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10월 급식 식단표를 보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아뿔싸, HWP 파일을 열어야 확인할 수 있단다. 오늘 점심 메뉴 하나 확인하려고 아래아한글이나 한글 뷰어 프로그램을 깔고 봐야 한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글 프로그램 없이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각종 자료를 한글 혹은 오피스 같은 전자문서로 작성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깔려있지 않으면 파일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가 있다. 바로 ‘사이냅소프트’다.
사이냅소프트는 전자문서를 내려받아 실행하지 않고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크롬 같은 웹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게 만든 SW ‘사이냅 뷰어’를 개발한 기업이다. 알고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SW를 써봤다.
광역 지자체 홈페이지의 95%와 중앙부처 홈페이지의 60%, 4,600개 이상의 학교 홈페이지에서 사이냅 뷰어를 쓰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와 네이버 메일, 다음 메일, 네이트 메일에서 첨부된 파일 미리보기를 할 때 쓰이는 SW도 사이냅 뷰어다. 단지 그 SW를 어디서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을 뿐이다.
18년 내공 쌓은 SW기업
사이냅소프트는 18년 동안 전자문서 처리 관련 기술을 연구해왔다. 가장 먼저 개발한 프로그램은 전자문서 안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사이냅 필터’다. 예를 들어, 한글 파일에서 문서를 작성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안에 글뿐만 아니라 표와 본문 과 다른 글 표기인 주석까지 있다. 사이냅 필터는 본문은 물론, 표 안의 글과 주석에서 글자만 추출해 준다.
사이냅소프트는 웹에서 전자문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사이냅 뷰어도 만들었다. 사이냅 뷰어 덕분에 원래 문서의 모습 그대로 웹에서 볼 수 있다. 사이냅 뷰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웹에서 전자문서를 실행했을 때 간단한 편집까지 할 수 있는 SW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취미처럼 시작한 오일러 프로젝트
사이냅소프트는 오일러 프로젝트 영문 사이트의 문제를 번역해 한국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오일러 프로젝트 사이트는 영문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도전하기 쉽지 않다. 영어에 익숙하더라도 수학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사이냅소프트는 오일러 프로젝트 운영진에게 메일을 보내 문제를 한국어로 번역해 제공해도 괜찮은지 문의한 뒤,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문제를 번역할 때는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또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강중빈 사이냅소프트 개발본부 상무는 “수학과 프로그래밍의 만남이라는 게 흥미로웠다”며,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문제 풀이를 즐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즐거움을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국어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이냅소프트는 앞으로 프로그래밍 초보자도 오일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보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좋은 알고리즘이 눈에 더 잘 띄고 더 많아질 수 있도록 SNS의 ‘좋아요’처럼 추천할 수 기능도 추가로 넣을 예정이다. 앞으로 사이냅소프트가 새롭게 만들 SW와 오일러 프로젝트 한국어 사이트의 발전을 기대한다.
● “프로그래머에게 수학은 필수입니다!”
Q 프로그래머는 수학에 관심이 많아야 하나요?
먼저 프로그래머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마법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듯이 코드를 짜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지요. 내 머릿속의 논리가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바뀌면 정말 짜릿합니다 프로그래머에게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게 돕는 수학은 필수입니다. 실제로 수학적 아이디어 자체가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에 중요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만약 데이터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교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배우는 ‘선형대수학’과 ‘확률과 통계’에 집중하면 좋습니다.
Q 프로그래머 외에 어떤 직업이 SW와 관련있나요?
‘QA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직업입니다. QA는 영어 단어 ‘Quality Assurance’의 약자로, SW의 품질을 보증하고 SW를 테스트하는 직업입니다. QA엔지니어는 SW를 개발할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본과 미국 SW 기업의 경우 프로그래머보다 QA엔지니어가 2배 이상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의 SW를 만들었는지 확실하게 테스트하는 거지요.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경력이 많은 프로그래머를 QA엔지니어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SW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SW를 감수하니 완성도가 더 있겠지요? 논리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프로그래머, 꼼꼼하고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성격의 사람이라면 QA엔지니어가 적성에 잘 맞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