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카메라에 담긴 수학, 영화사진작가에게 듣다


카메라에 담긴 수학, 영화사진작가에게 듣다


검색창에 ‘무적자’라고 쳐 봐. 영화소개와 함께 사진을 볼 수 있을 거야. 멋지게 서있는 송승헌 사진 보이지? 오늘 만날 주인공은 영화 촬영장에서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한세준 작가님이야. 수학동아에서 왜 영화사진작가님을 만나냐고? 그야 수학 사고력으로 무장했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지. 한세준 작가님을 만나러 ‘적과의 동침’촬영이 한창인 충남 외암리 민속마을로 가 보자고. 고고~!

✚“기자님, 제가 8월 18일까지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촬영을 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영화 촬영 구경도 하시고요.”

한세준 작가님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영화 촬영장이라니…. 어떤 배우가 나오는 걸까? 언제 개봉하는 영화지? 작가님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지만 내심 영화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외암리 민속 마을까지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어.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 들어 봤지? 서울을 벗어나 오산을 지나니까 비가 오락가락하는 거야. 설마 영화 촬영이 취소되는 건 아니겠지. 걱정 반 근심 반으로 외암리 민속마을에 갔어. 그런데 이게 웬걸? 차에서 내리자마자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거야. 그리고 만난 한세준 작가님.

“기자님, 어쩌죠? 영화촬영이 취소됐어요. 원래는 날씨가 궂어도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작가님의 한마디. 아쉬워도 어쩌겠어. 우리의 원래 목적은 작가님을 만나는 거였잖아. 작가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영화 촬영보다도 재미있는 작가님의 영화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어.

“현재는 ‘적과의 동침’ 스틸사진을 찍고 있어요. 김주혁 씨와 정려원 씨 주연의 영화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퇴각을 앞둔 북한군과 산골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내며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스틸사진이라…, 어떤 사진을 말하는 걸까? 영화 촬영을 할 때 찍는 사진을 말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영화를 홍보할 때 쓰는 사진이에요. 영화관에 비치된 팸플릿, 포스터, 영화 홈페이지 제작용 사진, 언론 배포용 사진 등을 말하죠. 전 영화 촬영에 방해되지 않도록 리허설할 때 또는 촬영 틈틈이 사진을 찍어요.”

리허설을 할 때 사진을 찍는 이야기를 듣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래도 배우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지는 않잖아.
 

작업한 영화사진을 보여 주시는 한세준 작가님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리허설 때도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어요. 금세 감정을 잡거든요. 대표적인 배우가 송강호 씨죠. 신인배우들은 촬영하기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촬영이 어려워요. 익숙하지 않아서 겠죠. 감정씬 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컷을 하자마자 사진을 찍어요. 감성이 풍부한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도 그 감정을 잠깐 유지하고 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배우와 친해져야 일을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작가님과 친한 배우가 있을까?

“친해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배우는 배우, 스텝은 스텝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촬영 중에는 친하게 지내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는 경우는 드물어요. 다른 영화에서 또 만나면 반갑고 그런 사이.”

역시 프로답게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하고 계셨어. 그런데 왠지 모르게 아쉽다….

“촬영장에서 배우도 찍지만 스텝도 찍어요. 배우 뒤에서 고생하는 스탭의 모습을 담으면 왠지 모르게 행복해 지거든요. 영화 촬영이 끝나면 감독부터 막내 스텝까지 단 한 장의 사진이라도 모두 나눠 줘요. 사진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저 또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필름카메라로 찍을 때는 일일이 인화해서 줬는데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니까 USB에 담아 주곤 하죠. 하하.”

원래 작가님은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싶어서 사진을 시작하셨대. 그래서 스텝들이 일하는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의미를 두신다고. 그런데 어떻게 영화에 발을 들이게 된 걸까?

“우리나라 사진계의 거장 구본창 선생님께서 우리학교에서 수업을 하시는 거예요. 보도사진 전공이라 구본창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과 관련이 없었지만 워낙 유명한 분이 수업을 한다니까 들었죠.

그리고 우연히 선생님과 친해졌고 선생님께서 아르바이트로 영화 ‘축제’의 스틸사진 찍는 것을 도와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이 일을 계기로 영화 일을 하게 됐죠. 사실 ‘축제’ 때는 부분적으로 촬영을 돕는 역할만 했었어요. 그 뒤로 영화사진 수업을 들었던 오형근 선생님의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죠.”

