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0 세계수학자대회 개막!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수학자들과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서울 코엑스로 모인 독자기자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코엑스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수학자 5000여 명과, 수학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대회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수학동아>; 독자기자 5명은 조직위원회 측의 협조를 얻어 이처럼 국제적인 행사의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나올 것 같아요. 만약 그렇게 되면 여성 대통령이 여성 수상자에게 필즈상을 수여하게 되니까, 수학을 좋아하는 여학생인 저도 엄청 뿌듯할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개막식장에 들어서자 먼저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어서 개최국의 국가 원수가 필즈상을 수여하는 전통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개막식장으로 입장했다.
서울대학교 수학과 임선희 교수의 사회로 개막식이 시작되고, 드디어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총재가 필즈상 수상자를 한 명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실제 수상자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이날 필즈상은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석학연구원,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이번 필즈상 수상자 중에는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있어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그 주인공은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다. 그녀는 기하학의 난제로 꼽히는 ‘모듈라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단상에 올라선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는 감격스러워하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개막식이 마무리되면서 세계수학자대회는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약 일주일 동안 전세계에서 모인 수학자들이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교류의 장이 시작된 것이다.
11 : 00 미션! 수학자를 인터뷰하다!
세계수학자대회의 묘미 중 하나는 눈앞에서 필즈상 수상자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수학자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기자들은 개막식이 끝나고 다음 강연을 기다리면서 대회장을 지나다니는 수학자들을 직접 취재해 보기로 했다. 어떤 수학자를 만났을까?
1. 제임스 사이먼스(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사장,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역임)
Q 유수민 독자기자 “안녕하세요! 전 <;수학동아>; 유수민 독자기자예요. 천-사이먼스 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천-사이먼스 이론은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이에요. 이 이론은 미분기하학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물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이 이론은 저와 중국의 수학자 천싱선이 함께 만들었어요. 수민 학생이 나중에 공부를 더 하게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2. 저지 모길스키(미국 텍사스대 수학과 교수)
Q 윤서윤 독자기자 “수학을 공부하다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저를 포함한 수학자들은 한 문제를 푸는 데 많게는 몇 년을 투자해요. 따라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 방법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실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느끼지요. 저는 이런 위기들을 인내심 하나로 극복했어요. 따라서 저는 수학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우선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3. 방승진(아주대 수학과 교수)
Q 이승훈 독자기자 “수학을 배웠을 때 장점과, 수학자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수학을 배우면 단순히 수학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문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그리고 제가 수학자가 된 이유는 정말 단순해요. 수학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죠! 승훈 학생도 수학을 좋아하나요?”
4. 만줄 바르가바(2014 필즈상 수상자,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Q 유수민 독자기자 “수학자가 되길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요.”
A “수학을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봤으면 해요. 저 또한 오늘 필즈상을 받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학을 즐겼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수학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끈기가 필요해요. 한 문제에도 몇 년을 투자할 수 있는 끈기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학을 즐기는 마음가짐을 간직하세요.”
14 : 00 이매지너리 전시 관람
점심식사를 마친 독자기자단이 향한 곳은 대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옮겨온 이매지너리 전시장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 이 곳에는 수학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수학과 관련된 게임을 할 수 있는 TV 앞에는 많은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수학이라면 빠질 수 없는 독자기자들도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 퍼즐은 유명한 퍼즐 발명가인 샘 로이드 만든 숫자퍼즐이에요. 16×16 격자 안에 배열된 15개의 숫자조각을 빠른 시간 내에 순서대로 배열하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지요.”
같은 시간, 다른 독자기자들은 무선 조종을 통해 최소 곡면을 탐험해 보는 가상현실 체험에 도전했다.
“놀라워요! 여기에는 어떤 수학 원리가 들어 있나요?”
“마치 게임을 하는 느낌이죠? 가상현실에서 사람이 걷거나 날아다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분기하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미분기하학은 미분을 응용하여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의 한 분야예요. 덕분에 이와 같은 다양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죠.”
20 : 00 ‘제임스 사이먼스’ 대중강연
제임스 사이먼스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수학자로 현재 약 13조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수학계의 거부다. 이런 그에게 수학이란 무엇일까? 개막식 날 저녁, 제임스 사이먼스는 약 3000여 명의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인생 속의 수학을 되짚어보는 강연을 했다.
제임스 사이먼스의 인생에서 수학을 빼놓을 수 없듯이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은 수학에서 시작해 수학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돈이 없어 부모님에게 의지했던 시절부터, 수학 모델을 구축해 주식 시장에서 자신만의 탄탄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과정까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강연을 마무리하며 인생에 필요한 4가지 조언을 건넸다.
“모든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찾을 것, 자신의 파트너는 신중하게 고를 것,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일을 할 것, 절대 포기하지 말 것.”
강연 후에는 제임스 사이먼스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이 이어졌다. 수학을 배우면 실생활에서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그는 “슈퍼마켓에서 주인에게 속지 않고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다”며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 자랑스러운 여성 필즈상 수상자!
-윤서윤 독자기자
매번 ICM에서의 필즈상 수상자는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 이유는 금녀의 공간이라 불린 필즈상에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당당한 모습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나 또한 수학을 사랑하는 학생이고 장차 필즈상 수상자를 넘어서 혁신을 꿈꾸고 있는 학생으로서, 마리암 미르자카니 수상 소식은 미래에 수학자가 될 내게 투지를 불태우게 해줬다.
★ 꿈에 그리던 제임스 사이먼스를 만나다!
-유수민 독자기자
개막식 당일, 미션 수행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나는 우연히 미분기하학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이자 월가의 황제인 제임스 사이먼스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그에게 다가가 학수고대하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의 질문에 하나씩 성의 있게 대답해 준 그에게 여느 수학자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오랜 기간 수학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월가에 뛰어들었던 그의 도전정신 때문인 것 같다. 그와의 만남은 ‘수학자’라는 꿈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 저도 언젠가는 필즈상 받을 거예요!
-이승훈 독자기자
필즈상은 작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상의 이름이었다. 수학동아를 통해 그 상을 수여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대회에 독자기자 자격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취재를 가게 되었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이번 필즈상 수상자는 누구일까?”하는 생각으로 기대가 되었다. 수상자가 발표되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필즈상을 받는 수학자들을 보니, 너무 대단해 보였고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언젠간 ICM으로부터 초청받는 멋진 수학자가 되어 저 자리에 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성공비결!
-이승은 독자기자
오후 8시 제임스 사이먼스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제임스 사이먼스 교수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의 어렸을 때 꿈은 수학자가 되는 것이었는데, 커서 그 꿈을 이루었고, 지금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제임스 사이먼스는 수학자가 가장 힘들다고 느낄 때는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라고 말하며,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느꼈던 강연이었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를 기대해 봐요!
-전도윤 독자기자
1981년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연맹에 가입했을 때는 가장 낮은 등급의 1군이었다. 하지만 1993년 2군으로 한 단계 성장했고, 2007년에는 4군이 되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세계수학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필즈상을 받을 한국인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제임스 사이먼스의 강연을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