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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을 발사한 송호준 작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은?
1957년 러시아에서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다. 그럼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은?
우리나라의 예술가 송호준 씨가 쏜 OSSI-1이다. 그는 자비 약 3억 원을 들여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고 로켓을 임대해 쏘아 올렸다.
게다가 그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다. 예술가가 대체 왜 인공위성을 쏜 걸까?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다


단발머리에 검정색 뿔테 안경, 흰 티셔츠를 걸치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송호준 작가를 봤을 땐 소위 ‘4차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작업실을 방문했을 땐 살짝 긴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작가 송호준을 만날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그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 개발자, 미디어 디자이너, 예술가…. 그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저는 예술가예요. 저는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서 또 공학을 공부했어요. 만약 제가 과학자가 되어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개발했다면, 사람들은 제 인공위성이 잘 작동하는지 못하는지 엄격한 시선과 잣대로 판단할 거예요. 하지만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 개발자는 제 목표가 아니었어요. 인공위성 개발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따로 있어요. 또, 예술가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이 많아요. 예컨대 제가 이상한 행동을 해도 ‘뭐, 예술가니까 그러겠지.’하며 이해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대체 왜 인공위성을 발사할 생각을 한 것일까?

“사실 시작은 단순했어요. 인공위성 회사에서 약 1년 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공위성에 관심이 생겼지요. 그런데 인공위성 발사는 국가나 기관이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되더라고요. 그때 전 ‘만약 개인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지요. 그래서 인공위성 발사 회사에 로켓 임대료가 얼마인지 메일로 문의해 봤더니, 약 1억 원 정도라는 답변이 오더라고요. ‘생각보다 싸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해 보기로 결심했지요.”

이렇게 결심했던 때가 2008년, 카자흐스탄의 발사장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때는 2013년 4월 19일이니 약 5년이나 걸린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개인이 인공위성을 만들어 발사한 사례가 없던 만큼 정보도 너무나 부족하고 자금 역시 없었다. 게다가 이 자금은 점점 불어 거의 3억 원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누구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첨단과학기술분야에 개인이 접하기 힘든 숨겨진 지식들이 너무나 많고,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나 시스템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기술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다

송호준 작가의 인공위성 프로젝트 공식 명칭은 ‘오픈 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 때 이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설계지도인 ‘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을 홈페이지(www.opensat.cc)에 모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사실 인공위성을 만드는 쉬운 방법이 있어요. 그냥 만들어진 부품들을 사서 장착하는 거예요. 물론 대부분의 부품들은 군용으로만 나와 있어서 일반 개인은 쉽게 구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제 프로젝트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장치를 만들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충분히 느껴야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해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실제 인공위성을 만들어 발사한 사례를 검색하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물어 보기도 하며 모든 걸 하나씩 만들어 조립했답니다. 인터넷 검색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강력한 의지와 고등학생 수준의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가 위성을 발사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아쉽게도 인공위성과의 교신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 제 위성이 우주 궤도에서 잘 작동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러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제 프로젝트는 인공위성의 기능이나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개인으로서 송호준이란 사람이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한 문제, 즉 첨단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식의 불균형과 국가의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송 작가는 이제 인공위성 발사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며,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아트스펙트럼2014>;전에 그 뒷이야기를 전시 중이다. 그의 작품은 예술에 대한 관점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가 송호준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Q&A 송호준 작가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고려대와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시니 수학도 잘하셨을 것 같아요. 수포자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학생 때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동기가 있으면 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동기를 잘 만들어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학생 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괴로웠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수학 문제를 한 문제 더 풀면 내 뉴런이 자극돼서 머리가 좋아질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부하는 이유를 합리화하려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과학자가 되든 예술가가 되든 수학은 정말 필수인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세상에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돼요. 그리고 인공위성을 만들 때에도 수학실력은 꼭 필요했어요. 여러분도 공부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 보세요.

학창 시절 꿈은 뭐였나요?

인공위성을 개발했다는 제 기사를 보고 가끔 어린 학생들이 ‘앞으로 저도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요. 그런데 전 그 친구들에게 “그 꿈이 정말 너의 꿈이 맞니?”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진짜 그걸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부모님이나 미디어에 의해 강요된 걸 수도 있어요.
전 학생 때 꿈이 없었어요.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당연해요. 대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또 앞으로 꿈이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지금 품은 꿈이 내가 어른이 됐을 때에는 이미 시대에 맞지 않을 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지식이 인터넷에 있는 상황에서 열정적인 아마추어라면 뭐든 만들 수 있어요. 만드는 주체가 국가나 기관에서 열정적인 개인으로 바뀌는 세상이 곧 올 거예요. 여러분도 다양하고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 볼 수 있길 바랄게요. 열정적인 아마추어가 되세요!

2014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ddanceleo@donga.com) 기자
  • 사진

    송호준
  •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 사진

    J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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