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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변신한다!


‘변신’의 종결자.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들이 돌아왔다! 올여름 영화‘트랜스포머3’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인 로봇들. 영화 속에서 그들이 변신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는 로봇의 세상. 안타깝게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현실세계엔 우리를 지켜줄 오토봇도 그들과 치열한 전쟁을 선포한 디셉티콘 군단도 없다. 흠…, 나만의 변신 로봇은 어디에 있는 걸까?


3D 영화 구현하는 CG 속 수학

영화‘트랜스포머’시리즈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섬세하게 묘사된 로봇의 변신 과정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로봇들의 전투 장면 때문이 아닐까!

특별히 이번 편에서는 전편과다르게 ‘3D 영화’로 개봉해 관객들의 오감 만족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잘 알고 있는‘3D 영화’에 대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3D’는 3차원을 나타내는 ‘three dimensions’의 줄임말로 영화계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두 가지 모두‘3D 영화’라 불리는데, 하나는 애니메이션‘토이스토리(1995)’를 시작으로 제작된, 360° 회전이 가능한 입체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말하고, 하나는 특수 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는‘입체 영화’를 의미한다. 예전과 달리 입체 영화가 빈번하게 등장함에 따라, 요즘 극장계에서 흔히 말하는 ‘3D 영화’는 두 번째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통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캐릭터를 그린 작가의 그림만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 2차원 만화 영화는 그랬다. 캐릭터가 손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여러 장의 그림으로 그려 연결했다.

하지만 3D 영화는 다르다. 영화‘트랜스포머’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로봇들이 뛰고 걷고 날고 변신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CG)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3D 영화를 제작할 때도,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려내는 작가들이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CG 전문가의 손에 의해 진행된다. CG 기술의 상당 부분은 수학을 품고 있다.

CG 기술 속에 담긴 흥미진진한 수학 이야기를 대한민국 최고의 CG 마법사 노준용 KAIST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최초로 3D 캐릭터를 제작해 애니메이션 계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범블비의 차원

영화‘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여러 로봇들 중 여성 팬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범블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범블비는 역시 360°회전이 가능한 3차원 캐릭터다. 사실‘트랜스포머’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1984년 미국에서 재탄생한 만화 버전에 등장하는 범블비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2차원 캐릭터다. 수학에서 차원이란, 공간에 도형이나 사물이 위치해 있을 때 그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실수의 개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2차원 범블비의 왼쪽눈의 위치를 알아보자. 그림과 같이 가상의 좌표가 있다고 가정할 때, 왼쪽 눈의 위치는 (3, 6). 즉 두 개의 수로 정확한 위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범블비는 2차원 캐릭터인 것이다. 이와 달리,3차원 범블비는 같은 왼쪽 눈의 위치를 설명하려고 해도 두 개의 수만으로는 어렵다. 가로, 세로, 높이의 위치까지 알아야 정확한 위치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 기술 개발하려면 수학 공부는 필수!

노준용 교수는‘나니아 연대기’‘수퍼맨 리턴즈’‘80일간의 세계 일주’‘가필드’‘황금나침반’‘킹덤’‘반지의 제왕3’등 23편의 세계적인 영화에서 섬세한 특수 효과로 명장면들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최근에는 외국 영화 외에도 개봉을 앞둔 국내 영화 중에서 영화촬영이 끝난 뒤‘입체 영화’로 상영하기 위해 영상을 입체 영화 버전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곧 그의 손길이 닿은 영화‘7광구’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 나은 CG 기술을 개발하려면 수학 공부는 필수죠!”

유쾌한 모습으로 기자를 반겨준 노 교수가 ‘수학동아’를 두 손에 꼭 쥐더니 내뱉은 첫마디다.“저 역시도 학창시절에는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근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수학 공부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수학을 정말 잘해야 하더라고요. 그걸 알고는 ‘아…, 학교 다닐 때 좀 더 열심히 해 놓을걸’이라고 후회할 정도였으니까요.”

CG 기술에 주로 쓰이는 수학은 확률과 통계, 그리고 미분과 적분에 관련된 내용이다. 이를 이용해 방정식을 세워 기술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주인공‘샘’의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범블비의 표정을 살펴보자. 사람의 얼굴은 70여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비록 범블비는 로봇이지만 하는 행동과 표정은 사람과 흡사하다. 트랜스포머 제작진은 사람 같은 로봇을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노 교수는 자연스러운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표정 변화를 모두 좌표로 나타내 좌표의 변화를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된 수식은 얼굴에서 표정에 따라 눈, 코, 입의 위치를 자동으로 변환해 자연스러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정확히 계산된 수식과 결과는 다음 작업을 위해, 통계 자료로 기록해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아참! 이번 편에서 범블비가 디셉티콘 군단에게 목숨을 위협당할 때, 유명한 애니메이션 ‘슈렉2’의‘장화 신은 고양이’보다 더 귀여운 ‘필살 애교 표정’을 지으니 놓치지 마시길!
 

