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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인터뷰_최수영 교수

젊은 수학자를 만나다



인터뷰를 위해 아주대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날씨가 무척 좋아 더 화사해보였다. 다채로운 꽃들에 취해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최수영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팔달관 앞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주대학교 수학과 부교수로 있는 최수영입니다. 저는 KAIST에서 대학 생활을 했고, 석박사 과정까지 모두 KAIST에서 마쳤어요. 그리고 일본에서 1년 반 정도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2011년 부터 아주대에서 위상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흥미가 있었나요?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건 누나 덕분이에요. 제가 중학생이 될 때쯤 누나가 푸는 고등학교 문제집이 멋있고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빨리 공부해보고 싶었죠. 그 생각 하나로 고등학교 수학을 독학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올림피아드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에 대한 경외심이 생기더군요. 내가 손도 못 대는 문제를 기발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아이디어에 대한 흥미도 생겼고요.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수학자가 꿈은 아니었어요.

수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박사 과정 1~2년차 정도까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했어요. 그때 제 지도교수님이셨던 KAIST 수리과학과 서동엽 교수님께서 풀어보라고 문제 하나를 내주셨죠. 저는 이 문제를 풀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며칠 정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 문제를 푸는 순간, 지금까지 했던 공부가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 순간이었지요. 또,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저는 이때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같아요.(웃음)

일본 생활은 어떠셨어요?

일본에 있을 때는 공부에만 몰두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을 때가 아닌가 싶네요. 본능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느꼈던 것 같고, 많은 연구 결과를 그 시기에 얻었지요. 지금 제 연구의 절반 정도는 그때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보통 수학자의 위대한 업적은 젊은 시절에 이룬다고 하나요?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는 하나씩 연구 성과를 쌓아가며 말년에 그 연구를 총망라하는 결과를 얻는 것 같아요. 저도 박사과정 때와 그 직후에 괜찮은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그 연구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더 발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시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다 풀렸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수학 문제가 많이 풀린 건 사실이에요. 특히 오랫동안 안 풀리던 미해결 난제들이 최근 몇십 년 사이에 많이 풀렸지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푸앵카레의 추측이 풀렸고, 쌍둥이 소수 가설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 위탕 장의 연구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은 굉장히 놀라워요.

이런 면에서 볼 때 수학이 요즘 크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1960년대에 수학과 물리가 급격하게 발전했다가 정체기를 겪고 있었는데, 요즘 다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시기라는 느낌이 듭니다. 학자로서 많이 자극을 받고 있죠.

교수님이 연구하고 있는 ‘원환체 위상수학’은 어떤 분야인지 알고 싶어요.

대칭성이 있는 위상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예요. 대칭성을 도형에 대응시킬 수 있는데, 그러면 도형의 성질을 위상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위상 수학의 성질을 도형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요. 저의 주된 관심사는 대칭성 있는 공간을 위상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랍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조합수학의 ‘4색 정리’나 ‘g-가설’같은 어려운 문제가 위상수학과 관련 있다는 걸 지도교수님을 통해 알게 됐어요. 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답니다. 예를 들어 임의의 3차원 다면체 위에 어떤 성질을 만족하는 원환체 위상 공간을 찾을 수 있으면 4색 정리가 풀리거든요. 이렇게 여러 분야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융합해서 해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융합이 수학에서도 중요한가요?

그럼요. 제 분야는 워낙 융합적이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저는 보통 1년에 1~2달 정도는 외국에 머물러요. 외국의 수학자들과 교류하기 위해서죠. 그러지 않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물론 다른 분야의 수학자와 교류하지 않고 좋은 연구 결과를 내는 분도 있지만, 수학자라면 많은 학자와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분들과 토론할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곤 한답니다.

다른 수학자와 함께 연구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KAIST 수리과학과 엄상일 교수님의 동아리 후배고, 함께 동아리 20주년 행사에 참석했었어요. 그때 엄상일 교수님께서 강연을 하셨죠. 그런데 강연 내용이 마침 제가 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엄상일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그래프 이론과 제 연구 분야인 위상수학은 별개의 학문인데, 그 접점을 찾은 거죠. 그렇게 엄상일 교수님과 합심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답니다.

수학자로서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실원환체 공간’이라는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너무 어려워서 사람들이 연구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수학이 그냥 문제만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수학의 본질은 아니니까요. 정해진 논리 안에서 추상적인 것을 볼 수 있고,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게 수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 보고, 자기만의 문제를 만들어 보며 재미있게 수학을 즐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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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
  • 사진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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