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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달력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과 우체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손님에게 내년 달력을 나눠주고, 멋진 그림을 더한 새 달력이 판매대를 가득 메운다. 하지만 새 달력 구하기를 차일피일 미룬 사람에겐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작년 달력뿐이다. 날짜와 요일이 고정돼 있다면 어떨까. 적어도 해마다 새 달력을 구하는 수고는 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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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역사는 길다. 시간을 인식하는 기준인 달력은 과학, 정치, 종교적인 이유에 따라 바뀌었다. 지금 세계 표준으로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은 1582년 로마에서 제정됐다. 3300년에 하루 정도 오차가 생기는 그레고리력은 128년에 하루만큼 오차가 생겼던 이전 달력보다 훨씬 정확했다.
하지만 그레고리력에도 단점이 있다. 날짜와 요일이 매번 바뀌고, 달마다 일수가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휴일의 수도 해마다 다르고, 이자도 한 달이 28일인지, 30일인지에 따라 달리 계산해야 한다. 좀 더 편리한 달력은 없을까.
그래서 그레고리력의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달력이 등장했다. 1930년대에는 세계력협회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아켈리스 여사가 세계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력은 일 년을 3개월씩 4계로 나누고 모든 날짜와 요일을 고정한 달력이다. 계의 첫 달인 1월, 4월, 7월, 10월은 모두 1일이 일요일이고 31일까지 있다. 나머지 달은 30일까지인데, 모든 날을 다 더해도 364일밖에 되지 않는다. 부족한 하루는 12월 30일 다음에 ‘세계의 날’이라는 휴일을 넣어 보충했다. 이 날에는 요일이 없다. 태양의 움직임과 달력 사이의 오차를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더하는 날인 ‘윤일’은 6월 30일 다음에 덧붙였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요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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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달력, 가능할까?
세계력 이후에도 다양한 대안 달력이 개발됐다. 그중에는 일 년을 13개월로 만든 달력도 있고, 아예 월없이 요일과 몇째 주인지로만 일 년을 나타낸 달력도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일지 모르지만 현재 쓰는 달력과 너무도 달라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200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과 스티브행크 교수와 물리천문학과 리처드 헨리 교수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행크-헨리 영구 달력(이하 HHPC)’을 개발했다. 이 달력은 날짜와 요일을 고정했으며, 모든 일주일이 7일이 되도록 해 세계력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 그레고리력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아 실용성이 높다.
HHPC도 일 년 열두 달을 3개월씩 4계로 나눴다. 계의 시작 달인 1월, 4월, 7월, 10월은 모두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계의 마지막 달인 3월, 6월, 9월, 12월은 31일까지다. 이렇게 하면 일 년이 364일이 되는데, 5년 또는 6년마다 주기적으로 12월 31일 이후에 ‘추가 일주일’을 덧붙인다. 추가 일주일은 토요일인 12월 31일과 일요일인 1월 1일 사이에 들어가고, 날짜나 요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추가 일주일을 덧붙이는 해는 2015, 2020, 2026, 2032, 2037, 2043, 2048, 2054, 2060, …이다. 이 연도는 실제 계절과 날짜 사이의 오차가 가장 적도록 식을 세워 계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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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은 영원불변할 수 있을까
대안 달력의 가장 큰 장점은 날짜와 요일이 고정돼 상당한 계산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금융 상품의 이자 계산도 간단해지고, 업무 일수와 수업일수가 일정해 행사를 계획하기도 좋다.
다만 양력이 고정된다고 해서 음력도 고정되는 건아니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달을 잰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 위에 오기까지 평균 29.53일이 걸린다. 그래서 달력에 한 달이 29일인 작은 달과 30일인 큰 달이 번갈아 나타나고, 윤달을 넣어 양력의 1년보다 부족한 시간을 메운다.
달은 태양과 지구를 비롯해 여러 행성의 영향을 받아 그 운동이 태양보다 훨씬 불규칙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역서 편찬을 담당하는 안영숙 박사는 “미국 제트추진연구소가 행성과 달의 위치와 운동을 계산한 데이터를 참고해 음력을 매번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산 결과 큰 달이 연속으로 나오기도 하고, 윤달이 들어가는 때도 불규칙하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는 음력을 고정하기 어렵다.
한 번쯤 써보고픈 새 달력
전 세계의 달력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모두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고, 제도를 바꾸는 데 따르는 비용과 혼란도 클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쓴 달력이 익숙해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기존의 습관을 바꿨을 때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대안 달력이 언제 우리 삶에 정착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달력이 기대되는 이유는 과학이 만든 편리한 생활을 경험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헨리 교수는 2017년 1월 1일까지 전 세계에 HHPC를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후손은 지금과 다른 달력을 쓰게 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