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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냉장고를 부탁해 수학의 눈으로 본 요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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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먹방’의 시대가 가고 ‘쿡방’의 시대가 찾아왔다. 소문난 식당에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은 이제 식상하다. 집에 있는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셰프들이 요리를 선보이며 대결을 펼친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화제의 요리 토크쇼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수학과 함께 즐겨 보자.

‘집에 있는 재료로 폼 나게 먹을 순 없을까?’

이런 발상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다. TV에 나오는 요리는 넘쳐나지만 맛집 소개는 뻔하고 요리 프로그램의 거창한 레시피는 따라하기 어렵다. 또 고급스러운 일류 요리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실제 가정집에 놓인 냉장고를 있는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겨 왔다. 셰프들은 그 안에 든 재료만으로 냉장고 주인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때 핵심은 냉장고 주인이 집에서 똑같이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조리 방법과 짧은 조리 시간이다.

화려한 요리 대결을 펼치는 셰프 군단은 스타 셰프 최현석을 비롯한 5명의 전문 셰프와 인기 레스토랑 운영자 홍석천, 만화가 김풍, 푸드칼럼니스트 박준우로 총 8명이다. 이들은 ‘캠핑 요리’, ‘보양식’, ‘자투리 재료를 활용한 요리’처럼 냉장고 주인이 정한 주제로 두 명씩 맞붙어 대결한다. 냉장고 주인은 두 요리를 먹고 승자를 결정하고, 승자에게는 스타 배지를 달아 준다. 어떤 주제에 도전할지는 스타 배지가 많은 사람부터 직접 선택한다.

긴장감마저 감도는 요리 대결과 MC 김성주, 정형돈의 재치 넘치는 진행, 먹음직스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귀가 행복하다. 멋 부리는 퍼포먼스 요리로 ‘허세프’란 별명까지 얻은 최현석 셰프의 위풍당당한 자신감도 배꼽을 잡게 한다.

승리의 열쇠는 재료 ‘조합’에 있다

요식업계의 대가 백종원의 아내 소유진과 배우 김민준의 풍요로운 냉장고부터 슈퍼 모델 한혜진, 자취생인 가수 가희의 가벼운 냉장고까지…. 어떤 냉장고에는 여러 가지 식재료가 가득하지만, 어떤 냉장고에는 취향과 식습관에 따라 특정 종류가 몰려 있거나 식재료 자체가 빈약하다.

셰프들이 어떤 재료를 선택하는지 주목해 보자. 재료마다 다른 재료와 조합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과일은 채소와 달리 재료도 적고 조합의 여지도 적다. 반면 밀가루는 훨씬 다양한 재료와 조합할 수 있다. XO 소스, 초콜릿 버터 같이 어느 음식에 넣어도 요리의 풍미를 높여 주는 소스를 셰프들은 ‘악마의 소스’라고 부른다.

활용도가 높은 재료,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재료, 빠른 조리가 가능한 재료, 맛의 조화가 잘 되는 재료가 포함되면서 자투리 재료가 남지 않게 하는 조합은 승리의 중요한 요소다.

시간은 단 15분

대결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은 단 15분이다. 요리에서 시간은 생명이다. 예를 들어, 생굴은 적당한 시간 동안 삶아야 식감이 좋다. 시간 관리는 요리의 완성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조리 시간이 늦어지면, 재료가 익지 않은 채로 요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요리에 능숙한 셰프에게도 15분은 짧다. 어떤 재료를 쓸지 냉장고를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프들은 어떤 음식이든 15분 안에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떻게 하면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이렇게 어떤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수학에서 말하는 ‘최적화’다. 최소한의 시간에 알맞은 온도와 식감, 좋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요리법을 ‘하이일드 쿠킹’이라 한다. 최상의 요리가 될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변수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때 변수는 요리마다 온도와 시간, 식재료의 크기와 표면적, 점도, 재료 사이의 비율 등으로 다양하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전문 셰프들의 조리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이일드 쿠킹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현석 셰프의 굴 요리, 일명 ‘보굴보굴’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최현석 셰프는 어떻게 아홉 가지 순서를 15분 만에 완성했을까? 먼저 끓는 물에 굴을 넣어 두고, 동시에 팬에 버터와 밀가루를 볶는 것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또 다른 팬에는 미역을 볶았다. 굴이 익었을 때쯤 굴을 건져내고, 남은 육수는 미역을 볶은 팬에 넣고 끓였다. 그 사이 만들어진 루에 우유를 부어 베샤멜 소스를 만들고, 양파는 표면적을 넓혀 빨리 익을 수 있도록 작게 썰어서 굴과 함께 볶았다. 세 개의 불을 사용하면서 1~5의 과정을 한꺼번에 진행한 것이다.

