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수학이 재밌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자들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어요. 바로 ‘수학재밌데이’입니다. 대체 어떻게 수학이 재밌다는 걸
느끼게 했을까요? 11월 16일과 17일 대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 찾아가 봤습니다.
“수학이 쉽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원리를 깨닫고 그 원리가 세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면 놀랍고 흥미가 생깁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지식만으로도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수학을 더 배우고 싶어지죠.”
윤강준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은 ‘수학재밌데이’의 문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수학이 산업과 예술 등 우리 삶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으면 수학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는 거예요. 추상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것도 수학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겪는 문제도 수학으로 해결하기 때문이죠.
윤 연구부장의 말처럼 이번 행사에서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자들이 산업과 의료, 예술 분야에서 우리가 이해할 만한 수준의 수학 개념이 어떻게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려주고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이틀 동안 가족단위의 참가자 100여 명이 수학의 재미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죠.
수학재밋네? #1. 최단경로 찾기가 원자력발전과 무슨 상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원용설 연구원은 여러 회사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현장의 어려움을 수학 문제로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한 뒤 그게 가능하면 직접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절한 수학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최단경로를 찾는 방법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소에서 다쓴 연료봉을 효율적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제시한 거죠.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연료봉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서 물을 데우고 증기를 발생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해요. 연료봉은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구멍에 들어가고, 다쓴 연료봉은 발전을 중단하고 교체하죠. 이 작업은 방사능 때문에 기계를 조종해서 원격으로 진행하는데, 최대한 빠르게 해야 전기를 생산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어떤 순서로 작업하면 가장 빠르게 연료봉을 교체하고 전기를 다시 생산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원자로 문제를 듣고 ‘외판원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방문해야 하는 여러 지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들르는 순서를 짜는 외판원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 문제는 수학계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왔기 때문에 최적의 해법을 구하는 다양한 방법이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외판원문제의 해법을 활용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죠.
수학재밋네? #12. 중학교 수학만 알아도 예측 문제 풀 수 있다?
이석훈 산업수학전문위원은 이날 모인 학생들에게 중학교 수학이 산업 현장의 문제에 답을 얻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했습니다. ‘1차 함수’와 ‘평균’만 알맞게 쓸 수 있으면 제조업체의 불량품 변화량과 주식 가격 예측, 인공위성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는 거죠.
1차 함수는 x라는 변수의 변화에 따른 함숫값을 나타내는 함수로 y=ax+b 형태로 나타냅니다. 이 위원은 들쭉날쭉한 데이터 속에서 일정한 방향을 발견해 1차 함수로 나타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이 발생하는 수를 시간에 따라 정리하면 변화하는 방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걸 수식으로 바꾸면 얼마 뒤에 불량품 발생량이 최소화되는지 예측할 수 있죠.
평균은 증권회사와 야구에서 꼭 필요한 개념이에요. 증권회사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담당자들은 최근 5일, 10일, 20일 사이의 평균적인 주가를 계산해서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합니다. 야구에서는 타자의 경우 평균 타율로도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는데, 전체 기간의 평균뿐 아니라 최근 5경기 평균과 특정 투수에 대한 평균 타율을 계산해서 선수의 컨디션을 판단하고 경기에 투입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수학 재밌네? #3. 수학으로 전염병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염병을 연구하는 수학자인 이효정 연구원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수학이 공중보건을 지키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했어요. 이 연구원이 일본에서 연구하던 2018년에는 현지에서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풍진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풍진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임신한 여성이 감염될 경우 기형아를 낳을 수 있어 위험해요.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풍진을 박멸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풍진 백신을 접종해야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알아봐 달라고 이 연구원이 속한 연구팀에 의뢰했어요.
연구팀은 풍진 항체 검사 데이터와 연령 및 성별에 따른 풍진 전파 속도, 그리고 연령별 접촉행렬을 토대로 풍진 백신을 접종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성별과 연령대를 알아냈습니다. 접촉행렬은 사람이 하루 동안 몇 명의 사람과 가까이 접촉했는지를 조사해서 수치화한 것으로, 전염병 전파 위험을 계산할 때 중요한 요소로 쓰입니다. 연구팀은 20~49세 남성에게 우선적으로 풍진 백신을 접종할 때 가장 큰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예측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전염병 전파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접촉행렬을 만들려고 시도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