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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수학의 고수, 수학자를 꿈꾸다!

ICM 특별인터뷰❷


 
서울과 대전, 그리고 포항. 이 세 도시에는 수학이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수학 고수들이 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그리고 포스텍이 있기 때문이다. 수학동아에서는 세계수학자대회를 맞이해 각 학교 교수님들의 추천을 받아 세계적인 수학자를 꿈꾸는 수학의 고수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세계무대 경험으로 알게 된, 수학은 내 운명

 
서울대 수리과학과(3) 임준혁

임준혁 학생에게 수학이란?
수학은 ‘언어’예요. 언어를 매개로 문학과 영화 등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수학을 통해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부끄럽네요. 저 말고도 더 뛰어난 학생들이 많을 텐데요.”

지난 달 8일,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만난 수리과학과 3학년 임준혁 학생은 수학의 고수라는 말이 부끄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임 군은 서울과학고 재학시절인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전세계 수학 천재들이 모여 실력을 겨룬다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은메달을 받은 인재다. 그리고 졸업 후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했다.

“중학교 이전까지는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중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수학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데에 수학올림피아드 대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수학 말고는 잘하는 게 없기도 하고요. 하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기로 했다. 남들은 한 번도 나가기 힘들다는 대회에 2회 연속으로 출전한 임 군은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이틀에 걸쳐 6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장은 정말 쥐 죽은 듯 조용해요.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모여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엄청난 긴장감이 흐르죠. 저는 사실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요.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축제를 즐긴답니다.

이런 큰 대회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충분히 됐어요. 운이 좋게도 두 번이나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2011년에는 문제를 잘못 읽어서 금메달을 놓친 것이 많이 아쉬웠어요.”

학창 시절 이미 세계무대에서 수학을 겨뤄 본 경험을 토대로 수학을 운명처럼 받아들인 임준혁 군. 앞으로의 꿈은 뭘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의 경험은 적지만 제 수학 인생에는 큰 밑거름이 되었어요. 앞으로 수학을 꾸준히 공부해서 기회가 된다면 필즈상 수상의 영광을 안고 싶어요.”

끊임없이 수학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시종일관 웃으면서 답변해 준 임준혁 군. 수학을 즐기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수학 고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수학자대회, 다음엔 수학자로 참여할 거예요!
 
KAIST 수리과학과 석사과정 박종호

박종호 학생에게 수학이란?
수학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을 생각하면 여행을 준비할 때처럼 설레요. 또 여행을 할 때처럼 고단하기도 하지만, 힘들어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재밌었어요. 수학을 놀이처럼 즐겼던 경험이 어느새 제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계산수학 및 영상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종호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이 수학자의 꿈을 꾸고 있는 예비 수학자다.

박 군은 중학교 때 과학고를 준비하면서 수학, 물리, 화학, 정보 등 여러 과목의 올림피아드를 준비했을 만큼 과학에도 재능이 뛰어났다. 수학을 가장 좋아해서 수학 올림피아드대회를 가장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화학 올림피아드였다.

“수학을 더 좋아했는데, 다른 올림피아드 성적이 더 좋았어요.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으로 가산점을 받아 경기과학고에 입학한 뒤에는 제가 좋아하는 수학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또 대학에서는 꼭 수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잘하는 것’보다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거든요.”

박 군은 수학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걸까.

“수학의 논리를 하나하나 쌓으면서 문제가 풀리는 과정을 경험할 때 정말 즐거워요. ‘수학을 잘한다’는 건 꼭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는 것만이 아니에요. 기본적인 정의와 정리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발전된 내용까지 논리를 쌓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은 바닥부터 차곡차곡 잘 쌓아올려진 아름다운 학문이거든요.”

예비 수학자인 박 군은 다가오는 세계수학자대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8월에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는 전세계 수학계의 석학들이 모이는 매우 뜻깊은 자리예요. 영광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다양한 강연에 참여해서 세계 수학계의 동향을 듣고 싶어요. 특히 제가 앞으로 연구할 분야인 계산수학과 해석학 관련 강연은 꼭 참여할 생각입니다.”

수학자들의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다는 박종호 군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자로 만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수학계의 작은 보석을 만들고 싶어요.
 
포스텍 수학과(3) 백진언

백진언 학생에게 수학이란?
수학은 ‘삶의 방식’이다! 수학적 진리를 향해 탐구하는 것은 곧 삶이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수학고수는 포스텍 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백진언 학생이다. 백 군은 기자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일까.

“방학동안 ‘다면체의 성질에 관한 연구’를 하려고 공부하고 있는 책이에요.”

부산 토박이 백 군은 방학 중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었다. 칠판과 책상에 의자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수학연구실 공간에서 책을 보다가, 지루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책을 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수학 공부를 하며 보내는 백 군은 수학이 재밌다고 말했다. 백 군이 말하는 ‘수학의 재미’는 뭘까?

“초등학생 때부터 문제를 푸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재밌었어요. 초등학교 때 일차연립방정식을 푸는 방법에 재미를 느꼈다면, 대학에서는 그 내용이 선형대수로 확장돼요. 내용은 심화되지만, 방법을 생각하는 본질은 똑같아요.”

수학적인 아이디어, 곧 방법을 생각하는 재미에 사로잡힌 백 군은 ‘수학은 곧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때문일까. 지금껏 단 한번의 사교육 없이 홀로 수학을 공부해 왔다. 힘든 적은 없었을까?

“요즘 부쩍 공부를 하다가 벽에 부딪히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어요. 대학 수학은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수학적으로 뭘 위한 것인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불이 났을 때 소화기로 불을 끄는 비유를 종종 생각하죠. 불을 끄려면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바람을 등진 후에 불을 향해 분사하잖아요. 수학 공부는 소화기로 불을 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불 끄는 과정을 수행하는 것과 비슷해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수학책을 즐겨 보던 소년은 이제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 수학의 길을 한 걸음씩 걷고 있었다. 뛰어난 직관으로 수많은 수학 논문을 남긴 수학자 폴 에르되시의 날카로운 검과 같은 정리를 볼 때 소름이 돋는다는 백진언 군. 그의 꿈은 뭘까?

“수학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는 게 제 목표예요. 수학의 아름다운 정리들이 작은 보석이라면, 보석함에 작은 보석 하나를 더 담고 싶어요.”

이미 수학자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백진언 군이 세계 수학계가 주목할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길 응원해 본다.

2014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최지호(daniel@donga.com) 기자
  • 염지현(ginny@donga.com) 기자
  • 장경아(kate103@donga.com) 기자
  • 도움

    강석진 교수
  • 도움

    이창옥 교수
  • 도움

    최영주 교수
  • 사진

    최지호
  • 사진

    Lees
  • 사진

    장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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