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은 바다식목일입니다. 육지에 나무를 심는 것처럼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숲을 만드는 날이에요. 바다에 왜 숲이 필요한 걸까요? 또 해조류는 어디에 심는 걸까요? 답이 궁금하다면 초록 바다를 위해 열일 중인 인공어초를 만나러 가봅시다. 풍덩~.
“마치 사막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고기도 없고 바다식물도 없습니다.”
갯녹음이 일어난 바다에 들어가 봤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태식 생태복원실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에요.
갯녹음은 연안 암반에 살던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대신 시멘트와 같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현상입니다. 환경오염, 과도한 연안개발, 기후변화 때문에 지금도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요.
무절석회조류로 뒤덮인 암반에는 바다 식물이 자랄 수 없어요. 식물이 없으니 그 식물을 먹고 사는 작은 생물과 물고기도 살 수 없습니다. 아주 넓은 사막처럼 숨을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죽은 땅이 바로 갯녹음이 일어난 바다의 모습입니다.
특명! 바다를 구하라
해양생물이 다시 모여 살게 하려면 해조류로 우거진 바다숲과 물고기가 머물 수 있는 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황폐화된 바다에 인공어초를 놓고 쇠미역, 모자반, 톳과 같은 해조류를 심기로 한 거죠. 인공어초에서 자란 해초류에서 날린 포자★가 주변 자연암반에 붙어 무사히 번식하면 물고기가 모여들게 됩니다. 이런 공간을 ‘바다목장’이라고 부릅니다.
포자★ 균류나 식물의 생식세포.
인공어초는 바다목장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고기가 머물 수 있는 집이기도 하고, 해조류가 번식할 때도 꼭 필요하거든요. 바다가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인공어초만이 아니라 자연암반에 해조류가 무성해야 해요. 바다 식물인 해조류는 포자로 번식하는데, 인공어초는 이 포자가 자연암반에 잘 붙을 수 있게 유도합니다.
그런데 인공어초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또 만든 뒤에는 어떻게 설치해야 할까요? 이 답을 찾으려면 해양물리학, 토목공학, 생물학, 유체역학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쓰입니다. 수학도 빼 놓을 수 없고요. 그럼 바닷속에 어떤 수학이 잠겨 있는지 함께 들어가 볼까요?
인공어초는 어떻게 만들지?
우리나라 최초의 어초는 1971년에 만든 사각형어초입니다. 이후 40년 넘게 많은 사람이 인공어초를 연구했지만, 2018년 현재 특허를 받고 일반어초★로 등록된 건 총 79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공어초를 설계하는 과정이 얼마나 까다롭기에 이렇게 적은 걸까요?
일반어초★ 2년의 시험기간을 거쳐 바다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한 어초.
인공어초를 설계할 때는 크게 구조, 바다 속에서 영향을 끼치는 범위, 안정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합니다. 각 항목은 다시 수십 가지 변수에 따라 나뉘지요. 인공어초를 설치할 바다 상황과 생물종에 알맞은 요소를 조합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인공어초 모양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답니다.
최적의 배치를 결정하는 후류역
인공어초의 모양에 대해 살폈으니, 이제 어떤 간격으로 몇 개를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알아볼게요.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2m인 사각형어초가 있습니다. 해저 4헥타르(40000m2)를 한 단지라고 할 때 사각형어초 몇 개를 설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요? 이걸 계산하려면 우선 후류역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인공어초로 바닷물이 들어올 때 물이 회전하면서 어초 내부와 주변에 역방향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 영역을 ‘후류역’이라고 합니다. 후류역은 인공어초 설계에 아주 중요한 요소예요. 물고기가 헤엄칠 때 힘이 적게 들고 해조류 포자를 주변 암반에 안착시키거든요.
후류역을 정확하게 알아야 적절한 간격으로 인공어초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단일어초 하나의 후류 길이가 10m인데 간격을 30m로 뒀다면 포자가 암반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버릴 것이고, 1m로 붙여서 설치하면 이번에는 암반보다 포자가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어요. 설사 포자가 암반 위로 떨어진다 해도 효율이 매우 낮은 어초가 되겠죠?
후류역은 인공어초의 높이, 재질, 구조, 유속, 해류의 각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치해석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거의 정확한 후류역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공어초에는 조개나 물고기 같은 움직이는 생물이 살고 있어서 이 변수까지 고려해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려워요.
수학 계산과 실험 결과를 합치면 보통 인공어초 높이의 두 배 정도 간격이 후류역의 영향 범위라고 해요. 해류 방향에 따른 후류역을 안다면 특정공간에 인공어초를 몇 개 설치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지 계산할 수 있겠죠?
또 바닷속은 잠잠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세게 흐르면 인공어초가 움직이거나 넘어질 수도 있어요. 애써 거리를 계산해서 설치했는데 움직여 버리면 안 되겠죠. 그럼 무거울수록 안정적인 것 아니냐고요? 무작정 무겁게 만들면 파도에 쓸려가진 않겠지만 대신 갯벌 아래로 파고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제작하고 설치하는 데 쓸데없이 돈이 많이 들 거예요.
끝까지 책임이 따른다
이렇게 만든 인공어초는 설치한 뒤에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보통 인공어초의 기대수명은 30년 정도고, 이후에는 꺼내서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어초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드는데 바닷물에 파손되면 오히려 갯녹음을 심화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거대한 바다 쓰레기가 될 거예요.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에 잘 설계하는것은 물론이고 인공어초가 제 기능을 하도록 꾸준히 점검해야 합니다. 요즘은 애초에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재료로 인공어초를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하네요. 푸른 바다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은 만큼, 인공어초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인공어초가 더는 필요없는 진짜 푸른 바다가 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