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사물함을 열어라!
왕 반장 일행은 두물머리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2년 전 교통사고의 기록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 반장이 왕 반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왕 반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문 반장!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문 반장은 왕 반장의 절친한 고향 후배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왕 반장은 문 반장의 근황을 묻기도 전에, 서둘러 2년 전 이곳에서 일어난 쌍둥이 형제의 교통사고에 대해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서 2년 전에 쌍둥이 형제가 차를 타고 가다가 전복된 차가 강물에 빠지는 큰 사고가 났는데, 자료를 좀 볼 수 있을까?”
“아…. 그게 말이지요, 형님. 저도 이곳에 1년 전에 발령을 받아서 왔는데, 2012년 4월 자료만 없더라고요. 안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사건인가요?”
‘이럴 수가! 사고 기록이 없다니!’
왕 반장의 예상대로 교통사고 배후에 뭔가가 있음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왕 반장과 문 반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동안, 사무실을 둘러보던 박 형사와 소마가 알파벳이 쓰여 있는 독특한 사물함을 발견했다.
“저기요, 문 반장님. 이 사물함은 뭐예요?”
소마가 물었다.
“아! 제가 올 때부터 잠겨 있었던 사물함이 에요. 열쇠도 없는데, 버리긴 뭣해서 그냥 두고 있었지요.”
‘혹시 이 사물함에 교통사고 기록이 들어있는 건 아닐까.’
찢어진 사진을 복원하라!
“반장님, 이 알파벳 나열에서 빠진 한 개의 알파벳이 바로 이 사물함의 암호예요.”
놀라운 집중력으로 퍼즐을 푼 것은 소마가 아닌 박 형사였다. 이전과 달라진 박 형사의 모습에 왕 반장과 소마는 또다시 놀랐다. 그런데 왠지 소마는 이런 낯선 행동을 하는 박 형사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박 선배…. 박 선배가 달라졌어….’
소마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왕 반장과 박 형사는 사물함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재빨리 꺼내 보았다. 사물함 안에는 찢어진 사진 조각이 들어 있었다.
“반장님, 찢어진 사진이에요. 여러 조각이라 어떤 사진인지 잘 알 수가 없어요.”
왕 반장은 찢어진 사진을 보자마자, 소마에게 말했다.
“윤소마! 제한 시간은 정확히 1분이야. 어서 이 찢어진 사진을 원래대로 맞추도록 해!”
갑작스러운 왕 반장의 지시에 당황한 퍼즐해결사 소마는 재빨리 찢어진 사진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 형사에 대한 생각 때문일까. 찢어진 사진은 좀처럼 맞춰지질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야. 십, 구, 팔, ….”
왕 반장이 소마를 재촉하던 그때, 박 형사가 나섰다.
“윤소마, 저리 비켜!”
박 형사는 놀라운 속도로 찢어진 사진을 완벽하게 복구했다. 박 형사의 행동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소마에게 미션을 내린 왕 반장 역시 박 형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박 형사가 정말 달라졌어!’
대저택 문에도 알파벳 암호가?
복구된 사진은 쌍둥이 형제의 교통사고에 수지가 함께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왕 반장은 배후에서 이 사건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K라고 추측했다. 반드시 이 사건 배후에서 조종하며, 증거를 숨기는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바로 그때!
“문 반장님,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사신 분이 누구시죠? 아무래도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이라면, 이 마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박 형사가 묻자, 문 반장은 잠시 멈칫거리다 대답했다.
“저…, 저기. 두물머리 입구에 있는 큰 집 보이시죠? 저기가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이장님 댁이에요. 이장님을 찾아가 보세요.”
“반장님, 지금 당장 이장님 댁으로 가 보시죠.”
박 형사가 왕 반장에게 말했다. 의욕적인 박 형사의 낯선 모습을 왕 반장도 알아챘다.
“그…, 그래! 어서 가 보자고.”
왕 반장 일행은 두물머리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이장의 집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장이 살고 있는 집은 강변에 자리잡은 대저택으로, 강가의 풍경과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어우러졌다.
“딩동~!”
문 앞에 도착한 세 사람은 초인종을 눌렀다. 한참이 지났을까. 한 노인이 문을 열고 세 사람을 맞이했다.
“서울에서 오신 형사님들이시죠? 어서 들어오세요. 문 반장님에게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참입니다.”
이장의 환영으로 세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저택 문에 쓰여 있는 또 다른 알파벳 배열이 소마의 눈에 들어왔다.
이장이 건낸 퍼즐
이장은 왕 반장 일행을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거실 벽면에 커다란 마틴 가드너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 이를 본 소마가 이장에게 말을 꺼냈다.
“이장님, 퍼즐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 마틴 가드너는 다양한 퍼즐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소개한 사람으로 유명하잖아요.”
“네, 맞습니다. 퍼즐 마니아죠. 특히 마틴 가드너의 퍼즐을 좋아합니다. 소마 씨만큼 잘 풀지는 못하지만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이죠?”
이장이 물었다.
“2년 전 쌍둥이 형제가 타고 있던 승용차가 바로 이 앞 강가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고에서 실종된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장님께서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2년 전 사고에 대해 아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왕 반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강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이런…. 그 사건이라면 저도 딱히 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2년 전 이 근처에서 큰 교통사고가 있었다는 건 기억하지만 며칠 만에 사건이 정리됐고, 쌍둥이 형제는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이장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왕 반장 일행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시간이 지났고, 이장이 소마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이 퍼즐을 좀 풀어 주겠소? 풀지 못한 퍼즐이 있어서 말이오.”
두물머리 사람들이 이상하다?
소마와 박 형사는 이장이 건낸 퍼즐을 풀기 위해 몰두했다. 그런데 문제를 풀기 시작한지 얼마 후, 박 형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로 그때, 왕 반장의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박 형사가 보낸 문자였다.
‘반장님, 지금 어서 이장의 집 밖으로 나가시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밖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본 왕 반장이 박 형사를 보자, 박 형사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뜬금없이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왕 반장은 어이가 없었지만 박 형사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이장님, 그럼 저희는 다른 곳에 가서 조사를 더 해 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왕 반장은 박 형사의 말대로 서둘러 이장의 집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박 형사가 왕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님, 저 이장이란 사람 말이에요. 수지를 아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에게 낸 퍼즐에는 모두 8명의 수학자 이름이 들어 있었는데, 수학자의 이름을 모두 찾자 ‘SU’와 ‘JI’만 남더라고요.”
박 형사의 말에 소마도 거들었다.
“반장님, 저도 박 선배와 생각이 같아요. 제가 퍼즐을 잘 푼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어요. 우리를 이미 알고 있던 게 틀림없어요. 게다가 이장의 집 문 앞에 쓰여 있던 알파벳도 신경이 쓰이고….”
박 형사와 소마의 말을 듣자, 왕 반장의 뇌리에도 갑자기 뭔가가 스쳐갔다.
‘그래! 이장의 집 앞에 있는 알파벳과 문 반장의 사물함 알파벳에 공통점이 있어. 사물함의 정답 M은 문 반장을, 저택 문에 나열된 알파벳 퍼즐의 정답 B는 이장의 성이 변 씨임을 뜻하는 건지도 몰라. 서로 약속한 기호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