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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소설 I 멋진 신세계] 다가온 위기!

제10화

전화를 끊은 조우진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저, 여러분, 한창 재미있는데,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미안해요. 견학을 잠시 중단해야 할 것 같아요. 모두 여기서 나가서 잠시 대기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물었다.


“갑자기 왜요?”

 

“음, 이곳에 문제가 생긴건 아닌데, 밖에서 사고가 났어요. 폭발 사고예요. 여기서 먼 곳에서 일어났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잠시 센터를 셧다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셧다운되면 당분간 완전히 폐쇄되기 때문에 여러분이 여기에 머물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탄식했다.

 

그때 마침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잠시 후 인공지능센터가 폐쇄됩니다. 모두 지정된 위치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주위가 분주해졌다. 연구원들이 제각기 뭔가를 확인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도를 천천히 돌아다니던 경비로봇도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자, 이쪽으로!”


조우진이 아이들을 이끌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아이들이 군소리 없이 움직였다. 하림의 옆에 서 있던 아이가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아아, 나 마고에게 보여줄 게 있었는데.”

 

하림은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는 자기 단말기를 들어 하림에게 보여주면서 계속 떠들었다.

 

 

“이거 마고에게 풀어보라고 하려 했거든. 너 풀 수 있어? 이건 첸 소수로 만든 마방진인데, 첸소수는 2를 더했을 때 소수 또는 두 소수의 곱이 되는 소수야. 여기서 X에 들어가는 첸 소수는 한 자리거든? 그러면….”


“야, 비켜 봐. 지금 그럴 정신이 있냐?”


하림은 옆에서 중얼거리는 아이를 밀치고 나가 상황을 살폈다. 조우진은 아이들을 이끌고 센터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하림이 점심 시간에 몰래 약을 먹였던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만약 이대로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우, 우욱!”


약을 먹은 아이 중 하나가 갑자기 배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 그러자마자 마치 짠 것처럼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둘 더 나왔다. 모두 화학선생님이 준 약을 먹은 아이들이었다.

 

“저기요! 얘네가 아픈가봐요.”

 

“응? 무슨 일이지?”


앞장 서서 걷던 조우진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비틀거리던 아이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으으으…. 배가 갑자기….”


“이런! 갑자기 왜…. 배가 아픈 거야?”


“으윽….”

 

조우진이 달려가 쓰러진 아이 하나를 부축해 일으켜보았지만, 아이는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 조우진을 끌어안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걸을 수가 없어요….”


“아아, 어떻게 하지…?”


조우진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멀쩡한 아이들과 함께 여럿이 부축해서 데려간다면 밖으로 나갈 수는 있겠지만, 환자를 함부로 움직이다가 잘못되면 큰일이었다.

 

“하는 수 없다. 일단 구급요원을 불러야겠다.”


조우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응, 난데. 지금 애들 몇 명이 쓰러졌어. 응급 상황이야. 구급요원 좀 호출해줘. 셧다운되기 전에 들어올 수 있게 빨리 좀 처리해.”


그 사이 다른 아이들은 옷가지 따위를 바닥에 깔아서 쓰러진 아이들이 가능한 편히 누워 있을 수 있게 해주었다. 하림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쪽 구석에 가만히 서 있었다. 화학선생님 말대로라면 잠깐 불편할 뿐 건강에는 지장이 없어야 했는데, 쓰러진 아이들 표정만 보면 곧 죽을 사람 같았다.


‘쟤들이 잘못되면 안 되는데….’


인솔자인 조우진도 나름대로 난감했다. 일단 셧다운이 되면, 외부에서 벌어진 문제가 해결되고 인공지능센터가 안전하다는 게 확실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가 없었다.

 

‘폭발이야 우주선 반대쪽에서 벌어졌으니 여기야 별일 없을 텐데, 셧다운이 풀릴 때까지 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센터 셧다운 완료. 추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조우진과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조우진이 전화를 받았다.


“아, 그래? 빨리 왔네. 여기는 A-4복도야.”


전화를 끊고 1분도 되기 전에 구급요원 십여 명이 달려왔다.


“환자가 어디 있습니까?”


“저기 아이들이요. 그나저나 환자는 세 명인데, 많이들 오셨네요.”


“아, 뭐, 다른 환자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대비 차원에서….”


“네. 어쨌든 저 아이들 좀 빨리 봐주십시오.”


구급요원 몇 명이 쓰러진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의료용 스캐너로 검사하는 동안 나머지 요원들은 멀뚱히 서 있었다.


뭔가 어설퍼 보이는 행동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뭘 잘못 먹었나 본데. 잠깐 쉬면 될 것 같아.”


