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식] 곰팡이로부터 명약을 떠올리다!

유레카의 순간


 
시큼, 새큼, 씁슬, 짭조름.
치즈 한 조각을 말랑말랑한 빵 위에 올려 한 입 물었다. 부드러운 식감 뒤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곰팡이 때문이다. 비록 식재료에 핀 곰팡이들은 혐오스러워 보이지만, 음식도 되고 때론 생명을 구하기도 하니 생각보다 쓰임이 다양하다. 오늘은 곰팡이가 구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여기 곰팡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20세기 최고의 명약으로 탄생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 경이다.

플레밍은 1881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3살 때 런던으로 건너가 안과 의사였던 형의 집에서 머물며 영국 폴리테크닉공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의학 연구에 뜻이 있어 미국 세인트메리의과대에 들어갔다. 공부를 마친 뒤에는 세인트메리병원에 실험실을 마련해 연구에 몰두했다. 특히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플레밍은 주로 페트리라는 특수 배양 접시에 감염성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며, 특정 균주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레밍은 페트리를 배양기에 넣는 것을 깜빡하고 오래 자리를 비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뿔싸.’

자리로 돌아온 플레밍은 실수를 알아 차렸다. 페트리가 오염된 것이다. 오렴된 페트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세척통으로 던졌다. 그런데 며칠 뒤, 내버려 두었던 페트리에 다시 생각이 미쳤다. 페트리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곰팡이 속에서 발견한 세기의 명약

물론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다. 플레밍이 정말로 페트리를 배양기에 넣지 않았는지, 세척통에 던져 놓았던 페트리를 정말 며칠 동안 씻지 않았는지 등 몇몇 주장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세기의 명약’이 탄생한 것은 확실하다.

플레밍이 방치했던 페트리에는 포도상구균이 자라고 있었다. 포도상구균은 자연계에 널리 퍼져 있는 세균으로, 식중독뿐만 아니라 피부에 고름이 생기는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플레밍이 다시 페트리를 확인했을 때 그 안에는 푸른곰팡이가 자라고 있었고, 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은 깨끗하게 녹아 있었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막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 다음 이 곰팡이를 직접 배양해 보기로 결정했다. 배양한 곰팡이는 다른 페트리로 옮겨 포도상구균과 같이 놓았다. 배양액을 1000분의 1까지 묽게 만들었는데도 포도상구균이 잘 자라지 못했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 속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한다고 확신했다. 처음에는 이를 ‘곰팡이 주스 여과액’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얼마 뒤 그 곰팡이가 푸른곰팡이로 페니실리움 속에 속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플레밍은 여기서 이름을 따 이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불렀다.
 

페니실린 연구, 위기를 맞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 페니실린은 사람의 백혈구를 해치지 않았다. 쥐와 토끼에게 주사해 봐도 문제가 없었다. 플레밍은 1929년 연구 결과를 ‘영국 실험 병리학회지’에 발표했다.

페니실린도 단점이 있었다. 초기 페니실린의 약효는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만약 치료제로 쓰려면 환자가 30분에 하나씩 약을 먹어야 했다. 이 경우에는 혈액 속 약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첫 번째 위기였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도 실험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페니실린이 장기 조직의 내부까지는 침투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플레밍은 결국 페니실린 연구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때 플레밍의 페니실린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껴 연구를 이어간 사람이 있었다. 호주의 병리학자 하워드월터 플로리다. 플로리는 1935년부터 영국 옥스퍼드대 병리학 교수로 지냈는데, 예전부터 플레밍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1939년 영국의 생화학자 언스트 체인와 함께 미국의 록펠러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반년의 노력 끝에 페니실린 결정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이렇게 얻은 페니실린을 동물 실험에 적극 활용한 결과, 페니실린이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발전한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널리 쓰였고, 1944년부터는 감염성 질병을 앓는 일반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였다. 플로리와 체인은 이 공로로 플레밍과 함께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수학으로 예측하는 곰팡이 번식

현재까지 발견된 곰팡이는 약 6만 9000여 종이다. 페니실린과 같은 의약품부터 맛있는 치즈까지 만들어 주는 곰팡이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최근에는 수학자도 생물학자나 세균학자와 함께 곰팡이 연구를 한다. 최대한 적은 양으로 사람에게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는 곰팡이 균주를 찾거나 그 효과를 예측할 때 수학이 쓰인다.

한편 사람에게 해로운 곰팡이를 연구하는 수학자도 있다. 곰팡이의 번식을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산 루이스 포도시대 마리아 루이사 카리요 교수팀은 녹색곰팡이가 어떤 환경에서 번식하고 성장하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온도, 산성도★(pH), 수분활성도를 바꿔가며 실험했다.

그 결과 녹색곰팡이는 온도가 30℃이고, pH가 3.0이고, 수분활성도가 0.990일 때 최대 성장률을 보였다. 기존와 다르게 이번 연구는 pH와 수분활성도까지 변수를 세분화해 더 정확한 값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더불어 성장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pH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 모델을 이용하면 우리가 흔히 귤에서 관찰할 수 있는 녹색곰팡이의 성장 환경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식재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와 환경 요인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발견 당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의 끈질긴 연구로 세기의 명약으로 거듭난 곰팡이, 앞으로도 발견될 크고 작은 결점을 과학자, 수학자가 보완하길 바라본다.
 

산성도 (pH)★ 용액의 산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다. pH<7.07은 산성. pH=7.07은 중성, pH>7.07은 염기성으로 나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사진

    포토파크닷컴
  • 사진

    위키미디어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 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