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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공간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예술가가 있습니다.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입니다. 터렐의 작품은 '관람'보다는 '탐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만 같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저와 함께 터렐의 작품을 탐험배 보시죠.

 

 

터렐의 작품은 그저 판에 박힌 단어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듭니다. 빛과 공간이 있고, 하늘과 우주 가 있으며, 수학과 과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고요?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박물관 ‘뮤지엄 산’에 터렐이 열어놓은 공간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길을 따라 가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비로소 터렐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빛을 사랑한 예술가에게 필요했던 수학

 

터렐은 ‘빛’ 그 자체에 관심이 가장 많았습니다. 빛을 사랑한 터렐은 빛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빛의 역사를 살펴보다 빛을 표현한 그림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터너는 자연 풍경에 비춰진 빛을 묘사 했고,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어둠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에서 강조하고 싶은 대상에 빛을 비췄지요. 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 속에서 빛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터렐이 빛을 다룬 방식은 다른 예술가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터렐의 빛은 과거 예술가들 의 표현 기법과 대학에서 공부한 지각심리학이 융합됐지요. 특히 지각심리학의 ‘간츠펠트 효과’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간츠펠트 효과는 장시간 외부의 자극이 차단된 상태에서 감각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뇌에서 자체적으로 환상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에 완전히 매료된 터렐은 빛을 이용해 간츠펠트 효과를 느낄 수 있 는 작품을 만듭니다. 


나아가 터렐은 표면에 반사돼 우리가 볼 수 있는 빛 그 이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터렐에게 빛은 그저 어둠을 밝히기 위한 게 아닌, 공간을 만드는 물질이었기 때문이지요. 빛의 특성을 파악해 더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려고 했던 터렐에게 필요 한 건 수학과 과학이었습니다. 


 수학에서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리만 기하학’이었습니다. 터렐은 공간을 다루는 예술가였기 때문에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유클리드 기하학 보다 공간과 곡선을 다루는 리만 기하학에 훨씬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 유체의 흐름 일부가 원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인 ‘와류 역학’을 비롯해 각종 과학 개념도 연구해 작품에 응용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터렐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간에 있는 ‘간츠펠트’입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계단 위에 네모 반듯한 캔버스가 붙어있는 줄만 알았는데, 계단 위로 올라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캔버스가 아닌 발을 내딛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온 겁니다. 입구 근처에 살짝 아래로 경사를 만들어 끊임없이 넓은 공간 인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게 한 겁니다. 여기에 더 해진 오묘한 빛은 마치 환상 속 공간에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터렐은 지리학, 천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 또는 수학 개념을 원천으로 해서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었고, 그 결과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터렐만의 독특한 예술 작품 양식을 구축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개념으로 탄생한 터렐의 작품을 조 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 터렐은 항공우주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항공과 천문학에 관심을 가졌으며 대학에서 지각심리학을 비롯해 수학, 천문학, 그리고 미술을 공부했다.

 

 

타원과 직사각형으로 하늘을 본 터렐 


 1977년 터렐은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40만 년 된 사화산, ‘로덴 분화구’를 구매 했습니다. 그 어떤 장애물 없이 오직 하늘만 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한 계획 때문이었지요. 이 후 터렐은 30년 넘게 분화구를 둘러싼 지름 5km 지대의 땅을 작업합니다. 


 터렐은 분화구 안에 11개의 방을 만들고, 모든 방을 이어 화산 내부를 관통하는 터널을 냈습니다. 그리고 천체의 움직임에 맞게 방향을 측정한 뒤, 각 방에 천체를 볼 수 있는 원형 구멍을 뚫었습니다. 긴 터널을 따라 걸으며 각 공간이 연출하는 다양한 빛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요. 로덴 분화구는 터렐에 의해 주변의 하늘과 땅, 문 명과 우주가 연결된 대규모의 예술 작품으로 탈바 꿈합니다. 이 작품은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여전히 작업 중입니다. 


 터렐은 이처럼 정사각형이나 타원형으로 구멍을 뚫어 빛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터렐의 공간에 들어간 모든 사람은 매일, 매 순간 다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말이죠. 하늘은 시시각각 으로 달라지니, 매 순간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밝은 낮에는 지구의 움직임을, 어두 운 밤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체를 볼 수 있으니까요. 마치 맨눈으로 천체현상을 관찰할 수 있 는 천문대와 같습니다.  

 

▲ 사진에 있는 계단 위로 올라가 2차원 평면으로 보이는 곳으로 발을 내딛으면 이와 같은 환상적인 공간이 나온다. 간츠펠트 효과에서 여감을 받아 만든 작품 '간츠펠트'다.

 


터렐의 빛으로 만들어진 공간 


 혹시 처음에 봤던 작품이 기억나나요? 완벽하게 빛을 차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시작된 작품이요. 미세한 빛 하나 없는 공간에서 오직 촉각에만 의존한 채 벽을 잡고 따라 걸어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붉은 빛줄기가 보입니다. 


 이 작품은 복도나 전시 공간에 빛을 투사해, 하나 이상 겹쳐진 면과 선을 만든 작품입니다. 앞서 터렐은 빛을 물질로 여겼다고 했지요? 빛이 마치 물질이 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붉 은 조명이 비스듬하게 보이는 면을 만들고, 그 위에 푸른 빛의 선을 교차시켜 예리한 각을 이룹니 다. 이 형태가 쐐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웨지워크’로 불립니다. 


 이처럼 다른 작품에서 대개 보조개념으로 쓰였던 빛은 터렐의 작품에서 만큼은 주인공이 되고, 또 그 공간에서 면과 선을 만듭니다. 터렐은 빛과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빛이 만드는 과학적인 현상과 무한한 공간에 대한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해 환상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환상의 공간으로 가고 싶다고요? 그럼 터렐의 작품으로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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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 사진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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