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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똑똑한 만능 실험가, 계산화학

생활 SW가 펼치는 상상의 세계➍


 
원자나 분자는 매우 작다. 화학반응은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빨리 일어난다. 게다가 이런 반응에 영향을 주는 입자는 대부분 1m의 1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단위보다도 더 작다. 사람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거나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작은 단위의 화학적 특성은 실험 결과로 쌓인 이론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화학반응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한 방정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SW)다. 수많은 분자와 원자, 미립자를 수학 방정식으로 나타낸 뒤 컴퓨터로 계산하면 입자의 구조와 특성, 그리고 이들 입자로 이뤄진 복잡한 화학반응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화학을 연구하는 학문을 ‘계산화학’이라 한다.
 

눈에 보이는 화학반응

계산화학 SW로 화학반응을 시뮬레이션하면, 반응 과정과 원리를 찬찬히 뜯어 볼 수 있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과 같다. 화학반응 도중에는 수많은 중간물질이 생긴다. 어떤 원리로 반응이 일어나는지는 이 중간물질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해 짧은 시간 동안만 나타나고 쉽게 그 구조가 깨진다.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실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현실에서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화학반응도 예측할 수 있다. 진공이나 고온, 고압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SW에서 실험해 보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응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도 있어, 실제 실험보다 훨씬 정교하다.

덤으로 실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노력도 아낄 수 있다. 이전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실험-오류-수정 후 재실험’을 무한정 반복할 수밖에 없었지만, SW를 활용하면서부터는 연구 기간이 훨씬 짧아졌다. 무작정 실험에 뛰어들기 전에 SW로 가상 실험을 해서 실제 실험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물질 개발의 주인공은 SW

실제로 SW는 이미 신약이나 신소재 같은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꿈의 소재로 널리 알려진 ‘그래핀’은 실험으로 얻기 전에 계산화학 SW로 먼저 예측됐다. 암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신약으로 평가 받는 ‘글리벡’ 역시 계산화학 SW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SW로 중요한 사실을 밝힌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계산화학 SW인 ‘VASP’로 값비싼 백금을 대체할 신소재를 찾아낸 것이다. 백금은 화학반응을 돕는 가장 유용한 촉매 중 하나지만 매우 비싸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이 찾은 신소재는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백금의 100분의 1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성영은 교수는 “금속화합물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실제 실험으로 확인해가며 후보 물질을 결정할 순 없다”며, “이 문제를 계산화학 SW가 해결해 줬다”고 말했다.

SW는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SW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 수업에서 계산화학 SW를 활용하고 있는 신석민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계산해 얻은 결과가 SW로 시각화된 것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이론으로만 배울 때보다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한다”며, “계산화학 SW로 가상 실험을 해 보는 것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론과 실험, 그리고 SW

계산화학 SW는 체계적인 원리를 다루는 이론, 자연현상을 직접 관찰하는 실험과 함께 화학 탐구의 중심을 이루는 하나의 축이 됐다. 조은성 고려대 생명정보공학과 교수는 “계산화학이 실험을 완전히 대신할 순 없지만, 앞으로 더 정확한 계산이 가능해지면 실험을 대체하는 비중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민 교수도 “계산 분야에서만 SW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SW는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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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송경은 기자
  • 도움

    신석민 교수
  • 도움

    김우연 교수
  • 도움

    조은성 교수
  • 도움

    성영은 교수
  • 도움

    유성종 선임연구원
  • 도움

    장준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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