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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서초 수학박물관 수학은 어디에서 최초로 탄생했을까?


 
물건을 사려면 필요한 개수와 내야 할 돈을 계산해야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피자를 나눠 먹으려면 똑같이 나눠야 한다. 실생활 어디에나 수학이 꼭꼭 숨어 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난 3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수학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수학의 탄생’을 마련했다. 수학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유물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독자기자들은 궁금증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에 들어가자 온갖 신비로운 물건들이 가득했다. 피리처럼 보이는 뭉툭한 뼈, 뭔가 잔뜩 적어 놓은 듯한 얇은 종이, 그림인지 글자인지 알 수 없는 문양이 잔뜩 적힌 점토판,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방금 꺼내온 듯한 화려한 그림도 있었다. 고대 유물 11점에 쏙 빠져 있는 독자기자들에게 서초 수학박물관 박현태 과장은 한 가지 문제를 냈다.

“이중에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학 유물은 무엇일까요?”

독자기자들은 유물이 낡은 정도나 색이 바랜 정도, 글자가 사라진 정도 등을 살펴보며 무엇이 가장 오래된 것일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 유물

결국 독자기자들은 딱 보기에도 수천 년쯤 지나 보이는 유물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3600년이 훨씬 넘은 파피루스 종이예요. ‘린드 수학 파피루스’라고 하는데, 기원전 1650년경 고대 이집트 기록관 아메스가 더하기, 빼기부터 사각형, 삼각형, 둥근 모양의 밭 넓이 구하기 같은 실생활과 연관 있는 문제까지 84개 문항을 적어 놓았지요.”

“우와~!”

박현태 과장이 파피루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자 독자기자들이 환호를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갔다. 놀랍게도 파피루스에는 교과서에나 나올 듯한 직각삼각형이나 사다리꼴 등이 그려져 있고, 변마다 길이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린드 수학 파피루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유물은 아니었다.

“여러분이 찾기 쉽게 힌트를 줄게요. 이 유물에는 날짜를 센 듯한 눈금이 새겨져 있어요.”

“찾았다!”

독자기자들은 길이가 7.6cm 정도 되는 레봄보 뼈를 가리켰다. 개코원숭이의 종아리뼈인 레봄보 뼈는 1970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와질랜드 사이에 있는 레봄보 산의 보더 동굴에서 발견됐다. 기원전 3만 5000년경에 만들어졌으며,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유물로 추정된다. 박 과장의 설명대로 뼈의 겉에는 일부러 새겨놓은 듯한 눈금이 있었다.
 

“뼈에는 눈금이 29개 있어요. 현대 수학자들은 고대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신의 월경 주기를 기록하기 위해 이렇게 눈금을 새겼다고 추측하지요.”

고대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생리 현상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를 세는 방법을 깨우친 것이다.
 

60진법 18단 곱셈 적힌 점토판 만들기

고대 사람들도 우리처럼 곱셈이나 나눗셈을 했을까? 기원전 1900~1700년경에 만들어진 ‘곱셈표 점토판’에 답이 들어 있었다. 이 점토판은 주로 수학적인 기록을 해야 하는 관료들이 계산 훈련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곱셈 방법은 현재와 조금 다르다. 이 점토판에는 60진법으로 셈을 하는 바빌로니아 숫자로 18단의 곱셈표가 기록돼 있다. 점토판에 새겨진 내용을 오늘날 수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18단이니까 첫 번째 수인 20를 18과 곱하면 6이 된다는 뜻이다. 60진법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6을 오늘날 수로 바꾸면 60×6=360이 된다. 즉, 18×20은 6(10진법으로 360)이 된다.

독자기자들은 곱셈표 점토판(복제품)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먼저 점토판 모양대로 구멍이 뚫린 나무판에 점토를 꾹꾹 눌러 채웠다. 나무칼로 남아 있는 점토를 밀어내 앞뒤를 편평하게 만든 뒤, 점토판을 꺼냈다. 그리고 뾰족한 나무칼로 곱셈표 점토판에 바빌로니아 숫자를 따라 새겼다.

“으악, 숫자가 너무 복잡해요. 이걸 언제 다 새기지?”

“일단 1, 5, 10 등 숫자를 나타내는 문자를 외운 뒤 그려봐. 훨씬 쉬울 거야.”

독자기자들은 저마다 곱셈표를 그리는 노하우를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만들었다. 점토판을 다 만든 독자기자들은 파피루스 종이에 사인펜으로 이집트 상형문자를 그리는 체험도 해봤다.

새와 그릇, 장화처럼 생긴 이집트 문자를 새기는 친구들도 있었고, 어떤 친구들은 몸은 앞을 향하지만 얼굴은 옆을 향하는 이집트 여인을 그리기도 했다. 수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웹 엠 네프렛 왕자의 무덤 현판’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이 유물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화려한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현판에는 왕자가 살아 있을 당시 가지고 있던 재물, 즉 산양 1000마리와 소 1000마리, 너비가 100 큐빗★인 직물 1000개 등이 적혀 있었다.
 

수학 유물 전시 보며 수학 체험

고대 유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또 직접 점토판을 만들면서 수학의 탄생과 역사를 배운 독자기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데도 독자기자들은 눈을 반짝거리고 볼이 발갛게 상기된 채 수학박물관을 떠날 줄 몰랐다.
 

최도은 독자기자는 “수학을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그 역사는 알지 못했다”며 “다음에 시간을 따로 내 다시 찾아와 유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수영 독자기자는 “기원전 500년경 고대 그리스 사모스 섬 사람들이 피타고라스 법칙으로 수로를 만든 것을 보고 놀랐다”며 “수천년 전 사람들이 지금의 나보다 수학을 더 많이 알고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존경스러웠다”고 생각을 말했다.

황혜린 관장은 “해외에는 이미 수학박물관이 여러 곳 있지만, 수학 유물을 모아 놓은 곳은 여기가 세계 최초”라면서,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곳곳을 다니며 박물관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수학 유물까지 샅샅이 찾아 전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관장은 “이곳에는 청소년들이 수학 유물을 하나씩 뽑아 그것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도슨트 체험프로그램’도 있다”면서 “유물에 대해 서로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수학의 역사를 공부하므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제를 수없이 반복해서 푸는 것보다 수학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체험으로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큐빗★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썼던 길이의 단위. 1큐빗은 팔꿈치에서 손 끝까지의 길이로 약 45.72c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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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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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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