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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CHO의 롤링수톤] 데이브 브루벡의 ‘테이크 파이브’ 새로운 리듬의 창시자

5월, 봄입니다. 재즈의 계절입니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같은 재즈 영화가 흥행하면서 재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재즈는 폭발적이진 않지만 끊임없이 사랑받는 음악 장르지요.
오늘은 꾸준히 사랑받는 재즈 명곡을 소개합니다.

 
재즈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은 드럼과 색소폰, 그리고 베이스 멤버와 함께 콰르텟을 이뤄 활동했다.


“백인이 재즈를 구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온 말입니다. 흔히 블루스와 재즈는 흑인 음악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백인 주연의 ‘라라랜드’가 아카데미시상식의 상을 끌어 모으자 사회자였던 지미 키멜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봐도 백인이 재즈를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사실이에요. 일례로 마일스 데이비스와 디지 길레스피 같은 흑인 재즈 음악가가 주류를 이루던 1950~1960년대, 수려한 외모의 백인 색소폰 연주자 쳇 베이커가 한 순간에 음반시장을 장악했거든요. 쳇 베이커 본인은 흑인 재즈 음악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평생 열등감으로 괴로워했지만요.

엉뚱하게, 변칙을 써서
오늘은 재즈를 구한 백인 중 한 사람, 데이브 브루벡을 소개합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으로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금세 빠져들게 만드는 곡을 연주했지요.

브루벡 콰르텟의 곡은 듣기 좋을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혁신적이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클래식과 재즈를 섞어 새로운 리듬과 박자를 만들어 냈거든요. 또 5/4, 9/8, 11/4같은 흔히 쓰지 않는 박자를 즐겨 사용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박자로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어냈지요.

콰르텟★ 네 사람으로 편성된 밴드 또는 연주. 클래식에서 온 용어로 2중주부터 8중주까지 각각을 차례대로 듀오, 트리오, 콰르텟, 퀸텟, 식스텟, 셉텟, 옥텟이라 한다. 

특히 대표 앨범 ‘타임 아웃’은 다양한 변칙박자와 리듬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변칙박자란 한 곡에서 두 개 이상의 다른 박자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번 박자나 조성이 바뀌는 기법입니다. 미술에서 이것저것 뜯어 붙여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콜라주 기법과 비슷하지요.

브루벡이 이런 음악을 만든 데는 스승의 영향이 컸습니다. 브루벡은 유명한 현대 음악가 다리우스 미요의 제자였는데, 미요는 브루벡에게 늘 변칙을 써서, 조금 엉뚱하게, 색다른 방법으로 피아노를 치라고 말했거든요.


박자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테이크 파이브’
스승의 엉뚱한 가르침을 받아 만든 대표적인 곡은 ‘테이크 파이브’입니다. 재즈 명반으로 알려진 ‘타임 아웃’ 앨범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곡입니다. 서양의 전통적인 박자인 단순박자 4/4박자와 3/4박자를 과감히 벗어난 곡입니다.

4/4박자와 3/4박자는 한 마디에 4분음표가 각각 4개씩, 3개씩 있다는 뜻입니다. 4/4박자는 ‘강-약-중간-약’의 리듬이, 왈츠에 주로 쓰이는 3/4박자는 ‘강-약-약’의 리듬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테이크 파이브’는 5/4박자 연주곡입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이런 박자는 단순박자가 여러 개 합쳐진 ‘혼합박자’라고 합니다. 브루벡 콰르텟의 색소폰연주자 폴 데스몬드는 5박자 중 강박은 첫 번째와 네 번째에 있다고 말합니다. 5박자가 3+2로 나뉘니까 균등하지 않은 두 덩어리가 돼서 특이한 리듬이 생기지요. 그런데 사실 이 곡의 리듬은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빠르고, 복잡한 곡을 살펴봅시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Blue Rondo a la Turk’입니다. 이 곡의 박자는 9/8입니다. 한 마디 안에 8분음표가 9개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8분음표 9개가 세 개씩 세 그룹으로 나뉠 것 같지요? 9개의 리듬을 3개로 나눈다면, 보통 ‘강-약-약’을 세 번 반복하는 3+3+3 패턴이 일반적이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평범한 리듬이었다면 브루벡의 음악이 아니겠지요. 이 곡은 9개의 리듬을 2+2+2+3 패턴으로 나눕니다. 9/8박자에서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세 번의 리듬이 나온 뒤, 비로소 익숙한 리듬이 한 번 나오지요.

심지어 중간에 4/4박자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 곡은 9/8박자와 4/4박자가 두 마디씩 교대로 세 번나타납니다. 한 곡에서 박자가 여러 번 바뀌면 이상할 것 같다고요? 예상과 다르게 변박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니 이것이 브루벡의 음악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2008년 5월 17일 미국 태리타운 뮤직홀에서 공연중인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모습.
 

변화된 리듬으로 늘 새롭게
다시 ‘테이크 파이브’로 돌아옵시다. 앞서 5/4박자는 4분음표 5개가 한 마디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브루벡은 종종 4분음표가 아닌 8분음표 10개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3+3+2+2 패턴으로 연주한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2개의 짧은 박자와 2개의 긴 박자가 섞여 음악이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듭니다.

흔히 리듬은 길고 짧은 음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박자는 강한 박자와 약한 박자의 일정한 패턴으로 이뤄지고요. 리듬으로 일정하게 강약을 이루고 있는 패턴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브루벡은 곡에 이런 변화를 적절히 주면서 같은 곡을 반복해 연주해도 지루하지 않게 했습니다. 변칙박자를 능수능란하게 쓸수록 재즈곡이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들립니다.

이처럼 브루벡 음악에서 색다른 박자와 리듬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곡에 다양한 리듬과 박자가 섞인 변칙이 조화를 이루거든요. 재즈는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불규칙한 리듬과 엇박자에서 신선함이 들지만, 나름의 규칙을 갖고 조화롭게 들리기 때문에 매력 있는 장르입니다. 브루벡은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박자와 리듬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대중성까지 사로잡은 것이고요!


  에필로그  

데이브 브루벡을 듣고 재즈피아노를 배우러 갔습니다. 한 달 동안 코드 연습만 했습니다. 이제 배운 코드를 바탕으로 멜로디에 맞게, 내 취향에 맞게 조금씩 변형하면 됩니다. 타고난 리듬이 부족했나봅니다. 아아. 즉흥연주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듣는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제 추천곡은 ‘Unsquare Dance’입니다. 7/4박자 곡입니다. 이 곡은 박자 패턴이 어떻게 나뉠까요? 곡을 들어보며 한 번 박자를 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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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기타

    [참고자료] 마크 맥파랜드 ‘Dave Brubeck and Polytonal Jazz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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