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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열대과일의 비밀, 파인애플은 알고 있다



더위에 몸도 나른하고 입맛도 없다면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을 먹어 보세요.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열대과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파인애플이나 망고, 바나나, 메론, 용과(dragon fruit)뿐 아니라 삐죽빼죽 가시로 뒤덮인 두리안, 단단한 껍질 안에 속살이 하얀 망고스틴,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뚱뚱보 잭푸르트, 단면이 별 모양인 스타프루트 등 말이에요. 열대과일은 생김새가 독특한 만큼이나 맛과 향기도 특별하답니다. 그런데 과일은 최적의 상태로 자라나기 위해 일정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단단한 껍질에 육각형 모양의 눈이 잔뜩 박혀 있는 파인애플에서 생장 법칙을 찾아 보기로 했어요.

피보나치 수열이 감싸고 있는 파인애플 껍질


파인애플을 통째로 원형 기계에 넣고 꾹 눌러 껍질을 벗기는 장면을 본 적 있나요? 껍질과 중앙의 심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두루마리 휴지 형태의 파인애플 속만 남지요. 캔에 담긴 파인애플처럼 즉석에서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쩐지 파인애플의 살을 너무 많이 깎아낸 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애써 살찌운 파인애플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말입니다. 과육을 조금이라도 덜 깎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파인애플에 숨어 있는 생장 법칙이 보이도록 말이지요.

제가 살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파인애플을 산처럼 쌓아놓고 팔아요. 이 ‘파인애플 깎기 달인’들은 껍질을 벗겨낸 뒤 칼로 직접 파인애플의 눈을 도려내요. 달콤한 과육을 최대한으로 남기기 위해서지요.

파인애플 깎기 달인은 파인애플의 몸통에서 왼쪽 위로 올라가는 나선을 따라 눈을 파내지요. 그런데 경우에 따라 반대편 위로 올라가는 나선을 파내기도 해요. 그렇다면 왼쪽 나선과 오른쪽 나선으로 도려내는 경우에 파인애플의 눈의 배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파인애플 눈의 배열에서는 피보나치 수열을 찾을 수 있어요. 피보나치 수열이란 1, 1, 2, 3, 5, 8, 13, 21, 34, 55…처럼 연속한 두 수의 합이 다음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을 말해요.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토끼가 번식하는 방법에서 발견했지요. 피보나치 수열은 꽃잎의 수나 나뭇잎의 배열, 인체의 비례 등 수많은 자연의 생장 원리를 설명해 준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피보나치 수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수열 안에 황금비가 숨어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연속한 두 항의 비를 계산해보면 그 값이 1:1.618에 점점 가까워져요.
 

파인애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파인애플의 눈을 따라 왼쪽 위로 올라가는 나선과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나선, 세로로 연결된 선을 세어보면 줄의 수가 각각 5, 8, 13 또는 8, 13, 21처럼 피보나치 수열에서 연속한 세 항이 되지요. 언뜻 생각하면 왼쪽 나선과 오른쪽 나선의 줄 수가 같아야 할 것 같은데 5, 8이나 8, 13처럼 차이가 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도대체 왜 왼쪽 나선과 오른쪽 나선의 수가 다른 걸까요?



파인애플 나선의 비밀

8, 13, 21줄짜리 파인애플을 보면 긴 나선이 왼쪽 위로 올라가는 것과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것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기울기인데, 8줄 나선은 13줄 나선에 비해 줄의 수가 적다 보니 많은 수의 파인애플 눈을 지나가야 해요. 결국 8줄 나선은 13줄 나선에 비해 기울기가 완만해요. 그렇다면 두 나선의 기울기는 각각 어떻게 될지 파인애플 눈을 관찰해 볼까요?

