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수학자 ‘제임스 모리아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는 사설 탐정 ‘셜록 홈즈’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군의관으로 일하다 돌아온 의사 ‘존 왓슨’이 등장한다. 알쏭달쏭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모습은 수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셜록 홈즈의 팬은 ‘셜로키언’으로 통한다. 이들은 작품을 챙겨 보고 비평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설 너머를 추리하고 그 내용을 논문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셜로키언의 원조 격인 에드가 스미스는 1946년 ‘베이커 스트리트 저널’이라는 잡지를 출판했다. 이 잡지는 계절마다 한번 나오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셜록 홈즈 시리즈와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실린다.
제임스 모리아티는 셜록 홈즈와 대적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뛰어난 두뇌로 범죄를 직접 저지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도 한다. 셜록 홈즈를 비롯한 등장인물이 이름을 자주 언급하지만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 독자 사이에서도 가상의 인물인 모리아티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졌고,이 사람에 대한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됐다.
악당 모리아티의 어린시절은?
아서 코난 도일은 제임스 모리아티의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쓰지 않았다.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얻어 모리아티의 출생, 성장 배경 등을 완성해 나갔다. 팬의 관심 덕에 가상의 인물이 마치 실제 있었던 사람처럼 인생 스토리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정보는 베이커 스트리
트 저널이나 책에 실렸다.
“(모리아티는)키가 아주 컸고 마른 데다가 앞이마는
흰머리로 덮여 있었고 두 눈은 움푹 들어갔어. 깔끔하게
면도를 했는데, 창백하고 꼬장꼬장해 보이는 얼굴이
교수다워 보였지. 지나치게 많이 공부한 탓인지 어깨가
구부정했어. 앞으로 툭 튀어나온 얼굴을 조금씩 좌우로
흔들 때는 호기심 넘치는 파충류처럼 보였어.”
<;마지막 문제>;
<;셜록 홈즈>;의 팬인 영국 리즈대 수학과 존 바우어스 교수는 모리아티의 외모를 묘사한 소설 대목을 읽고 그가 50살은 됐을 거라고 추측했다. <;마지막 문제>;가 1891년 작품이니 모리아티는 1840년대 초반 또는 그 이전에 태어났을 것이다. 바우어스 교수는 모리아티가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소설 내용을 읽고 그의 출신지로 적합한 곳을 추측해 나갔다. 그러던 중 아일랜드 남서부에 실존했던 모리아티 가문을 찾아냈다. 이 가톨릭계 집안은 모리아티의 출신 배경으로 제격이었다.
“어쨌든 마른 얼굴에 희끗희끗한 머리칼하며 말하는
품새마저 근엄해서인지 성직자를 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려는데 교수가 내 어깨에 손을 얹더군요. 마치 차갑고 험한 세상으로 나가는 나(맥 경위)에게 신부님이 축복을 빌어주시는 것 같았어요.”
<;공포의 계곡>;
수학신동 모리아티
19세기 가톨릭 집안에서는 사내아이가 총명하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면 사제가 되도록 길을 닦아 주었다. 그래서 모리아티도 아마 예비 신학대학에 들어갔을 것이다. 맥 경위가 말한 성직자적인 면모도 여기서 나왔을 확률이 높다.
“(모리아티의)업적은 분명 특출했다. 그는
좋은 집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수학자적 자질을 타고났다. 21세에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주제인 이항정리에
대해 논문을 썼다. 그 덕분에 그는 작은
대학의 교수가 됐다.” <;마지막 문제>;
좋은 집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수학자적 자질을 타고났다. 21세에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주제인 이항정리에
대해 논문을 썼다. 그 덕분에 그는 작은
대학의 교수가 됐다.” <;마지막 문제>;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으로 뛰어났던 모리아티는 어느 학교에 다녔을까? 당시에 갈 만한 학교는 트리니티 칼리지와 퀸즈 칼리지였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수학 교육에 강했지만, 1850년대까지는 이곳 출신인 걸출한 수학자가 없었다.
반면, 퀸즈 칼리지가 배출한 학자 중에는 논리대수를 연구하는 ‘조지 불’도 있었다. 모리아티가 살던 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학이라는 장점도 있다. 퀸즈 칼리지가 1849년에 문을 열었고, 모리아티가 늦어도 18세엔 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가 1930년 이후에 태어났다는 걸알 수 있다.
