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국회에 교복을 입은 경희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등장했다. 심지어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학생들은‘뽀로로’와 ‘도라에몽’ 그림을 국회의원 앞에서 선보였다. 이 학생들,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걸까?
“경희여고 매스아이가 알지오매스 활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치른 모의고사 문제를 알
지오매스로 푸는 방법은 물론 유명한 캐릭터를 그린 방법도 알려드릴게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알지오매스라는 수학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학생과 교사, 수학 전문가가 한데 모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학을 공부하는 새로운 교육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알지오매스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경희여고 수학동아리 매스아이는 동아리 대표로 무대에 올라 알지오매스의 다양한 활용법을 소개했다.
알지오매스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 전문가들이 개발한 수학 학습용 소프트웨어다. 경희여고 홍창섭 교사는 알지오매스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애초 홍 교사는 이날 발표자로 초대를 받았지만, 홍 교사는 발표자로 나서는 대신 직접 지도하는 동아리 학생들의 산출물을 발표하겠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실제로 알지오매스를 이용해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소개할 수 있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매스아이의 첫 임무는 알지오매스
알지오매스 토크콘서트 취지에 맞게 직관적으로 활용법을 보여줄 수 있는 탐구 과제가 필요했다.동시에 매스아이 동아리원이 대부분 고3이어서 ‘고3’에 맞는 콘셉트를 찾는 것도 과제였다.
고심 끝에 결정한 첫 번째 순서는 교사와 학생이 알지오매스의 블록코딩을 이용해 꽃 빨리 그리기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이어 알지오매스로 캐릭터 그리기, 복잡한 6월 모의고사 30번 문제를 알지오매스로 간단하게 풀기를 진행했다. 특히 캐릭터 그리기는 실제와 똑 닮은 모습을 구현해 청중
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3학년 한리안 양은 “낯선 알지오매스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과제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
스러웠다”면서도, “동아리 이름을 건 발표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밤새가며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아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매스아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년째 매스아이에서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최지영 양은 “학생들이 원하는 건 모두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홍창섭 선생님 덕분에 알찬 동아리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얘들아, 올해 매스아이에서 뭐 하고 싶니?”
매년 동아리 첫 시간에 홍 교사가 하는 말이다. 일부러 계획이 없는 ‘척’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이때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좋으면 적극적으로 도와 진행하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면 그때 교
사가 나서 도와준다.
2018년 학교 축제 때 선보인 방탈출 게임은 동아리부장인 최지영 양의 아이디어로 다함께 기획
하고 준비한 이벤트다. 이다은 양은 “준비 과정은 고됐지만, 우리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체험한 친구들의 좋은 반응을 보고 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방탈출 게임을 체험한 뒤 관심이 생겨 매스아이에 가입한 학생도 있었다.
올해는 국회에서 알지오매스 산출물 발표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쏟아 아직 학생들이 기획한 활동
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기 초에 기획한 목표 중 하나는 수학을 이용한 이모티콘 ‘매스티콘 만들기’다. 이 아이디어를 낸 3학년 공수민 양은 “일상생활에서 수학 용어나 기호가 많이 쓰이게 만들고 싶어 수학 용어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만드는 활동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 교사에게도 계획이 있다. 경희여고 수학실을 다른 학교 수학실처럼 꾸미는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현재 텅텅 비어있는 흰 벽은 수학 원리가 담긴 테셀레이션 무늬로 멋지게 바뀔 예정이다. 매스아이가 앞으로 또 어떤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