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의 발전의 위하여! 클라인 프로젝트
“클라인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해 주세요!”
세계 수학교육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가 지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수학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100여 개국에서 4000여 명의 수학교육자들이 함께했다. 수학교육 분야의 논문도 총 1400여 편이나 발표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회를 주관한 국제수학교육위원회의 윌리엄 바톤 회장은 국제수학교육대회 개최를 알리며, ‘클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클라인 프로젝트는 수학 수업시간에 현대 수학과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전세계 수학교육자들의 아이디어를 한 자리에 모으는 프로젝트다.
누구나 수학계의 중요한 문제를 중고생들에게 알기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메일로 보내면, 국제수학교육위원회에서 좋은 자료를 선정해 클라인 프로젝트 블로그에 올린다. 그러면 다른 수학교육자가 보고 이 자료를 활용하거나 더 좋은 방법을 덧글로 남긴다. 이렇게 전세계 수학교육자들이 수학교육 자료를 공유하며, 수학교육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클라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클라인 프로젝트는 1908년 국제수학교육위원회를 만든 독일의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의 뜻을 이어받은 것이다. 클라인은 수학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수학교육자들끼리의 교류를 꼽았다. 학문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다양한 의견을 나눠야 발전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클라인 프로젝트를 전세계 수학교육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워크숍도 마련됐다.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국제수학교육대회는 첫날 수학교육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학교육자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을 시작으로 논문 발표와 세미나로 이루어진 학술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7일 간의 일정 중 이틀은 일반인도 참여 할 수 있는 전시와 체험행사가 열려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두근두근, 최고의 수학교육자는 누구?
국제수학교육대회에서 가장 큰 행사는 펠릭스 클라인 메달과 한스 프로이덴탈 메달을 수여하는 시상식이다. 펠릭스 클라인 메달은 평생에 걸쳐 수학교육에 공로를 남긴 연구자에게 주는 일종의 공로상이다. 그리고 한스 프로이덴탈 메달은 지난 10년 동안 수학교육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홀수 해에 수상자를 발표한 뒤 그 다음 열리는 국제수학교육대회 개막식에서 메달을 증정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2009년, 2011년 수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메달이 주어졌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생일날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서 기쁩니다.”
2011년 클라인 메달의 영광은 시상식 당일인 7월 9일에 생일을 맞은 미국의 앨런 쉔펠트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헝가리의 수학자 조지 폴리아가 제시한 문제해결 전략(문제이해→풀이계획→실행→반성)을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이론화 시켰다.
2009년 클라인 메달은 호주의 길라 레더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수학 학습과 성취도에 있어 남녀 차이를 연구한 결과를 인정받았다. 선천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근거는 없지만, 몇몇 시험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녀는 그 이유로 수학교육 환경을 꼬집었다. 남성의 성적이 더 높게 나오는 집단을 살펴보면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이 수학교육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증거로, 실제로 몇몇 국가에선 아직도 여성이 초등 수학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2009, 2011 한스 프로이덴탈 메달은 프랑스의 이브 쉐바야르 교수와 캐나다의 루이스 레드포드 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이브 쉐바야르 교수는 새로운 수학교육과정을 개발해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수학교육에 큰 영향을 끼친 공로로, 루이스 레드포드 교수는 수학과 관련된 기호학과 인류학을 연구한 결과로 상을 받았다.
펠릭스 클라인 메달과 한스 프로이덴탈 메달 수상자는 국제수학교육위원회 회장이 지명한 6명의 심사위원이 후보들에게 점수를 매겨 결정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6명의 심사위원에 대한 정보는 회장만 알고 있으며, 심사위원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수상자 발표가 끝나면 국제수학교육위원회를 통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다.
오늘은 여학생을 위한 날, Girl’s Math Day!
국제수학교육대회의 넷째 날인 7월 11일은 ‘걸스매스데이(Girl’s Math Day)’였다. 여성수학자를 꿈꾸는 많은 여학생들이 그 꿈을 이루기 바라는 뜻을 담아 ‘여성수리과학자와의 멘토링’ 행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여중생부터 여대생까지 약 1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를 위해 전국에서 20명이 넘는 여성수학자가 모였다. 수학동아 독자 10명도 특별히 초대받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날 프로그램은 여러 분야에서 수학의 힘으로 활약하고 있는 3명의 여성수학자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미국 애리노나주립대 수학 및 통계학부 교수이자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교환교수로 재직 중인 노경하 교수가 첫 강연을 맡아 진행했다.
“국내에서 수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수학교육으로 연구 분야를 바꿨어요. 수학교육에서도 수학적인 지식은 중요한 역할을 해요.”