조지 불은 모리아티가 1840년 즈음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모리아티가 교수가 된 나이(21세)와 불의 사망 시기를 보자. 불은 1864년에 폐렴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모리아티의 논문 주제인 이항정리가 대수학의 일부라는 점으로 볼 때, 만약 1864년까지 모리아티가 퀸즈 칼리지에 머물렀다면 그는 분명 불의 뒤를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불의 뒤를 잇는 교수가 됐다는 건 모리아티가 이미 다른 학교에서 교수가 됐다는 뜻이다. 즉, 1863년에 그의 나이는 이미 21세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어느 학교의 교수가 됐을까?
소설에 따르면, 모리아티는 작은 대학에서 연 700파운드를 받게 됐다. 이 학교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좋은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 평균 연봉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을 것이다.
모리아티의 이름은 영국의 어느 대학을 찾아봐도 없다. 그가 교수직을 맡은 학교는 19세기 중반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사라졌거나 다른 학교에 통합됐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문을 닫는 학교는 학교를 운영하는 데 쓸 기부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가 운영비용을 아끼려고 연봉이 높은 교수를 모함해 내쫓았다면? 모리아티가 범죄를 일삼다 나쁜 소문이 퍼져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소설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모리아티의 수학적 취향
반면, 퀸즈 칼리지가 배출한 학자 중에는 논리대수를 연구하는 ‘조지 불’도 있었다. 모리아티가 살던 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학이라는 장점도 있다. 퀸즈 칼리지가 1849년에 문을 열었고, 모리아티가 늦어도 18세엔 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가 1930년 이후에 태어났다는 걸알 수 있다.
조지 불은 모리아티가 1840년 즈음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모리아티가 교수가 된 나이(21세)와 불의 사망 시기를 보자. 불은 1864년에 폐렴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모리아티의 논문 주제인 이항정리가 대수학의 일부라는 점으로 볼 때, 만약 1864년까지 모리아티가 퀸즈 칼리지에 머물렀다면 그는 분명 불의 뒤를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불의 뒤를 잇는 교수가 됐다는 건 모리아티가 이미 다른 학교에서 교수가 됐다는 뜻이다. 즉, 1863년에 그의 나이는 이미 21세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어느 학교의 교수가 됐을까?
소설에 따르면, 모리아티는 작은 대학에서 연 700파운드를 받게 됐다. 이 학교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좋은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 평균 연봉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을 것이다.
모리아티의 이름은 영국의 어느 대학을 찾아봐도 없다. 그가 교수직을 맡은 학교는 19세기 중반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사라졌거나 다른 학교에 통합됐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문을 닫는 학교는 학교를 운영하는 데 쓸 기부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가 운영비용을 아끼려고 연봉이 높은 교수를 모함해 내쫓았다면? 모리아티가 범죄를 일삼다 나쁜 소문이 퍼져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소설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모리아티의 수학적 취향
“모리아티 교수가 바로 그 유명한 <;소행성 역학>;을 쓴
저자가 아니겠어? 순수 수학에서 너무나 높은 경지에 올라서
과학계에서도 그를 비판할 사람이 없을 정도야.” <;공포의 계곡>;
저자가 아니겠어? 순수 수학에서 너무나 높은 경지에 올라서
과학계에서도 그를 비판할 사람이 없을 정도야.” <;공포의 계곡>;
모리아티의 논문주제인 이항정리는 당시에 유행하던 연구 주제였다. 이항정리란, 예를 들어 (1+x)100을 전개했을 때 x5의 계수가 무엇인지를 찾는 원리다. 이 논문으로 모리아티는 좋은 평가를 받고 교수가 됐다. 그 내용을 알 방법은 없지만 모리아티가 특히 ‘계산’에 흥미를 느꼈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10년 여름,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의 제작진은 영국 옥스퍼드대 응용수학 협동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촬영 현장에 수학적인 요소를 더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응용수학 협동센터의 알랭 고리에리 교수와 데릭 E. 몰튼 박사는 모리아티 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거대한 칠판에 식을 넣기로 했다. 이 식은 1890년 연구실에 있었을 법한 정확한 식이자 모리아티의 계략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모리아티의 인생사와 성격은 창작자와 팬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서 모리아티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세계각지의 셜로키언은 어떤 연구로 재미난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참고자료 : Alain Goriely and Derek E. Moult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