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버스를 타는 사람은 매일 바뀐다. 누구는 학원을 그만 두고, 다른 누구는 새로 학원에 들어오며, 또 어떤 친구는 탑승 장소를 바꾼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일정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학원은 수시로 실수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애꿎은 학생들은 버스에서 시간을 버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막아줄 서비스가 나왔다. 학원버스 전문 서비스 ‘셔틀타요’다. 학원이 손으로 하던 일을 셔틀타요는 컴퓨터로 한다. 학생이 탑승시간을 바꿔달라고 하면, 셔틀타요가 만든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버스 경로를 바꾸고 운전사와 다른 학생에게 알린다. 실수할 일이 없는 것이다.
학원은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셔틀타요의 버스는 여러 학원이 나눠쓴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때 버스 운전사가 쉬는 대신 다른 학원의 학생을 태우러 가는 것이다. 두 학원이 하나의 셔틀 버스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셔틀타요가 여러 학원의 일정을 통합해 관리해서 가능한 일이다.
아낀 돈은 안전을 강화하는 데 쓴다. 세림이법★으로 2017년 1월부터 모든 학원은 버스에 탄 어린이를 돌볼 보호자 1명을 뽑아야 한다. 그러자 작은 학원을 중심으로 법을 지킬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셔틀타요는 버스를 운영하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반드시 보호자를 고용하도록 학원에 요구했다. 셔틀타요와 계약한 학원 중 33곳은 이전까지 세림이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버스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어린이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세림이법★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법안으로, 2013년 김세림 양이 (당시 3세)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어른이 살폈다면 살았을 아이들
손홍탁 (주)에티켓 대표가 셔틀타요 사업을 결심한 건 한 사고 때문이다. 2016년 7월, 광주에서 4살 난 어린이가 25인승 유치원 통학버스 뒷 좌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최고 기온이 35.3℃에 달할 정도로 더운 날씨에 버스 안에서 7시간 넘게 갇혀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그날 손 대표의 아이도 응급실에 갔다.
“체온이 39℃까지 올랐던 우리 아이도 너무 아파해서 제가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버스에 갇혀 있던 아이는 42℃까지 올랐어요. 애들이 다 내렸는지 어른이 봐주기만 했어도 그런 일은 안 생겼을 거예요. 법을 지키고 있지 않으니 부끄럽더라고요.”
실제로 학원버스에 의한 어린이 교통 사고는 어른의 부주의로 일어난다. 2017년 1월에는 전남 함평군에서 7세 어린이가 버스 자동문에 옷이 끼어 10m 가량 끌려가다 숨졌고, 2016년 2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9세 어린이가 자기가 내린 학원버스에 치여 숨졌다. 아이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려 부모님과 만나게 해줄 보호자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손 대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차리기로 했다. 사회적 기업 투자사인 ‘소풍’이 여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다. 함께 사업에 뛰어들 사람도 3명 모았다. 2016년 위례신도시를 시작으로 지금(2017년 10월 18일)은 총 16개 지역에서 74개 학원과 일하고 있다.
외판원 문제로 세림이법 지킨다
그동안 학원이 버스를 나눠 쓰지 못한 건 일정을 짜는 일이 힘들어서다. 하나의 학원 안에서도 변화무쌍한 일정을 감당하지 못해 실수를 하는데, 여러 학원의 사정을 동시에 고려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셔틀타요는 이 과정을 자동화했다.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를 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는 n개 도시와 각 도시 사이 거리가 정해졌을 때 모든 도시를 한 번씩만 통과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가장 좋은 경로를 찾는 수학 문제다. 도시를 탑승 장소로 바꾸면 셔틀버스 문제가 된다. 학원이 탑승 장소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은 가장 좋은 길을 알려준다.
셔틀타요의 알고리즘은 좋은 경로의 기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버스가 가장 빨리 돌아오는 방법이고, 둘째는 원생들이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합을 가장 짧게 하는 길이다. 셋째는 부모님의 차를 타고 올 때와 셔틀버스를 탈 때 걸리는 시간 차이가 원생마다 공평해지는 경로다. 이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학원이 선택하면 된다.
기술 개발은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유창국 개발이사가 주도한다. 유 이사는 다음과 카카오가 회사를 합치기 전, 다음이 처음 생길 때부터 19년 동안 카카오에서 일한 개발자다. 유 이사는 “성장하는 배에 타고 있는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서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찾다가 셔틀타요를 소개받았다”며, “내 손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코딩보다 중요한 건 문제 해결력
셔틀타요가 수학과 관련이 있는 서비스라 공동창업자가 모두 이공계생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손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해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손 대표는 “사업은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가설을 세운 뒤, 그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문제를 발견할 강한 계기가 나에게 생겼을 뿐이지 전공은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유 이사도 “코딩 교육이 대중화되면서 기술적인 면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논리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설이 맞았던 건지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5명이던 직원이 3개월 만에 25명이 됐다. 손 대표는 “서비스를 팔 뿐만 아니라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원버스를 공유한다는 신개념을 만들고, 보호자를 두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겠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최적의 경로를 찾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도 있다.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를 다양한 조건에서 푸는 것이다. 미국의 화물 운송 기업인 UPS는 트럭이 우회전만 하는 조건에서 문제를 풀어, 신호를 기다리다 고객과 약속한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일을 예방하고 있다.
손 대표는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고객과 자주 변하는 운영 경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물류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학과 통찰력이 섞인 셔틀타요는 구체적이면서도 큰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