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목 터지게 외치셨나요? 월드컵의 열기가 한껏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 월드컵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공인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텔스타 18’이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빕니다.
월드컵의 역사는 19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인구를 도입한 건 그 뒤로 40년이 흐른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입니다. 그전까지는 대회를 위해 공식적으로 만든 공인구가 없었습니다.
첫 월드컵이었던 1930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기에게 익숙한 공을 쓰겠다고 주장하며, 전반전에는 아르헨티나의 공을, 후반전에는 우루과이의 공을 쓰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FIFA에선 월드컵 기간 동안 개최국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정구’를 지정했지만, 직접 축구공을 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1970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공인구를 선보였지요. 그 공이 바로 ‘텔스타’입니다.
텔스타는 우리가 흔히 축구공 하면 떠올리는 그 공입니다. 오각형 패널 12개와 육각형 패널 20개를 깎은 정이십면체 모양으로 꿰매 만들었지요. 지금이야 매우 식상한 모양이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1970년부터 2002년까지 축구공 표면의 디자인만 바뀌었을 뿐 모양 자체는 텔스타와 똑같은 깎은 정이십면체였겠어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FIFA는 아주 색다른 공인구를 선보입니다. 열접착 방식으로 가죽 패널을 붙이면서 패널 수를 32개에서 14개로 확 줄였습니다. 패널의 수를 줄이면 축구공이 구에 가까워져의도한 대로 공을 찰 수 있습니다. 패널을 이어붙일때 생긴 부분이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공을 제멋대로 날아가게 하는데, 그 수가 줄면 공을 좀 더 정교하게 다룰 수 있거든요.
6개의 패널로 만든 똥~그란 축구공
패널 수는 점점 더 줄어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단 6개 패널로 공인구 ‘브라주카’를 만들었습니다. 텔스타 18 역시 6개의 패널로 이뤄져 있는데요, 브라주카와 다른 점은 조각의 모양입니다. 브라주카는 십자가처럼 4방향으로 뻗은 바람개비 패널 6개를 이어붙인데 반해, 텔스타18은 샵(#)처럼 생긴 패널 6개(50쪽 참고)를 이었습니다.
문양은 텔스타와 아주 흡사합니다. 월드컵 공인구 도입 50주년을 맞아 최초의 공인구인 텔스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은 4년 마다 열리는 탓에 5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월드컵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적용한 것이지요.
텔스타 18은 월드컵 공인구 최초로 쌍방향 정보수신이 가능한 근거리 무선 통신(NFC) 칩도 탑재했습니다. 덕분에 축구공의 위치는 물론, 공의 속도와 이동거리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격 vs 수비, 어디에 더 유리할까?
공인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공이 가진 특성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남아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특유의 악랄한 탄성력 때문에 선수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2년 만에 퇴출당했습니다. 보통 4년은 쓰는데 말이지요.
자블라니 제작팀은 세상에서 가장 둥글고 공격에 도움이 되는 축구공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슛이 강하고 빠르게 들어가 골키퍼가 막기 힘들게 만들면 득점이 많이 날 거라는 판단 아래 탄성력이 좋은 공을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써보니 공의 탄성력이 너무 강해 패스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총 145골이 터졌는데, 이는 32개국이 조별 예선을 치르기 시작한 1998년 월드컵 이후 최소 득점입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171골이 나왔으니 얼마나 골 가뭄이 심했는지 알만하지요?
그렇다면 텔스타 18은 어떨까요? 2017년 공개된 이후 월드컵 전까지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요, 특유의 탄성력과 필름 처리한 표면 때문에 골키퍼가 공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공격수는 불만을 표하지 않고 있어서 다득점 월드컵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었습니다.
실제로 월드컵을 시작하고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중거리 슛 득점과 골키퍼의 미숙한 볼 처리가 나오며 예상했던 다득점 경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FIFA 입장에선 공인구 제작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온 셈이겠죠?
조별 예선이 모두 지나고 본격 토너먼트가 남은 지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장식할 텔스타 18이 과연 어느 팀을 웃고 울게 할지, 텔스타 18의 최후의 선택을 받을 팀은 어느 나라가 될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