노 교수는 수학과 수학교육을 모두 전공한 경험을 나누며, 수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국방연구원에서 무기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주성진 박사는 “수학은 수학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분야에서도 쓰인다”는 말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수학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음을 설명했다. 포탄이 날아가는 궤적과 속도, 거리 등을 계산하는 무기 개발에서 수학적인 계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신의 연구를 통해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화여대 의과학연구소의 남혜원 박사는 수학을 활용한 의료 영상 연구를 소개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각 조별로 여성수학자와 함께 자신의 꿈을 나누고 이야기 하는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서울 한영외고 2학년 박도연 양은 “수학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여성수학자를 만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수학을 토대로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수학연맹의 첫 여성 회장, 잉그리드 도브시를 만나다!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제수학연맹의 회장인 잉그리드 도브시가 한국을 방문했다. 잉그리드 도브시는 국제수학연맹의 최초 여성 회장으로, 93년 만에 금녀의 벽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수학자다. 도브시 박사를 직접 만나 수학교육과 여성수학자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국제수학연맹의 첫 여성 회장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국제수학연맹에 여성 회장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계에 중요한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저명한 여성수학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지요. 제가 여성으로서 연맹을 대표하는 것에 기뻐하는 여성수학자가 많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너무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국에 우리 모두는 성별에 관한 차이를 두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부분은 앞선 학년의 수학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편입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데에 선행학습이 필요한가요?
수학처럼 중요한 과목을 미리 공부한다는 열정은 좋지만,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우면 따분하고 지겹지 않을까요? 어떤 과목을 공부하던 즐겁게 공부하려면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데, 선행학습으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실생활과 연관된 수학을 다루는 ‘스토리텔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척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수학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면, 수학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저는 여러 분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미술사학자들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표절 작품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학생들도 수학이 우리 생활과 떨어져 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수학을 찾아 보세요.
수학 축제의 장, Math Carnival
이번 국제수학교육대회에서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나 일반인도 수학을 체험할 수 있는 ‘매스 카니발’이 열렸다. 세계 각국에서 초대된 우수한 수학교사에게 직접 수학을 배울 수 있는 매스 플라자와, 만들기나 실험으로 수학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부스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 중국과 같이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수학교육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전시부스 등 다채로운 체험 기회도 마련됐다. 수학을 즐겁게 체험하는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종이접기’를 이용한 기하학 수업
일본 츠쿠바대 부속학교 교사인 마사미 아이소다 교사는 종이접기를 이용해 두 종류의 삼각자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해 설명할 수 있는 기하학 개념과 재밌는 퀴즈로 수업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영국의 교사와 한국의 학생들이 만나다!
영국 캠브리지대 제니 케이지 교수가 서울 상계동 용화여고 1학년 학생들에게 화상을 통해 프랙탈에 대한 수학수업을 진행했다. 제니 케이지 교수는 화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프랙탈 이미지를 보여 준 다음, 질문하고 답하는 문답형 수업을 했다.
한국의 전통놀이에서 수학을~!
행사장 입구에는 한국의 전통의복인 한복을 입고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됐다. 백제시대에 즐겼던 저포놀이와 조선시대 양반들이 주로 즐겼던 쌍육놀이, ‘땅에서 노는 바둑’이란 뜻의 참고누 놀이까지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한복을 직접 입고 저포놀이를 체험한 부산 동래고 1학년 류명우 군은 “직접 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 즐겁다”며, “앞으로도 수학교육대회를 통해 다양한 수학 체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의 수학교육을 만나다!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세계 각 나라의 수학교육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미국의 수학교육을 전시한 곳에는 미국 및 캐나다 수학교사협회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수학교육 자료및 수학 잡지를 볼 수 있었다. 인도의 수학교육을 전시한 부스에서는 인도에서 유래한 전통놀이 ‘만카라’도 체험할 수 있었다.
아하! 실험으로 느끼는 기하학의 세계
기하학은 어렵다?! 도형의 세계에서 여러 가지 도형과 관련된 실험을 해 본다면 이런 생각이 사라진다. 기하학의 원리를 실험이나 체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교구와 실험도구가 전시돼 있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로 당구를 즐기며 타원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다.
축제를 기념하는 수학티셔츠 만들기!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티셔츠와 페이스페인팅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매스 카니발에 참여한 인천 청라고 김정민 수학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국제수학교육대회에 참여하게 돼 즐겁다”며,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얻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참석한 많은 수학교육자와 교사,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풍성한 수학의 축제로 마무리됐습니다. 올해 열린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아시아수학대회, 2014년에는 국제수학자대회까지 3년 연속으로 우리나라에서 수학 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큰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수학과 수학교육을 세계에 알리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즐기기를 바랍니다."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신현용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