“뭘 잘못 먹어서 순식간에 이렇게 될 수 있나요? 독이 든 식재료를 먹었을 수도 있잖아요. 독극물 진단 키트 같은 건 없나요? 우리도 같은 식당에서 먹었는데, 다 검사해 봐야죠.”


아이들이 따져묻자 구급요원이 피식 웃었다.


“영재들이라더니 다르긴 다르네. 걱정 마라 좀 있으면 나을 거야.”


다들 못 믿겠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구급요원들은 태연자약했다. 오히려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본체가 있는 곳에 갔다 왔어? 거기가 어느 쪽이지?”


한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구급요원 한 명이 그쪽을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저쪽이군.”


그러면서 가지고 온 구급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구급요원이 번쩍 들어올린 건 총이었다.


“모두 꼼짝 마!”


아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조우진이 깜짝 놀라며 전화기를 가지고 뭔가 누르려고 했지만, 다른 구급요원이 순식간에 제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구급요원이 모두 총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하림은 그중 한 명이 예전에 봤던 비밀결사대 대장임을 알 수 있었다. 변장 때문에 못 알아봤던 것이다.


“밖에서 폭탄이 터져서 경비로봇이 거의 다 그쪽으로 갔다는 거 알고 있다. 경보를 울려도 소용 없어. 이제부터 너희는 우리의 인질이다. 자, 본체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움직이라고.”

 

아무도 발을 떼지 않자 한 명이 천장을 향해 총을 쏘았다. 큰 소리와 함께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빨리 가. 우린 바쁘니까.”


“저, 여기 아픈 아이들은 어떡하죠?”


한 아이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얘야, 아까 잠깐 쉬면 괜찮을 거라는 말 못 들었어? 쟤들이 뭘 먹었는지는 우리가 잘 안다고.


그러니까 내버려두고 얼른 움직여!”


조우진과 아이들은 천천히 줄을 지어 복도를 걸었다. 흐느껴 우는 아이도 있었다. 그 양옆으로 구급요원, 아니 비밀결사대 대원 몇 명이 섰고, 나머지 대원은 뒤에서 총을 겨누며 따라왔다.

 

“이봐요. 애들은 보내주고 나만 인질로 잡는 게 어때요?”


조우진이 비밀결사대를 향해 말했다.


“우리도 아이들을 해칠 생각은 없어. 지시에만 잘 따른다면 모두 안전할 거야.”


이동하는 동안 연구원이나 센터 직원 몇 명과 마주쳤다. 비밀결사대는 경고 사격을 해서 모두 쫓아버렸다.

 

“봤지? 우리도 사람을 해칠 생각은 없다고.”


도망친 사람들이 알렸는지, 아까보다 훨씬 더 큰 경보가 울렸다.


“흠. 이제 경비병력을 다시 이쪽으로 돌리겠군. 빨리 움직이자고!”

 

맨 뒤에 서 있던 하림의 등을 누군가 총구로 쿡 찔렀다. 자기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마고의 본체가 있는 방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착하자 그 앞에 경비로봇 몇 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경비로봇이다!”


이제 총격전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인질이 앞에 있는 상황이라 경비로봇은 총을 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비밀결사대도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비밀결사대 중 한 명이 좀 다르게 보이는 총을 가지고 아이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가만히들 있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 총으로 경비로봇 쪽을 겨눴다. 그리고 총을 발사했는데, 소리도 별로 크지 않아 어떤 아이들은 총알이 나갔는지도 눈치 채지 못했다. 경비로봇 한 대가 불꽃을 일으키며 멈췄다.


“전자회로를 무력화시키는 총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곧 끝날 거야.”


대장이 말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왼쪽에서 경비로봇 한 대가 새로 나타났다. 그 로봇은 인질보다 적을 먼저 인식했는지 왼쪽에서 있던 비밀결사대원을 총으로 겨눴다.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나자 공황상태에 빠진 아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반대쪽으로 뛰었다. 그러자 적을 겨냥할 수 있게 된 다른 로봇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뛰어!”


때마침 조우진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아이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난 복도를 향해 뛰었다. 하림도 무작정 뛰었다.


그러자 경비로봇과 비밀결사대 사이가 텅 비고 말았다. 경비로봇이 공격을 시작했고, 비밀결사대도 몸을 가릴 곳을 찾아 뛰며 반격했다.


치열한 총격전이 펼쳐졌다. 어쩌다 보니 꼴찌로 오른쪽 복도를 향해 접어들던 하림이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비밀결사대 한 명이 쓰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맞은편에서 경비로봇 한 대가 다가와 싸움에 끼어들더니 순식간에 부서진 채 쓰러졌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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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호 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ko@donga.com)
  • 일러스트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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