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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5일 기준 FIFA 세계 랭킹 남자 부문 1위는 독일 대표팀(1533점)이다. 독일 대표팀은 FIFA 세계 랭킹이 처음 생긴 1993년 최초로 1위를 한 팀이기도 하다. 과연 독일 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우승해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

 

 

 

치열한 승부를 통해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축구의 세계에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강한 팀이길 바라는 건 모든 팬의 소망이지요. 같은 리그 안에서 서로 경기를 치르는 클럽팀과 달리 국가대표팀 간의 비교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어떻게 FIFA 세계 랭킹을 정하는 걸까요? 이 순위가 높으면 정말 강팀일까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라이벌 국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두 나라 간의 경기에서 지면 안 되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고, 라이벌 국가보다 전체 순위에서도 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국가대표 팀끼리는 우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선경기, 대륙 간 대회, 월드컵을 제외하면 비교할 만한 경기도 별로 없을뿐더러, 서로의 상대전적을 제외하면 순위를 매길 마땅한 기준도 없으니까요.

 

 

무조건 많이 이기면 강팀?


1993년 FIFA는 각 나라의 축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FIFA 세계 랭킹을 매달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점수 계산 방식이 너무 단순했습니다. 국가 간의 실력 차이나 대회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어느 경기건 이기면 3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누적하는 방식을 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리그에서 클럽팀의 순위를 매기기 위해 이 방법을 쓰는데요, 리그에서야 경기 수가 같고 모든 팀과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치른 경기 수도 다르고, 경기를 하는 상대팀도 제각각이라 이 방법으로 점수를 매겨서는 강팀을 가릴 수 없습니다.

 

특히 지는 팀에게 손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저 0점을 주기 때문에 경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유리하지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5승 10패(15점)를 하는 팀이 4승 2무(14점)를 한 팀보다 더 강팀이 될 수 있거든요. 또한 상대가 누구든 같은 점수를 준다는 것도 많은 불만을 낳았습니다. 브라질이나 독일 같은 강팀을 이기는 것과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약팀을 이기는 것이 같은 3점이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니까요.

 

한마디로 초기의 FIFA 세계 랭킹 점수 체계는 상대가 누구든, 승률이 어떻든 무조건 많이 이기면 높은 점수를 받는 지극히 단순한 지표였습니다. 결국 많은 축구팬은 FIFA 세계 랭킹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

 

결국 1999년 FIFA는 점수 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칩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일괄적으로 매기던 승점이 사라지고, 대신 랭킹이 높은 팀에게 승리하면 가중치를 줬습니다. 또 상대보다 골을 많이 넣을수록 추가 점수를 주고 반대로 졌을 때 많은 골 차이로 지면 더 점수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경기 중요도라는 항목도 추가했습니다. 월드컵 본선처럼 세계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대회는 가장 높은 점수를, UEFA 유로나 AFC 아시안컵 같은 대륙 간 대회는 그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줬지요. 대륙별로도 가중치를 줘서 FIFA 세계 랭킹이 높은 대륙과 경기해 이기면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지요. 하지만 이 방법 역시 문제를 드러냈고, 2006년 또 한 번 수정합니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제도


현재 점수 체계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륙별 가중치입니다. 이동 거리나 일정을 고려하다 보면 아무래도 같은 대륙의 국가와 경기를 많이 치르게 됩니다. 같은 대륙의 국가끼리 경쟁하는 대회도 많고요. 그렇다 보니 매치포인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륙별 가중치가 높은 대륙의 국가는 높은 매치포인트를 받는 경기 수가 많은 반면, 대륙별 가중치가 낮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그런 경기 수가 적으니까요.

 

 

또한 최종 점수가 합산이 아니라 평균이 되면서 경기 수가 적은 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기의 중요도를 1점밖에 주지 않는 친선 경기는 아예 안 하고, 월드컵이나 대륙 간 대회 같은 큰 경기에서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점수가 갑자기 확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난 뒤 FIFA 세계 랭킹도 18계단 오른 22위를 기록, 역대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반대로 중요도가 높은 경기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3년 남자 브라질 대표팀은 순위가 22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실력이 줄어서가 아니라 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르지 않아서였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은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이라 본선에 자동으로 진출했는데요, 다른 국가는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브라질 대표팀을 앞질렀던 거지요.

 

FIFA는 지금도 공정한 점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랭킹 제도를 만드는 게 곧 FIFA가 주관하는 대회의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월드컵 본선 경기의 시드 배정이나 지역별 예선 면제 등 많은 중요한 사항을 FIFA 세계 랭킹을 통해 정하고 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도 어느덧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꿈의 무대인 월드컵은 FIFA 세계 랭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대회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국가가 선전할지, 어떤 이변이 일어나고 또 어떤 랭킹 변화가 일어날지 예상해 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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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호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생)
  • 진행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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