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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곳에 길이 있다" 잉그리드 도브시 인터뷰

2019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3월 14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에서 잉그리드 도브시 미국 듀크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2019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받았다. 북아메리카 지역 수상자로 선정된 도브시 교수가 시상식을 마치고 이메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상이 있다는 건 아직 많은 나라에 여성 수학자가 적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와 별개로 저처럼 순수 수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쁩니다.”


도브시 교수는 올해부터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의 수상 분야에 수학이 추가돼 기쁘다는 말과 함께 수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1998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여성 과학자들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매년 생명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번갈아 가며 수상자를 선정하며, 아프리카 및 아랍권, 아시아-태평양, 유럽, 라틴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이렇게 5개 지역으로 묶어 각각 1명씩 수상자를 뽑는다. 올해 처음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추가했다.


이론 물리학자에서 수학자로


도브시 교수의 전공은 이론 물리학이다. 어린 시절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굴절해 파장이 다른 빛으로 나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싶어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학부 과정을 3년 만에 마친 뒤 5년 동안 공부한 끝에 양자역학에 관한 연구로 이론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리학도의 길을 걷던 도브시 교수를 수학의 길로 이끈 건 프랑스 수학자 이브 메이에와의 만남이다. 도브시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AT & T 벨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때 메이에와 박사 학위 지도 교수인 알렉스 그로스만과 웨이블릿 이론에 관해 공동 연구하면서 수학에 매료됐다. 도브시 교수는 “제 물리학 연구는 굉장히 이론적이고 수학적이어서 웨이블릿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수학을 활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웨이블릿 이론은 사진, 영상, 신호 등을 기본 조각으로 분리해 불필요한 부분을 없앤 뒤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사진을 이루는 픽셀 중 원본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만큼만 불필요한 픽셀을 제거하면, 화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허블 망원경이 찍은 사진이나 의료 사진 압축, 무선 통신에 두루 쓰인다. 2015년에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도브시 교수는 웨이블릿 이론을 이용해 반 고흐와 렘브란트 판 레인의 작품이 맞는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이미지 처리 기법을 개발했고, 2016년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화가 프렌체스쿠초 기시의 작품 ‘세인트 존’의 복원 작업에도 참여했다. 


1993년 도브시 교수가 쓴 웨이블릿 이론에 관한 논문은 약 1만 번이나 인용됐고, 도브시 교수의 모든 논문과 강연의 인용 횟수를 합치면 약 8만 6천 번에 이른다. 수학 연구 중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이다.


이런 활약 덕분인지 도브시 교수는 ‘최초’라는 수식어와 인연이 깊다. 1994년 여성 최초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정교수가 됐고, 2000년 여성 최초로 미국국립과학원상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국제수학연맹 최초의 여성 회장으로 선출됐다.

 

수학자이자 열렬한 지원자 


도브시 교수는 여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한희경 듀크대 수학과 교수와 함께 수학에 관심 있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워크숍을 매년 열고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은 ‘암호 깨기’, ‘케이크 공평하게 나누기’ 같은 수학 강의를 듣고 듀크대 수학과 학생과 교수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도브시 교수는 “미국에서 여성 수학자가 드문 이유는 이공 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적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흥미로운 학문인지 알려주고 수학자의 연구 방식을 경험하게 해 이공 계열에 진학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도브시 교수는 과학자,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연구자로서 연구 성과를 많이 내는 것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건 한번에 여러 일을 하는 것처럼 어려워요. 이런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짝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둘이 상의하고 힘을 합치면 잘 극복할 수 있죠.” 

2019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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