최현석 셰프의 굴 차우더 수프 ‘보굴보굴’ 조리 방법         자료 제공 : JTBC

➊ 끓는 물에 굴을 넣고 삶아서 육수를 만든다.
➋ 팬에 버터, 밀가루를 1:1 비율로 넣어서 팬에 들러붙지 않도록 부드럽게 저어가며 볶는다. 이렇게 만든 것을 ‘루’라고 한다.
➌ 참기름에 마늘을 살짝 볶은 후, 불린 미역을 넣어 함께 볶다가 굴 육수를 넣고 끓인다.
➍ 루에 우유를 부으면 ‘베샤멜 소스’가 만들어진다.
➎ 팬에 다진 양파를 먼저 볶다가 굴을 넣어 함께 볶는다.
➏ 미역과 함께 끓인 굴 육수에 베샤멜 소스를 넣어 함께 끓인다.
➐ 끓인 스프를 믹서기에 넣고 간다.
➑ 스프를 체에 거르고 볶은 굴과 양파를 넣은 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➒ 그릇에 완성된 스프를 담고 참기름을 뿌려 장식하면서 풍미를 더한다.

대진운의 불리함을 줄여 주는 ‘리그’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도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누구와 대결할지 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리그와 토너먼트가 있다. 리그는 경기에 참가한 팀이 돌아가면서 모두 대결하는 방식으로 최종 승점이 가장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토너먼트는 짝을 지어 경기를 진행하고 진 사람은 제외시키면서 이긴 사람끼리 겨루어 최후에 남은 두 사람의 대결로 우승을 가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은 리그, 16강부터는 토너먼트를 따라 경기가 진행된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대결 방식은 리그에 가깝다. 모든 셰프가 서로 한 번씩 다 대결하려면, 최소한 몇 번의 일대일 대결이 이뤄져야 할까? 이는 간단히 정팔각형의 대각선 수를 구하는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 8명의 셰프들이 서로 모두 이어지도록 선을 그었을 때 생기는 선의 개수는 정팔각형의 변 8개와 정팔각형의 대각선을 더한 수와 같기 때문이다.

정n각형의 대각선의 개수는 $\frac{n(n-3)}{2}$이므로, 정팔각형의 대각선은 $\frac{8(8-3)}{2}$=20개다. 따라서 모든 셰프가 서로 한 번씩 다 대결하려면 최소한 28(=8+20)번의 일대일 대결이 이뤄져야 한다. 처음에는 6명의 셰프가 대결했지만, 최근 박준우 인턴 셰프와 이원일 인턴 셰프가 들어오면서 일대일 대결 수는 그만큼 더 늘어났다.

셰프들의 강점과 약점, 전문적인 실력에 따라 대진운을 점쳐볼 수도 있겠지만 반전은 있다. 일명 ‘자취 요리’의 대가 김풍이 정통 셰프 샘킴을 이기기도 했고, 홍석천은 모든 전문 셰프들을 한 번씩 다 이기는 쾌거를 거뒀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최현석 셰프는 13화 이전까지 스타 배지가 단 두 개뿐이었다. 수학의 눈으로 방송을 보면서 누구나 전문 셰프처럼, 혹은 전문 셰프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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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송경은(kyungeun@donga.com) 기자
  • 사진

    JTBC
  • 사진

    이금기 키친 제공
  • 사진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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