파인애플 눈 하나를 중심으로 왼쪽 나선과 오른쪽 나선을 살펴보면 약 90°의 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한 쪽 나선의 기울기만 알면 다른 쪽 나선의 기울기도 어림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한 쪽 나선의 기울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세로선이 수직에 가까운 파인애플을 골라 긴 쪽 나선을 관찰해 보면 시작점과 끝점이 하나의 세로선 위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하나의 긴 나선은 파인애플을 거의 정확히 한 바퀴 돌고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파인애플의 몸통을 원기둥으로 생각한다면 옆면을 펼친 직사각형의 대각선이 하나의 긴 쪽 나선이 되고 옆면의 높이는 폭이 같은 나선 8개로 똑같이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 옆면의 둘레를 관찰해 볼까요? 파인애플 껍질을 펼친 모양을 직사각형이라 생각하고 가로의 길이를 알아봅시다. 그러면 한 바퀴를 온전히 돌지 못하는 13개의 짧은 나선은 옆면의 둘레를 13등분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옆면의 둘레를 13등분하는 육각형의 폭은 높이를 8등분하는 폭과 길이가 거의 같아요.
 

결국 파인애플 옆면의 전개도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3:8인 황금사각형으로 볼 수 있어요. 먼저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황금사각형을 그려 보세요(<;122쪽 그림1>;). 황금사각형 위에 오른쪽 위를 향하는 8개의 긴 나선을 그어 봤습니다. 그리고 직사각형의 가로를 13등분한 점으로부터 나선 8개와 수직인 직선을 그었어요. 짧은 나선들과 긴 나선들의 교차점을 이었더니 삐딱한 세로선이 21개 생겼습니다.

파인애플 속 방정식

만약 세로선 21개가 직사각형의 세로와 평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려면 직사각형의 오른쪽 아래 꼭짓점(A)에서 임의의 한 점(B)까지 선을 긋고 선분 AB와 평행한 13개의 짧은 나선을 그립니다. 그리고 교차점을 이은 세로선이 직사각형의 세로와 평행하도록 점 B를 움직여 봅시다. 그리고 점 B가 어디에 놓였는지 확인해 봅니다. 놀랍게도 점 B의 위치는 가로선을 5:8로 황금분할 하는 지점이에요. 이때 긴 나선과 짧은 나선은 높이를 8등분하는 점마다 만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긴 나선 8개가 오른쪽 위를 향하는 경우와 왼쪽 위를 향하는 경우를 그려 보았어요. 그 결과 두 배열은 정확하게 좌우대칭을 이뤘답니다.



8개와 13개의 나선이 정확하게 21개의 세로선을 만드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그림 2>;를 보세요. <;그림 1>;의 두번째 그림에서 그렸던 나선을 x축, y축 위에 올려놓으면 하나의 긴 나선은 원점으로부터 시작하는 대각선(하늘색)이 됩니다. 따라서 대각선의 방정식은 y= 8/13x이 됩니다. 이 직선과 짧은 나선(연두색)이 만나는 교점을 모두 구해보면 그것이 바로 세로선의 개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짧은 나선의 방정식을 y= -x+n이라 합니다. 그러면 n은 0 이상, 20 이하인 수가 됩니다. 이때 두 직선의 교점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 깎기 달인이 알고 있는 자연의 법칙

달인이 깎아 놓은 파인애플을 관찰해 보았어요. 놀랍게도 어떤 파인애플은 왼쪽 나선 방향으로, 또 어떤 파인애플은 오른쪽 나선 방향으로 홈이 파여 있었지요. 깎는 사람이 오른손잡인지 왼손잡이인지와 상관없이 파인애플 나선의 방향에 따라 홈의 방향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랍니다.


 
두 나선의 총 길이 중 어느 쪽이 더 짧은지 비교하기 위해 두 길이를 제곱해 보았습니다. 긴 나선의 총 길이를 제곱하면 14912로 짧은 나선의 총 길이를 제곱한 21632보다 작아요. 즉, 긴 나선을 따라 눈을 제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파인애플 잎의 배열에는 황금각(약 137.5°)이 숨어 있어요. 꼭지에 달려 있는 파인애플 잎을 하나씩 떼어 보면 두 장씩 황금각을 이루며 돋아난 걸 알 수 있거든요. 황금사각형 모양의 파인애플을 황금분할하는 나선들, 그리고 황금각을 이루며 자라나는 잎까지 파인애플에는 비밀이 숨어 있어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앞으로는 과일을 먹을 때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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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문태선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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