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은 학생이 영재일까? 사전을 보니 영재란 두드러지게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고정관념일 수 있다.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원장은 색다른 영재관을 갖고 있다. 부쩍 따뜻해진 어느 봄날 서울교대 교정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무언가에 끊임없이 집중하는 끈기가 있는 학생이 영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풀릴 때까지 도전해서 해결하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합니다. IQ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 원장은 ‘집중력’을 강조했다.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아직 어려서 어떤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가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보고서 같은 결과물을 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재는 집념을 갖고 완성해낸다.
김 원장은 ‘검색 능력’도 강조했다. 궁금한 게있으면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만 참고하더라도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김 원장은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하다 보면 또 궁금한 것이 생기는데, 영재들은 이를 계속 파고들어 스스로 학습한다”며, “배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내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 수학, SW 연결한 교육
김 원장은 ‘함께 하는 교육’도 강조했다. 집단 지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가는 것이다. 데이터정리를 잘하는 학생 A가 있다고 하자. A가 어떤 자연 현상을 관찰해 이를 데이터로 정리했으나, 그 안에서 규칙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때 수학을 좋아하는 B가 함께 분석해 의미있는 관계식을 찾아낸다면 어떨까? B는 수학을, A는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방법을 서로 가르쳐주며 발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학생들이 조를 이뤄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한다.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과학, 수학, SW(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별 교육뿐 아니라 과학, 수학, SW의 융합을 강조한다. 실제로 다양한 융합반을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어떤 현상을 데이터로 나타내는 과학을 수학으로 분석한 뒤, 이를 컴퓨터의 언어로 바꿔 구현하고 자동화하는 과정을 통해 세 분야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거대 소수 찾기 프로젝트를 한 예로 들었다. 소수를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소수를 찾는 프로젝트로, 수학과 SW의 융합이다. 김 원장은 “미래에는 수학으로 풀어낸 식을 컴퓨터 코드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수학적 논리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성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한 교육 목표다. 과학, 수학, SW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미술, 체육, 국어, 음악과 같은 과목도 함께 가르쳐 이런 목표를 실천한다.
초등학생도 논문 쓴다!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1년 과정의 교육을 마친 2년차 학생을 대상으로 ‘사사과정’을 운영한다. 석사, 박사 과정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지도받으며 논문을 쓰는 것처럼,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도 담당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논문을 쓴다. 연구를 하면서 자기주도적 탐구능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1년 동안 주제 하나를 정해 연구주제발표 세미나를 2~3번 하고, 사사논문 발표회를 2번 연다. 분야와 주제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정한다. 그래서 ‘QR코드의 무늬를 조작해도 인식이 가능할까?’, ‘과일의 스트레스가 당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 ‘미분과 최소제곱법을 이용한 놀이공원의 맞춤 도로 설계탐구’ 등 참신한 주제가 많이 나온다. 2017년에는 총 50편의 사사논문이 나왔고, 6권의 논문집을 발행했다.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전국 단위의 대회를 주최하기도 한다. 기초과학교육연구원과 함께 ‘2018 상반기 전국초등수학창의사고력대회’를 4월 29일 열었고, 5월 13일에는 ‘2018 상반기 전국초등과학창의사고력대회’를 열 계획이다. 5월 26일에는 전자신문과 함께 ‘드림업 소프트웨어(SW) 사고력 올림피아드’를 연다. 전국초등과학창의사고력대회는 5월 8일까지, 드림업 소프트웨어(SW) 사고력 올림피아드는 5월 18일까지 접수한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독자는 참여해 실력을 뽐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