CG마법사 노준용 KAIST 교수.



종이 전개도로 만든 변신 로봇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기술 덕분에 수만 개의 금속 부품들이 흩어졌다 빠른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단연 최고다. 영화에 등장하는 오토봇은 로봇과 차 사이에서 때에 따라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기계가 다른 기계의 형태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몸체가 가진 부속품들이 적절한 위치로 정확하게 재배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변신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그려진 설계도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에서 등장하는 로봇들과 시중에 판매되고있는 트랜스포머 로봇 모형들은 섬세하게 곡선으로 제작돼 있어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여기서는 종이로 만들 수 있는‘옵티머스 프라임’을 소개한다! 비록 투박한 종이로 만들어진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정교한 매력까진 바랄 수 없지만 전개도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종이로 만든 로봇이 변신하다니!

이 작품의 전개도는 미국의‘Paperrobot1999’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다. 이 작가는 로봇을 사랑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누구나 쉽게 로봇을 만들어 볼 수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로봇의 전개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개도를 꼼꼼히 살펴보자.

그의 설명서에 따르면 가장 먼저 조립을 시작하는 부분은 로봇의 가슴 부분. 가슴 부분의 전개로들 살펴보면 윗면이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는 로봇이 트럭으로 변신할 때, 로봇의 머리를 숨기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부분이다.

 

로봇이 트럭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가슴 부분의 빈 공간에 머리를 넣어야 한다. 머리 부분 한 변의 길이는 변신이 가능하도록 철저하게 그려졌다.


또한 머리 부분은 밑면이 뚫린 형태의 정육면체 모양인데, 밑면이 뚫렸기 때문에 전개도에 보이는 면은 다섯 개뿐이다. 다만 변신을 생각하다 보니 가슴통에 비해 유독 머리가 작게 제작돼 안타깝지만 그럼 어떠랴! 가슴통 속으로 쏙 들어가는 작은 머리가 귀엽기만 하다. 머리 부분 한 변의 길이는 가슴통 가운데 부분의 한 변 길이를 넘지 않도록 제작됐다.

이 정도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트럭으로 변신한 모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세밀하게 제작된 로봇의 팔과 다리를 한 번 더 살펴보자. 다음은 손이 그려진 팔의 아랫부분 전개도다.
 

트럭으로 변신 할 때 로봇의 손가락 부분은 팔뚝 속으로 들어가 직육면체가 정확히 접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손등에 그려진 두 개의 동그란 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타원, 이것은 뭘까? 악당이 나타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레이저?! 아니다. 이것은 트럭으로 변신한 뒤 트럭에 장착될 헤드라이트 부분이다. 이 부분이 헤드라이트 역할을 하려면 손가락을 잘 숨겨야 한다. 대체 어디에 숨겨야 할까?

이것 역시정확하게 계산돼 그려졌다. 팔 부분의 전개도를 오려 붙여 보면 로봇의 팔뚝에 해당하는 부분이 윗면과 아랫면이 없는 직육면체 모양이 된다. 뻥 뚫린 직육면체의 한쪽에 손이 달린 모양인데, 여기 그려진 손가락 부분이 바로 팔뚝의 뚜껑 역할을 하며 손가락이 팔뚝 속으로 쏙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트럭으로 변신할 때, 이 부분은 윗면만 없는 직육면체 모양으로 바뀐다. 앞서 살펴본 가슴 전개도에서 빗금친 부분으로 쏙 들어가 트럭의 완벽한 헤드라이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되니 감탄하지 않을 수없다.

마지막으로 같은 원리로 제작된 다리의 윗부분을 살펴보자.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알아챘겠지만, 그렇다. 사다리꼴이 그려진 다리 부분의 윗면은 손등과 넓이가 같다. 이 부분은 로봇이 트럭으로 변신할 때 헤드라이트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트럭의 범퍼 부분으로 변신한다.
 

표시된 다리 부분의 윗면은 위의 손등 부분과 넓이가 같다. 이것들은 트럭으로 변신할 때 모두 트럭의 앞부분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 변신 로봇은 팔다리뿐만 아니라 변신하기 알맞게 제작된 모든 부분의 길이와 넓이가 수학적으로 계산됐다. 변신 로봇도 만들며 수학 공부도 할 수 있으니 1석 2조! 이참에 나만의 변신 로봇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옵티머스 프라임은 더욱 정교하게 계산돼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면 특별히 로봇이 변신하는 과정을 주목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길 바란다. 변신하기 알맞게 제작된 숨은 공간들을 찾아내는 신선한 재미 또한 느껴 보시길.


tip 트럭으로 변신!

종이 전개도로 변신 로봇을 만들 때, 무엇보다 로봇의 관절을 조립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작가의 설명서에는 로봇의 관절을 실 또는 고무줄로 연결하게 돼 있으나, 사실 이쑤시개를 이용하면 훨씬튼튼하고 안정된 로봇을 만들 수 있다.

201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김영순
  • 도움

    노준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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