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물리학자, 리틀 아인슈타인, 장애를 극복한 과학자. 이 말들이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아시나요? 주인공은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로 칭송받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입니다. 2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이란 불치병을 앓으면서도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호킹이 지난 3월 14일 세상을 떠났어요.
17세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똑똑했던 호킹은 23세에 영국 수학자 로저 펜로즈와 함께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계산해 내면서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올랐습니다. 병에 걸렸을 당시 5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진단받았던 호킹은 이후 약 50년 동안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물리뿐 아니라 수학에도 뛰어나서 무려 30년 동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루카스 수학 석좌 교수★로 재직했지요.
루카스 수학 석좌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 관련 교수직으로 1669년에 아이작 뉴턴이, 1828년에는 찰스 배비지 등이 이 자리를 맡았다.
우주의 기원을 찾는 방정식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만,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건 바로 ‘빅뱅이론’이에요. 한 마디로 말하면 특이점이라 불리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점이 대폭발한 뒤 팽창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이론이에요.
호킹이 대학원에 있던 시절은 우주가 팽창하지않고 항상 밀도가 일정했다는 ‘정상 우주론’과 빅뱅이론이 대립하던 시기예요. 그런데 1965년경,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빅뱅이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어요. 1940년대 후반 러시아 출신의 미국 천문학자 조지 가모프가 빅뱅이론이 맞다면 대폭발 때 나온 빛의 일부가 우주 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우주배경복사였던 거지요.
호킹과 펜로즈는 입자물리학 이론을 이용해 특이점에 관한 여러 정리를 담은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를 발표했어요.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는 특이점이 있다는 걸 이론적으로 밝혔을뿐 아니라 우주의 나이, 물질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어요.
호킹과 펜로즈의 이론에 나오는 방정식은 조건에 따라 두 가지 부등식을 만족하는데, 이것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 광자같이 질량이 없는 입자와 전자나 쿼크같이 질량이 있는 입자가 차례로 나타난다는 뜻이에요. 즉 우주가 생겼을 때는 물질은 없고 빛만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거예요.
우주로 돌아간 호킹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호킹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노벨상은 보통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업적에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수상자가 되지 못했지요.
우주와 시간의 기원에 관한 연구,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업적을 보면 호킹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물리학자입니다.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람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호킹을 보고 ‘몸은 작은 휠체어 묶였지만 그의 지성은 우주 저 너머에 가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지금쯤, 호킹은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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