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개념을 세계 최초로 생각해내고 디지털 정보 보안 시대를 열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정보 보안 기술 전문가들은 튜링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수학을 전공한 21세기의 튜링을 만나기 위해 삼성SDS를 찾았다.
●SW와 보안 기술 연구
삼성은 누구나 아는 기업이지만 삼성SDS는 학생들에게는 낯선 이름인데 어떤 일을 하나요?
삼성SDS는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SW) 회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SW를 개발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SW도 개발했습니다. 이런 모든 SW에는 정보 보안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보안 기술도 연구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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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모든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들어가는 보안 기술을 연구합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용자 인증 기술에서 안전하게 정보를 보호하는 일이죠. 또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닫는 도어락과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 많이 적용되는 홈 IoT(사물인터넷) 서비스에도 보안 기술이 들어갑니다. 그밖에 빅데이터 분석에도 보안이 중요하죠. 보안과 관련된 모든 걸 연구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 수학은 보안의 기초
하시는 연구에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나요?
적용 분야가 다양한 만큼 여러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 중에는 암호처럼 수학적인 성격이 강한 연구도 있죠. 작년에는 암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7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풀어 국제학회에서 발표했어요. 전자칩이 탑재된 신용카드나 전자여권, 자동차 스마트키의 ‘전자서명 암호키’를 임의의 값으로 대체해 해킹을 차단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죠.
정보 보안 기술은 정보를 암호화하는 기술을 포함해 악성코드를 찾아내는 기술 등 범위가 무척 넓어요. 하지만 모든 보안 연구의 기본은 수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팀원의 3분의 2 정도가 수학과 출신이에요. 나머지는 전산학이나 물리학 등을 전공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보안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AI를 이해하려면 행렬, 미분 등의 수학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요?
팀원들과 함께 토의하면서 연구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새로운 동향이나 문제, 정보를 공유하거나 연구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경우가 무척 많거든요. 17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풀었어요.
● 보안의 미래 '매우 맑음'
어떤 계기로 보안을 연구하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수학을 가장 좋아했고, 잘 했어요. 하지만 수학과보다는 의대에 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차선책으로 수학과에 들어갔죠.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한동안은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지냈는데 미국에 여행을 가서 만난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할 의욕이 생겼어요. 수학 전공자의 전망이 밝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수학을 공부하면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수학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암호학이 유망한 분야로 떠올랐죠. 그걸 계기로 유학을 가서 캐나다와 영국에서 암호와 정보 보안을 공부했어요.
앞으로 보안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요?
지금은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예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죠. 또 IoT나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차처럼 앞으로는 모든 것들이 통신으로 연결될 거예요. 게다가 최근 해커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죠. 그런 만큼 보안은 더 중요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