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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통한 수학 게임 앱, 토도수학

 

42가지 게임으로 즐기면서 수학 개념을 익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아프리카에서도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수학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그런데 이를 만든 사람은 전설의 게임 개발자라고 한다. 수학 게임 앱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코끼리와 생쥐가 서커스 묘기를 부리듯 바퀴가 달린 수레 위에 올라가 있다. 코끼리에게는 ‘가장 큰’이라는 말풍선이, 생쥐에게는 ‘가장 작은’이라는 말풍선이 달려 있다. 두 동물이 올라탄 수레 아래에는 크기가 다른 직사각형이 그려진 카드 세 장이 놓여 있다. ‘아하!’하고 느낌이 왔다. 가장 큰 직사각형을 코끼리가 탄 수레에, 가장 작은 직사각형을 생쥐가 탄 수레에 실으라는 것 같다. 생각대로 화면을 터치해서 카드를 옮겨 놓으니 동물들이 다리를 들고 묘기를 부리며 수레가 굴러간다. 미션 성공이다.

 

 

수학 교육용 게임 앱 ‘토도수학’의 한 장면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 도형과 크기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게임이다. 교육용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 ‘에누마’에서 만든 토도수학에는 이런 게임이 42개나 들어있다. 수 세기와 연산의 기초, 수학적 사고, 기하, 그래프, 측정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이다. 정유진 에누마 최고운영책임자는 “게임의 법칙을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토도수학의 특징”이라며, “유치원생 이상을 위한 내용이지만 2~3세 아이들도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앱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와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는 부부 사이로, 청각장애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 부부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수학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앱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다. 여기에 학습장애가 있는 자녀를 기르는 교육 전문가와 장애인 교육 전문가가 동참하면서 교육적으로 탄탄한 구조를 가진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모든 아이가 수학을 즐기도록 돕는 디자인
 

 

토도수학은 장애아동의 교육을 위해 학습 내용과 게임을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그랬더니 장애아동은 물론 모든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정 최고운영책임자는 그 이유가 ‘보편적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에 있다고 설명했다.

 

보편적학습설계란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장애가 없는 경우라도 어떤 아이는 눈으로 봤을 때 특정 개념을 잘 이해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손으로 만지거나 동작을 했을 때 더 쉽게 개념을 이해한다. 이처럼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있는데, 보편적학습설계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해 교육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토도수학의 게임들은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을 이미지와 소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줄 뿐 아니라 문제에 답하는 방법도 쓰기와 아이콘을 옮기는 방식 등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게 설계했다. 정 최고운영책임자는 “쓰는 게 힘든 아이들은 답을 알아도 표현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세심한 설계는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토도수학은 보편적학습설계를 앱에 잘 반영한 우수사례로 뽑혀서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토도수학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4000명 이상의 교사들이 수업 보조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정 최고운영책임자는 “교사인 엄마들이 토도수학을 써 보고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을 해서 교사용 학생 관리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학습 돕는 ‘킷킷학교’

 

 

에누마는 현재 토도수학을 바탕으로 ‘킷킷학교’라는 스와힐리어와 수학 교육용 게임 앱을 만들어 아프리카 오지의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이 만든 글로벌 비영리재단인 ‘엑스프라이즈재단’이 아프리카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한 대회에 도전한 것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198팀 중에서 최종 후보로 선발된 다섯 팀은 직접 만든 앱을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하게 되는데, 에누마의 킷킷학교가 최종 후보 중 하나다. 약 1년 6개월 동안의 시험 운영을 마친 뒤 가장 교육 효과가 뛰어난 앱을 선정해 2019년 6월에 발표한다. 

 

현재까지 상황은 긍정적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140여 개 마을에서 약 8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하고 있는데, 3개월 동안 운영한 뒤 중간 평가를 한 결과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언어와 수학 실력이 전보다 각각 10% 정도 높아진 반면 학교를 다니지 않고 킷킷학교로만 학습한 아이들은 언어와 수학 실력이 각각 15%와 20%씩 좋아졌다. 정 최고운영책임자는 “글을 모르던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스와힐리어로 이름을 쓰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토도수학을 만든 전설의 게임 리니지 제작진


토도수학을 내려받아 게임을 해 보면 알겠지만 ‘그저 그런’ 교육용 게임이 아니다. 캐릭터들의 귀여운 움직임과 재미있는 효과음, 그리고 게임과 게임 사이에 몬스터를 사냥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설정 등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알고 보니 토도수학을 만든 에누마의 제작진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리니지 게임을 디자인한 주역들이다. 최고의 게임 전문가와 교육 전문가가 만나서 교육적인 효과와 재미를 극대화시킨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 깜짝인터뷰 ““게임의 언어는 수학입니다””

 

Q 게임을 만드는 데에도 수학적 사고와 지식이 필요할까요?
 

물론이죠. 한 가지 직접적인 예를 들자면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할 때 수학적인 표현이 중요합니다. 토도수학에 있는 게임들 중에 ‘탈리’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게 있는데요, 손으로 끌어다가 다른 탈리 근처로 가져가면 ‘찰싹~’ 붙게 되고, 반대로 당기면 ‘띠용~’하면서 떨어집니다.

 

이렇게 말로 하면 간단해보이지만, 찰싹~이나 띠용~ 같은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면 수학이 중요합니다. 일단 탈리의 위치를 시간에 따른 함수로 표현하고, 탈리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으니 탄성, 작용과 반작용, 관성과 가속도 등을 적용해야 하죠. 그런 뒤 상수들을 조절해가면서 느낌이 좋고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오도록 합니다. 이런 규칙들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고, 그 수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이리저리 조금씩 바꿔가면서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Q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에게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저에게 수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규칙을 서술하는 언어’라고 말할 겁니다.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규칙의 모음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입력을 받으면 어떻게 한다’든지 ‘그래픽이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한다’든지 갖가지 규칙을 컴퓨터가 알아듣게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입니다. 그만큼 수학적인 소양은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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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호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에누마
  • 기타

    [디자인]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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