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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화려한 색과 무늬로 치장한 이슬람 사원. 그 화려함과 정교함이 놀랍도록 눈부시다. 이슬람 예술가들은 어떻게 이토록 규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와 같은 무늬는 비단 건축뿐 아니라 직물, 생활소품, 장신구까지 이슬람 문화 전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 이슬람 타일 무늬에 어떤 기하학적인 특별함이 있는지 살펴보자.


아라베스크의 꽃, 세이크 로트폴라 사원

이슬람 문화에서는 왜 정교하고 화려한 기하학적 무늬가 발달했을까? 그 이유는 이슬람교의 종교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신만이 영원하고 절대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신의 피조물인 자연과 인간을 모방하는 것을 매우 불경스러운 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이슬람 예술가들은 예로부터 자연이나 인간을 그대로 형상화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기 보다는 일정한 모양으로 표현하거나 추상화해왔다. 이러한 이슬람 예술가들의 감각은 ‘아라베스크’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라베스크는 양식화된 식물의 꽃, 줄기 등을 뜻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어 ‘아라베스코(arabesco)’에서 유래한 말로, 식물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한 무늬를 뜻한다. 아라베스크는 이슬람 예술의 정수라고 할 만큼 벽면이나 공예품, 직물, 그릇 등 이슬람 문화의 전 영역에서 볼 수 있다.
 

그리스의 별, 이슬람의 타일이 되다!

이슬람 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늬 중 하나는 바로 ‘별 모양’이다. 그리스에서 기원한 별 모양은 이슬람의 가장 초기부터 장식과 타일 무늬에 자주 쓰이곤 했다. 이후 12세기 중반부터 이슬람 예술가들은 원의 호와 별 모양을 이용해 화려하고 정교한 기하학적 무늬로 발전시켰다.

이슬람 별 무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20세기 초 영국의 어니스트 핸버리 핸킨이었다. 그의 직업은 놀랍게도 말라리아와 콜레라와 같은 질병을 연구하는 세균학자였다. 핸킨은 주로 인도에서 활동했는데, 인도에 머무는 동안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의 묘에서 별 무늬를 본 계기로 이슬람 별 무늬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의 연구는 이슬람 별 무늬를 만드는 알고리즘의 토대가 되었다.
 

핸킨(Hankin)의 별 무늬 만드는 방법

핸킨이 제안한 별 무늬를 만드는 방법은 다각형을 이루는 변에 X자 모양의 반직선을 긋는 것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그림➊과 같이 십각형과 나비넥타이 모양 타일로 이뤄진 타일링이 있다고 하자. 십각형의 변 중앙에 X자 반직선을 그은 다음, 그 반직선을 이으면 기하학적인 무늬가 생긴다(푸른색 선). 여기서 본래의 타일링 무늬인 검은색 선을 지우면, ➋와 같은 별 무늬가 나타난다. 핸킨은 반직선이 다각형의 변과 이루는 각도에 따라 그림 ➌과 같이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무늬를 통해 배우는 타일링의 모든 것!

타일링은 평면을 구성하는 타일 종류의 개수에 따라 ‘규칙성 타일링’과 ‘반규칙적 타일링’으로, 대칭성에 따라 ‘주기적 타일링’과 ‘비주기적 타일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규칙성 타일링은 타일의 종류가 한 가지임을 뜻하고, 반규칙적 타일링은 타일의 종류가 2개 이상임을 뜻한다. 그리고 주기적 타일링은 타일을 평행이동 했을 때 겹치는 타일링이며, 비주기적 타일링은 겹쳐지지 않는 타일링이다. 각각의 경우를 자세하게 알아보자.


규칙성 타일링

한 종류의 정다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타일링의 수는?


한 종류의 정다각형으로 평면을 채우는 경우는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으로 단 3가지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면(360°)을 정다각형으로 빈틈없이 채우려면 정다각형의 내각의 크기가 360°의 약수여야 하는데, 정다각형의 내각 중 360의 약수가 되는 경우는 정삼각형(60°), 정사각형(90°), 정육각형(120°)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규칙성 타일링

정다각형 2개 이상으로 만들 수 있는 타일링의 수는?


2개 이상의 정다각형으로 평면을 채우는 경우는 모두 8가지로, 아래의 그림과 같다. 이것을 발견한 사람은 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로, 한 종류의 정다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3가지 타일링을 더한 11가지를 ‘아르키메데스의 타일링’이라고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훗날 수학자들이 아르키메데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비주기적 타일링

5가지 기리(Girih) 타일로 만든 이슬람 타일링은 펜로즈 타일링?!


앞서 소개한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은 모두 주기적 타일링에 속한다. 타일링을 평행이동 했을 때 겹쳐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평행이동 했을 때 겹쳐지지 않는 타일링을 ‘비주기적 타일링’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비주기적 타일링으로는 ‘펜로즈 타일링’이 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는 타일 두 종류만 써서 주기성이 나오지 않는 타일링을 만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무척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주기성을 띄지 않는다.

펜로즈 타일링이 2개의 타일을 이용해 무늬를 만든 것이라면, 이슬람 무늬는 대부분 5개의 타일로 이뤄져 있음이 밝혀졌다.

‘기리 타일’이라고 부르는 이 타일은 오른쪽 아래 그림과 같이 오각형, 육각형, 십각형, 나비넥타이, 마름모 모양과 같이 모두 다섯 가지다.

화려하고 정교한 이슬람 무늬는 자와 컴퍼스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기리 타일 위에 그려진 선으로 인해 생긴 무늬였던 것이다.

한편, 2009년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기리 타일로 만든 이슬람 무늬가 펜로즈 타일링의 조합과 같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래 전 이슬람 예술가들이 펜로즈 타일링의 원리를 알고 있었던 걸까?
 
두 종류의 타일을 이용한 펜로즈 타일링.
 

2013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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