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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빛과 거울, 명작의 비밀명기>;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입니다. 이번에 전시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작품에는 특별한 도구가 이용됐어요. 바로 빛과 거울이에요. 빛의 방향을 적절히 조절하고, 거울로 빛을 반사해 자화상을 그렸다는 말입니다. 믿기지 않는다고요? 지금부터 저를 따라오세요.


자, 1관부터 들어가 봅시다. 체험관 안쪽은 암막으로 막아놓아 캄캄해요.

한쪽 벽면에 작게 뚫려있는 구멍만이 유일하게 바깥의 빛을 받아들이지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구멍 하나 덕분에 밖에 있는 사람이 안쪽에 있는 캔버스에 비칩니다. 비록 거꾸로지만요. 안쪽에 있는 화가는 비친 상에 맞게 윤곽선을 따라 그리고, 중요한 특징을 잡아 놓아요. 그리고 캔버스를 180° 돌려서 똑바로 둔 뒤에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럼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릴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든 장치도 있어요. ‘카메라 옵스큐라’입니다. 쉽게 말해 바늘구멍 사진기지요.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이용해 상자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과한 상이 반대편 면에 맺히도록 만들었습니다. 상이 맺히는 면의 위치를 조정해 원래 상의 크기보다 더 크게, 혹은 작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그림을 그릴 때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했습니다. 사진처럼 정확히 묘사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면 캔버스에 더 넓은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베르메르의 작품에는 한 사물이다른 사물에 비해 유난히 작거나 크게 표현돼 있어요. 대신 명암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생생하고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명암법’은 빛을 이용해 밝음과 어둠의 대조를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렘브란트 초상화도 명암의 대비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얼굴만 밝게 밝히고, 나머지 공간은 어둡습니다. 오닐은 렘브란트 초상화의 배경이 모두 어두워 암실처럼 캄캄한 곳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추측하는 것이지요.

초상화 속 렘브란트의 시선을 보세요. 중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림에서 정면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어요. 어딘가에 비친 이미지를 보고 그렸다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초반 작품과 말년 작품의 스타일도 다릅니다. 젊은 시절 자화상에 비해 노년에는 훨씬 더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닐은 이미지를 캔버스에 투영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거울의 위치를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여보며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평면거울 하나와 오목 거울 한 개를 엇갈려 뒀을 때 상이 명확하게 비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오목거울을 이용했기 때문에 상은 거꾸로 맺혔습니다. 오목거울은 빛의 반사 법칙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상이 반대로 맺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그릴 때처럼 오목거울을 하나만 이용하면 옆모습 밖에 그릴 수 없게 됩니다.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려면 평면거울이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그러면 평면거울에 비친 얼굴이 오목거울에 반사된 뒤 마지막으로 캔버스에 맺히게 됩니다. 오목거울은 빛을 한 곳으로 모으기 때문이지요. 오닐은 렘브란트가 이 방법으로 캔버스에 비친 정면 모습을 따라 선을 그렸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오닐은 직접 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렘브란트는 당시에 유명한 화가로 길드를 만들기도 했고, 과학계 집단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중에는 광학 기구를 다루는 과학자들이나 거울을 만들어 파는 장사꾼도 있었지요. 그래서 광학 기구를 쉽게 구하고,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던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그림을 분석하는 것은 절대 화가를 깎아 내리려는 게 아닙니다.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지요. 투영된 상을 따라 그린다고 모두 렘브란트처럼 멋지게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누구나 렘브란트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때문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와 렘브란트 미술관, 네덜란드 과학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젝트인데요, 렘브란트의 화풍을 똑같이 재현해 냅니다. 안면 인식 기술로 렘브란트 작품 260점 속 인간의 표정을 분석해 데이터를 얻습니다. 그뒤 3D프린터로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모방해 그려냅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렘브란트가 자주 사용한 구도와 색채부터 유화의 질감과 부피까지 완벽히 재현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거장의 작품을 똑같이 재현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빈틈없는 복제품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냐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으로 실제 본인이 그린 것처럼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 단순 복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렘브란트가 이미지를 투영한 걸로 단순히 베껴 그렸다고 할 수 없다는 것처럼요.

화가의 광학기기 사용 논란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처럼 이것 또한 논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다같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며 관람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기타

    [참고자료] ‘Rembrandt’s self-portraits’,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화의 비밀>
  • 일러스트

    UNKLE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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