 주장만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 인스부르크 대학측은 최소한의 연구가 끝나는 4년간만이라도 이 미이라를 옮기지 않을 수 있도록 이탈리아측과 교섭을 계속하고있다.

이 미이라를 연구하는 데는 현재 전유럽의 내로라하는 고고학 해부학 등 관련학자들이 총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이용하는 발달된 기술 덕분에 미이라의 신체훼손도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일례로 불과 10년전만해도 탄소동위원소로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대략 몇십g의 세포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단 1㎎만으로 미이라가 생존했던 시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애당초 미이라가 발견됐을 때는 육안으로 관찰한 결과 '몇천년전 인간인 것 같다'는 인스부르크 대학 측의 주장에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스부르크 뿐 아니라 파리와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에서까지 수차에 걸쳐 확인된 바로는 이 미이라의 주인공의 생존연대가 최소한 4천6백에서 4천8백년전인 것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제 이 미이라가 청동기가 아닌 신석기시대사람이 아닌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이 미이라의 사망당시의 건강상태와 연령, 또 식습관, 사회적 지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나 장(腸)이 완벽한 상태로 보관돼 있어 식습관을 연구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미이라 장속의 기생충을 찾아내 그것이 현대인의 것과 같은지를 조사할 것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플라처 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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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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