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케이블 방송에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 ‘수학 천재’라고 불리는 뮤지션이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수학 천재 프로그래머라고도 불린다. 바로 달달한 음악에 맞춰 랩을 하는 감성 래퍼 닥터심슨이다. 수학적인 사고가 삶의 밑천이라고 말하는 닥터심슨을 만나 보자.
수학 천재 프로그래머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나요?
최근에는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매일 공부해야 하는 학생도 아니고 음악가니까 이제는 수학, 과학을 좀 못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떨쳐 내고 있어요. 하지만 민족사관고라는 고등학교 이름이 언급될 때면 동문에게 누가 되고 싶지않아, 방송에서는 평소 제 성격과 다르게 진지한 모습을 보이게 되네요. 하하.
수학 천재라는 수식어답게 학창시절 수학을 잘했을 것 같아요. 특별한 비법이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탔어요. 민족사관고도 자연계열 특기생으로 입학했어요. 그때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삼시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저는 질문이 참 많은 아이였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면 그때마다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가 친절하게 답해 주셨어요. 학교 진도와 상관없이 궁금한 점을 묻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선행학습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2학년 기하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계속 묻다 보니 어느새 중학교 수준까지 배우게 된 것이죠. 다행히 원리를 다 이해하기 전까지는 문제를 푸는 경우가 드물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수학은 항상 스토리가 있는 흥미로운 과목이었어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다소 산만한 말썽꾸러기였어요. 실제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도 했어요. 자기 주장이 강한 건 물론이고, 친구들 사이에서 꼭 골목대장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탓에 많이 싸웠어요. 찬찬히 책을 잘 읽지 못해 과제를 빨리 마치면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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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램을 짜 본적이 없어 첫 번째 낚시 대결부터 애를 먹었다.
“스마트루어는 사실 매우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는데도, 소스코드가 어떤 원리로 기계를 움직이는지 몰라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같이 출현한 이독실 형님과 송호준 형님에게 기계의 전자, 전기적인 부분에 대해 가르침을 받으면서 프로그래밍했어요. ”
두 번째 당구 대결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당구 게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빌려서 사용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밝혔다. 최성원 선수와의 대결 경험을 토대로 기계를 업그레이드해서 현재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하면 안 되겠냐고 제작진에게 요청할 정도였다.
“출연자 6명 모두 본업을 잊을 정도로 절대자와의 대결을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보통 저희가 생각한대로 기계가 움직여 주지 않았는데, 가끔 그대로 움직이면 정말 온몸이 짜릿했어요. 그 매력에 빠져 모이기만 하면 기계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닥터심슨은 비록 패배의 연속이었지만 각 패배가 주었던 큰 가르침을 시청자 여러분도 느꼈을 거라면서 시즌2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고등학생 때는 정보올림피아드에 나가 상을 휩쓸었어요. 꿈이 프로그래머였나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때 컴퓨터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부모님께 여쭈었고, 그게 시작이 돼서 컴퓨터 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그 이후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큰 고민 없이 컴퓨터를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음악과 문학을 좋아하게 되면서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어요.
부모님 뜻대로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고등학생 때와 비슷한 삶이 반복되면서 답답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 두고 조금 더 준비해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 지원했어요. 사실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을 수가 없어 뮤지션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미국으로 갔어요.
그러면 어떻게 뮤지션이 된 건가요?
대학교 4학년 때 인턴 대신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마음 먹고 휴학했어요. 음악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학 학원 강사를 하면서 제 앨범 제작부터 작사, 작곡, 노래까지 직접 다 했어요. 이게 지금 제 소속사인 닥터심슨컴퍼니의 시작이에요.
저는 전자음보다 기타나 건반, 스트링 같은 어쿠스틱 악기를 좋아해요. 그런 반주에 랩을 하니까 ‘어쿠스틱 힙합’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됐어요. 지난 11월 2일 부드럽고 달콤한 곡만 모은 미니앨범 ‘Gentle Fidelity’를 발표했어요. 이어서 우울한 감성을 담은 ‘Blue Fidelity’가 나올 예정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대단한 음악가보다는 꾸준히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디 가수를 지원하는 등 사회 공헌 일도 많이 했어요. 이런 활동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달달한 음악을 하다 보니 여성팬이 많아요. 이분들에게 음악뿐 아니라 건강한 메시지도 전달해 주고 싶어서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과 유방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리는 ‘핑크리본 캠페인’ 홍보 앨범을 매년 제작하고 있어요. 수익금의 일부를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하는 착한 앨범이지요.
또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서 ‘디어뮤즈먼츠’라는 사회 공헌 문화 사업을 하는 회사를 만들어 인디 가수도 지원하고, <;돈패닉 서울>;이라는 잡지도 만들고 있어요.
음악 외에도 시간을 쪼개서 이런 일을 하는 걸 보면 어렸을 적 산만했던 성격이 남아 있는 것도 같아요.
마지막으로 수학동아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수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는 저에게 커다란 밑천이에요. 감성적인 일을 하면서도 경영자나 기획자로서 판단할 때에는 항상 경제적, 수학적인 감각이 필요하거든요. 수학을 지루해 하는 학생이 많은데, 실용적인 측면도 많으니 관심을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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