사실 작가님은 영화계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야. ‘여배우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괴물’등 제목만 들으면 다 아는 영화의 스틸사진을 찍으셨거든. 사진 전문가를 만났으니 사진 잘 찍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음만 먹으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잖아.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같은 사진을 봐도 어떤 사람은 좋다고 다른 사람은 싫다하고. 그래서 전 스스로 어떻게 하면 사진이 잘 나올지 생각하면서 찍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위치에 서는 게 좋은지, 어떤 각도로 찍는 게 좋을지 말이에요. 그리고 이유 없이 삐뚤어지게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건물을 배경으로 찍는다면 그건물과 평행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기본이에요. 하지만 의미를 부여해서 일부러 삐뚤게 찍는 것은 상황이 다르죠. 의미를 부여해서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진이 돼죠.”
 

황금비 구도로 가로●세로 3등분 교차점에 사람 얼굴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으면 안정감이 생긴다.


사람이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비인 황금비가 사진에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거야. 카드, 책, 엽서 등 일부러 황금비에 맞춰 만들잖아.

“사진에도 황금비 구도가 있어요. 사진을 찍을 공간을 가로·세로로 3등분한 뒤 교차점에 사람이나 물체가 오게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배경과 사물이 안정적으로 배치가 잘됐다고 느껴요. 그렇다고 모든 사진을 황금비 구도로 찍는 것은 아니에요. 똑같은 구도로만 사진을 찍으면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혹시 카메라에 수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작가님의 갑작스런 질문에 놀랐어. 카메라에 수학이! 작가님의 카메라를 유심히 살펴보니 여러 수치가 있더라고. 그걸 말씀하시는 건가?
 
"보통 디지털카메라는 셔터만 누르면 되지만 전문가들이 쓰는 카메라는 거리에 따라 날씨에 따라 조리개값을 조절해요.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조리개가 열린 정도가 조리개값이에요.
 


“카메라마다 렌즈의 초점거리가 일정하므로 빛이 들어오는 조리개 구멍의 지름을 조절하면 조리개 값이 커지고 작아져요. 맑은 날에는 빛이 들어오는 양을 줄여야 하니까 조리개값을 크게 하고 흐린 날에는 작게 해요.”

조리개값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카메라 렌즈를 살펴봤어. 그런데 렌즈를 둘러싸고 있는 둥근 원통에 2, 2.8, 4, 5.6, 8, 11, 16…과 같이 쓰여 있는 거야.
 


카메라에 수학이 숨어 있다니 신기하지?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카메라를 볼 기회가 생기면 렌즈를 자세히 살펴봐. 조리개값을 볼 수 있을 거야. 카메라의 상태를 나타내는 화면에서도 조리개값을 볼 수 있는데 화면에 f값이라고 표시된게 조리개값이야.

작가님께서 수학을 잘 아는 이유는 수학과를 나오셨기 때문이야. 그런데 어떻게 사진작가가 됐냐고? 군대 가는 친구가 보라고 준 바바라 런던의 ‘사진’을 보고 사진 재미에 푹 빠지게 됐대. 그래서 사진을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대학원을 가셨어.
 
“사람 사는 이야기, 역사적 사건, 사회문제, 예술작품 등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은 하나의 문화예요. 한 장의 사진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를 구하기도 하고 사회의 이슈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사진으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작가님은 지금까지 영화 일을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는 활동 범위를 넓혀 스튜디오 촬영과 포스터 촬영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 물론 영화 일도 계속 하신대.

“사진으로 어려운 사람도 돕고 싶어요. 사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좋은 일 같은거요. 제가 존경하는 치과 의사 이연종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인데 돈을 벌어 나중에 도와 줘야지 하는 마음이면 끝까지 못 도와 준대요. 현재 상황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버릇처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의 마음 따뜻한 꿈을 꼭 이루셨으면 좋겠다. 그렇지? 앞으로 영화 홍보 사진이 공개되면 한세준 작가님이 찍은 사진이 아닌지 확인하게 될 것 같아. 작가님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에 얽힌 수학도 떠올려 보면 어떨까?

2010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사진

    이서연
  • 사진

    한세준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문화콘텐츠학
  • 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