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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연, 여러분도 공감하시지요? 중고 거래를 할 때는 늘 걱정이 앞섭니다. 튼튼하다고 해서 믿고 산 물건이 사실은 상태가 별로일까봐서요. 말 박사님, 의사소통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중고 거래 사연은 꽤 복잡한 의사소통 사례입니다. 일단 물건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쪽은 판매자예요. 최종 구매 결정은 사연 속 청취자의 몫이고요. 판매자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 청취자에게 여러 정보를 알려줄 거예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물건의 품질과 가격을 좋게 말할 수 있겠지요.

반면 청취자는 이 판매자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어요. 판매자가 물건을 사라고 부추기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판매자를 찾아 나설 수 있지요. 그래서 더 고민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칩 토크 게임’이라고 해요. ‘칩 토크’를 우리 말로 하자면 ‘빈말’이고요.
 흔히 쓰는 ‘빈말’은 별 뜻 없이 하는 말이라는 뜻인데 이것도 칩 토크인가요?
 칩 토크가 될 수 있지요. 그때 상대방이 별 뜻 없이 한 빈말은 듣는 이도 ‘큰 의미가 없는 말이군’이라고 이해해야 별 탈이 없어요. 반대로, 상대방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말을 하면 듣는 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겠지요.

게임이론에서는 마치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한 듯이 대화가 이뤄지는 칩 토크 상황을 ‘균형 상태’라고 해요. 모든 칩 토크가 균형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대로 된 정보는 귀담아 듣고, 쓸모없는 정보는 무시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어요.

그렇지만 칩 토크가 쉽게 균형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의도를 몰라서’예요. 중고 물품 판매자가 괜찮은 물건을 적절한 가격에 팔아 신뢰를 쌓으려는 게 확실하면 판매자의 말을 대부분 믿어도 좋아요.

반대로, 상대방을 속여 돈을 가로채려는 판매자라면?
 판매자와 구매자 중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관계네요. 그런 판매자가 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게 균형 상태겠군요?
 맞아요. 게임이론 연구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얼마나 주고받는지 분석하기 위해 이차함수를 이용해요. 원하는 게 제각각인 사람들에게 간단한 이차함수를 하나씩 부여하지요. 이차함수는 축의 방정식에 따라 수직선 위에서 위치가 달라지는 것 아시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이일수록 함수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들은 함수 간 거리를 멀게 설정하지요. 연구 결과, 함수 간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방금 농구 선수로 뛰고 있다는 청취자께서 사연을 올려주셨네요. 스포츠는 승패가 분명하니까 서로 경쟁하는 선수들의 이차함수 사이의 거리는 멀겠네요. 양쪽 다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선수들은 경기 중에 칩 토크를 할 시간이 없어서 애초에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 않나요?
 천만의 말씀! 이번 사연이 바로 선수들의 칩 토크인 ‘트래시 토크’에 관한 겁니다. 경기중에 상대방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하는 쓸모없는 말이지요. 합리적인 선수라면 그 의도를 알기 때문에 상대방이 뭐라고 지껄이든 흘려들어야 해요. 트래시 토크를 하는 선수는 나쁘게 볼 것도 없어요. 사실 트래시 토크는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걸 이용한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거든요.
 이해관계가 분명하니까 상대방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도 쉽게 판단이 서네요. 첫 번째 사연의 청취자도 중고 물품 판매자를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요?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속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당연하지요. 어디 보자…. 옳지. 제가 뽑은 이 사연에 대한 답이 첫 번째 사연을 주신 청취자께도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새 친구가 믿음직스러운 행동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그 아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무척 당황스러울 거예요. 내게 잘해 주다가도 언제 거짓말을 하고 뒤통수를 칠지 걱정이 될 거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 사연에서 안 좋은 얘기를 청취자에게 전한 그 친구의 말도 칩 토크랍니다. 그러니 그 친구의 의도를 먼저 살펴보세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꼭 좋은 아이였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무척 속상하잖아요.
 나중에 배신을 당하더라도 그 친구가 청취자에게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아마 배신하기 전까지는 청취자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줬을 거예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이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래서 삼국시대의 관리들도 나라에 상대국의 첩자가 들어와 있는 걸 알면서도 눈감아 줬답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절대 두 번은 속지 않을 거예요!
 처음엔 속더라도 그 다음부턴 속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첫 번째 사연의 청취자분도 판매자에 대해 꼼꼼히 찾아본 뒤에 용기 내서 거래에 도전해 보세요! 노래 한 곡 듣겠습니다~.

2016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도움

    김용관 교수
  • 도움

    임우영 교수
  • 일러스트

    오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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