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끊임없이 ‘새 수학교육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과의 간격이 계속 좁혀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2012년에 발표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➊ 스토리텔링, ➋ 선진형 수학교실, ➌ 자기주도 학습 지원이었습니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교과서를 모두 바꾸고, 체험활동 중심의 수학 수업을 늘리고, 한국교육방송(EBS)과 손잡고 자기주도 학습을 돕는 무료 콘텐츠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학년별로 교과서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차근차근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수학동아가 현직교사 60여 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이메일 설문을 진행한 결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교과서는 스토리텔링 환경에 맞게 차근차근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초등학교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입시에 밀려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성공합니다.”
_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 스토리텔링 교과서 개발)
이에 교육부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공감대가 부족했다”며 의견을 모아 학생과 부모, 교사가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계획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선진형 수학교실이란 수학 체험이나 수학탐구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학 수업을 말합니다. 최근 3년 동안은 시범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수학 관련 체험 행사가 자주 없고, 학교마다 수업 환경이 달라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진도 부담은 줄이고, 다양한 주제로 꾸민 수학 시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업 소재를 주로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예능이나 보드 게임 등에서 찾았어요. 성적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대부분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다양한 단원에서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업 디자인을 철저하게 했어요.” _최은정(경북 김천중 수학교사, 선진형 수학교실 시범 운영)
교육부는 한국교육방송(EBS)과 사업을 연계해서 자기 주도 학습 지원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EBS MATH’ 홈페이지(www.ebsmath.co.kr)를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 중등 3년 과정의 단원별 콘텐츠를 모두 만들었고, 앞으로 차츰차츰 초등 6년 과정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재를 고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왕이면 흔한 소재가 아닌, 신선한 소재와 교과 내용을 연계하려고 노력했어요.” _김명진(EBS MATH 담당 작가)
그런데 EBS MATH는 학생이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여야 해서, 의지가 약하면 자기 주도 학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번 종합계획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바로 ‘계산기 사용’! 미국, 호주,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시험을 볼 때도 계산기를 사용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계산기를 사용하는 학교가 거의 없습니다. 시험에는 당연히 쓸 수 없고요.
그런데 파격적으로 이번에는 “수학 개념과 원리 학습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계산기, 소프트웨어 등 공학적 도구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한”고 발표했습니다. 계산기, 진짜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걸까요?
“계산기와 관련해 지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만 ‘공학적 도구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계획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계산기는 공학적 도구 중 하나일 뿐 다른 의미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각 단원에 맞는 공학용 소프트웨어도 소개할 계획입니다.” _안종선(교육부 교육연구사)
예를 들어 실제 통계 자료는 수십만 명에서 수천만 명까지 다룬 자료가 많은데, 교과서에는 100명 이내로 규모를 줄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계산기를 쓸 수 있다면 수업을 위해 줄인 자료가 아닌 실제 자료로 계산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모든 수학 문제에 계산기가 도움이 될까요?
역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은 “계산기를 쓰면 학생들의 계산 능력은 분명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계산력은 약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전 학년, 모든 수학 시간에 계산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은 아니라고 합니다. 분류한 문제 유형 중에 ❹번 유형처럼 계산기 또는 공학적 도구가 큰 도움이 되는 문제와 단원에만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진도의 장벽(?)에 가로막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장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바뀝니다.
하나, 수학과 교육과정을 다시 개정하고 올해 9월에 발표합니다. 현재 초등, 중등, 고등 교육과정을 동시에 개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교육부에서 구성한 교과연구팀은 5월 1일 초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2017년부터 바뀐 교육과정으로 새 교과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도 배울 양이 많아지면 생각은커녕 문제풀이와 암기 위주의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수학 학습량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제 줄어든 학습 진도와 양은 9월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교육과정을 계속 개편하면서 ‘난이도 조절’은 수년 전부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방정식 단원이 6학년 과정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거나, 중학교 과정에서 집합 단원이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했지요.
고등학생의 경우 심화 과정을 ‘선택과목’으로 분류해 원하는 학생들만 깊이 있게 배우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과목을 선택한 학생 수에 따라 학교마다 수업을 열기 때문에 원해도 못 듣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이 원하는 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교사를 확보하고, 많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➊ 다양한 수학 행사에 자주 참여하세요!
수학 행사는 과학 행사만큼 자주 열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 소재를 찾으며 여행하는 수학 문화투어, 수학으로 게임 만들기, 수학교구 만들기와 같은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이 늘어납니다. 또한 각 지역별, 학교별 수학 축제가 다양하게 열릴 예정입니다.
➋ 수학 영상을 꼭 챙겨 보세요!
EBS MATH에서는 현재 ‘중학교 과정’만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과정은 아직 준비 중입니다. 15분 안에 짧은 동영상으로 3년 치 교과 과정을 예습·복습할 수 있고, 차차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YTN사이언스의 ‘수다학(Ask Math 프로젝트)’에서는 앞으로 수학 교양 강의는 물론, 자녀 지도와 관련된 내용, 수학과 창의력, 수학과 진로, 수학과 영재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 콘텐츠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수학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니, 꼭 챙겨 보세요!
최근에는 수학 영상을 활용하는 ‘거꾸로 교실’이라는 수업 지도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거꾸로 교실이란 수업 전에 학생들이 교사가 정한 동영상을 보며 수업 내용을 미리 익히고, 교실에서는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심화 활동을 하는 새로운 수업 방식입니다.
“수업 시간에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동영상 강의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상을 적절히 활용하면, 학습 수준에 상관없이 학생 스스로 이끌어 가는 수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_천태선(서울 천일중, 거꾸로 교실 시범 운영)
➌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세요!
프로젝트 학습, 협력적 문제 해결 등 수학 수업 유형별로 평가 방식이 달라집니다. ‘협력적 문제해결’이란 PISA에서 2015년부터 실시할 예정인 평가 방식입니다. 학생이 컴퓨터에 프로그래밍된 가상의 친구와 채팅하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과정을 평가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➊ 응용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대부분 졸업 이후에 수학을 전혀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는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고등학교 과정에 ‘실용수학’ ‘경제수학’ ‘수학과제탐구’와 같은 새로운 선택 과목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응용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도서나 관련 뉴스를 많이 읽고 어떤 과목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미리 선택해 보세요. 진학하려는 학교에 해당 과목 수업이 개설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➋ 수리 논술을 위해 책을 많이 읽으세요!
수학 글쓰기가 중요해진 만큼, 수리 논술이 강화됩니다. 특히 서술형 문제와 논술형 문제를 구분하고, 풀이 과정에 자신의 논리가 정확하게 담겼는지에 따라 평가를 다르게 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러 과목을 융합해 과목을 넘나드는 주제로 수학 글쓰기를 익힙니다. 글을 이끌어 가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수학책이면 더 좋지만, 분야에 상관없이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보는 연습도 해 보세요.
➌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세요!
앞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과정과 성취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평가합니다. 수학 개념을 얼마나 잘 아는지는 물론,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은 있는지, 문제를 끝까지 이끌어 가는 끈기가 있는지 등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답을 구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는지 정리해 보는 연습을 해 보세요.
이밖에도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서는 수학교사 연구회를 활성화해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수교사에게는 수학교육상을 주고, 수학교사의 다양한 연수 기회를 늘려, 전문성을 기르겠다는 계획입니다.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차근히 준비해서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교육부의 야심찬 계획인만큼 이번 계획으로 수학교육의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행복한 상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